• 주간한국 : 승부근성과 땀으로 쌓아올린 금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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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10 15:11:07 | 수정시간 : 2003.10.10 15:11:07
  • 승부근성과 땀으로 쌓아올린 금자탑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은 미소가 잘 어울리는 선한 눈망울을 가진 데다 목소리도 사근사근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기 그지 없다. 같은 팀의 동료 선후배들뿐 아니라 다른 팀의 상당수 선수들까지도 그를 ‘흠모’한다는 사실은 이제 프로 야구판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그가 괴력의 홈런포를 펑펑 쏘아 올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서 알 수 없다’는 평범하지만 무서운 격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때 국내 프로야구 최고 스타 중 한 명이었던 이만수(전 삼성)의 별명은 ‘헐크’였다. 같은 팀에서 자신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두 얼굴의 사나이’가 배출될 지 그는 알았을까.

    이승엽은 ‘외유내강’형의 성격이다. 그러나 유순함으로 그를 규정짓는 것은 절반의 포착일 뿐이다. 이승엽이 살아오며 얻은 별명 중에 ‘독종’, ‘똥고집’ 등 사나운 표현들이 적지 않다.

    ‘효자’로 알려진 이승엽이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중대한 승부수를 던질 때는 부모의 뜻도 거슬렀을 만큼 의지가 남다르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하겠다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킨 것이나 대학 진학을 원했던 아버지의 바람을 거역하고 프로에 진출한 것도 다 이승엽의 숨은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들이다.

    ‘적군’이지만 어느 누구보다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박명환(두산)도 “승엽 형은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한번은 내기 당구를 쳤는데 자신이 이길 때까지 게임을 고집한 적도 있었다”며 이승엽의 끈질긴 승부근성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지기 싫어하는 천성은 자신이 직업으로 선택한 야구에서 크게 꽃을 피웠다. 촉망받는 투수에서 장래가 불투명한 타자의 길로 들어섰음에도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훌륭한 몸과 타고난 야구센스가 있었지만, 그가 대타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남보다 1시간이라도 더 훈련하는 노력이 있었음을 주변 사람들은 알고 있다.

    경기가 끝난 깊은 밤에는 가족들이 녹화해 둔 비디오를 통해 그날 그날의 잘잘못을 꼼꼼히 분석했고,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스타가 된 후에도 어김없이 동료들보다 일찍 경기장에 나와 방망이를 휘둘렀다. 전문가들은 이승엽에 대해 ‘천부적인 타자’라며 혀를 내두르지만 이처럼 그의 성공 뒤에는 굵은 땀방울이 숨어 있었다.

    이승엽의 노력하는 자세와 근성은 데뷔 초창기 한솥밥을 먹었던 대선배 이정훈(한화 코치)으로부터도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훈은 ‘악바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한때 프로야구 최고의 승부사로 통했던 인물. 그의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은 새까만 후배에게 흡수돼 ‘국민타자’를 길러내는 자양분이 됐다.

    이승엽에게도 단점은 없지 않다. 이승엽의 ‘사부이자 큰 형님’ 격인 박흥식 코치는 “승엽이는 기술적으로는 경지에 올랐지만 마음이 여려 주변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며 이승엽의 아킬레스건을 지적하곤 한다.

    박 코치의 말대로 이승엽은 여린 마음 때문에 메이저리그라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국민 타자’의 진면목을 과시하기는 커녕, 발목을 잡힐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 있다. 성질이 살아 있는 한, 메이저리그는 이승엽에게 도전 의지를 더욱 부추기리라고 야구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3-10-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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