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최성은의 S 다이어리] 온몸으로 사랑한 스물다섯의 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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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5.03.09 11:14:17 | 수정시간 : 2005.03.09 11:15:36
  • [최성은의 S 다이어리] 온몸으로 사랑한 스물다섯의 生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간 이은주, 영원히 기억될 그녀





    2월 22일 월요일. 무척 흐렸다. 싸늘한 기운으로 가득한 아침을 맞이했다.

    단연 날씨 때문이었을까? 비마저 부슬부슬 내렸고, “겨울에 웬 비?” 라는 말이 절로 튀어 나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선배로부터 ‘ 야!! 이은주가 죽었대?“ 라며 다소 놀라운 듯, 그리고 믿기지 않은 듯 나에게 말을 던졌다.

    “ 에이.. 장난 치지마! 뭔 소리야? 걔가 왜 죽어…말도 안돼! ” 라며 되묻기를 몇 차례.

    곧 영화 배우 이은주의 ‘사망’이 현실임을 확인하게 되었고, “이은주가

    죽었대? 왜 죽었어?”라며 물어 오는 사람들의 전화도 받게 되었다.

    순식간에 방송국에서는 “말도 안 된다” 라는 탄성과 함께 사고사가 아닌 자살을 택한 그녀의 어이 없는 죽음으로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연예인들 역시 많은 충격을 받았고, 그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방송가 주변인들은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보통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살을 결심하기 전에 자신의 가까운 주변인들을 통해 ‘죽음 혹은 자살’에 대한 언질을 준다고 한다. 그 때에 주변 사람들이 단 한 번만이라도 작은 관심을 보여 준다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은주 역시 자신의 마음을 받아 줄 몇 몇의 지인들 만 있었어도 이러한 선택을 안 했으리라 생각이 드는데…. 이 때문인지, 그녀와 친한 동료 연예인들은 미안한 마음에 더욱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그녀의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아니면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커서일까? 그녀가 떠나고

    없는 지금, 고인이 된 그녀를 추모하는 팬들의 행사가 여기 저기에서 펼쳐지고 있다.

    벌써 한 극장에서는 그녀의 히트 작을 재상영하는가 하면 그녀의 동상까지 세우자는 의견들도 속속 들려 오곤 하는데. 그래서 필자 역시 그녀가 살아 생전 어떤 모습으로 방송에 임했었는지 잠시나마 그녀의 모습을 살펴 보고 싶었다.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방송 테이프를 또 본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당시, 시를 주제로 다루는 ‘감성 시대’ 라는 코너에 출연했던 이은주!!

    영화 ‘ 안녕 UFO’를 홍보하기 위해 남자 주인공 이범수와 함께 했는데, 역시 얌전하고 차분한 성격인지라 스튜디오에서도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해 나갔다. 당시 그녀에게 “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시는 희노애락이다. 시는 모든 삶에 모든 감정을 담아낼 수 있잖아요”라고 답했다. 또 시를 워낙 좋아하는데,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무척 좋아하는 애송시가 있다며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을 소개했다.

    여기서 잠깐, 그녀의 육성으로 시를 읊는다는 상상을 하며 그 시를 한 번 소개해 보겠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류시화 님 -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이 시를 모두 읊고 난 후 그녀는 이렇게 얘기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시예요! 제 감수성 중에서 사랑하는 감수성이 되게 큰 것 같은데, ‘목숨을 바쳐서 사랑하고 싶다’ 라는 그 구절이 가슴에 와 닿고, 또 그렇게 사랑하고 싶어서… 어렸을 때부터 되게 좋아했어요!”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가족을 너무 사랑했고, 자신의 친구들을 사랑했고, 영화 배우라는 夭웰옥態汰?사랑했기에 자신의 목숨까지 내 놓은 채 이 모든 것을 사랑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은주가 한 줌의 재로 변한 후, 그녀가 우리에게 남겨준 것들은 너무나 많다.

    ‘ 돈만 있다고 해서 결코 행복한 것도 아니요, 명예만 있다고 해서 세상 부러울 게 없는

    것도 아니요, 인기가 있다고 해서 마냥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방송국 사람들도 누가 죽었다는 소리만 들으면 깜짝 깜짝 놀라며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되는데, 며칠전 또 한 번 ‘자살’에 대한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

    점심 시간. PD, 작가 몇 명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헌데 핸드폰 정보에서 ‘하다솜 권총 자살!’ 이라는 연예 뉴스가 떴고 식당에서 그 소식을 접한 사람들 모두가 놀라는 상황이였다. 우리 역시 ‘ 하다솜이 왜 죽었지? 이유가 뭐야? 권총은 어디서 났어? ’ 라며 그녀의 죽음에 대해 일장 토론을 벌인 것. 그녀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그녀의 남편 역시 ‘방송관계 매니저’였기에 남편 걱정까지 했고 “ 요즘 방송가가 왜 이러냐?”며 다들 심란해 했다.

    그러기를 몇 분. PD왈 “ 야! 내용 한 번 보자! 어떻게 죽었대?” 라며 핸드폰 정보료를

    주고 내용을 검색해 봤고, 우린 곧 그 사실이 어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내용인 즉, “ 하다솜 드라마 ‘토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권총 자살을 하다” 라는 글이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핸드폰에 올려진 연예가 소식은 정보료를 받기 위한 상술 이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6살, 영화처럼 살다간 배우 이은주!!
    이은주의 죽음이 ‘우울증’ 이라고 알려지자 온갖 방송과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검색어 순위 1위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우울증 자가 진단표’라는 것 까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자기 스스로가 우울증 환자인지, 아닌지를 결론 내고는 병원을 찾는 사람들까지 많아 졌다고 한다.

    또한 두 번 다시 이은주와 같은 일이 생겨서도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이미 그녀의 죽음을 통해 많은 분들이 ‘베르테르 효과’라는 이름의 동조 자살 유혹도 받고 있다고 한다. 만약 그러한 마음을 혹여 먹은 분들이 있다면 더 이상 그녀를 욕되게 하는 동조 자살은 그만 두길 부탁하는 바이다. 그녀의 죽음만으로도 가슴 아프기에.

    평범함 속에 당찬 매력이 가녀린 듯 강렬함을 지녔던 그녀 이 은 주.

    배우로서 열정적인 삶을 살다간 그녀이기에 죽음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했지만, 남겨 놓은 삶의 흔적들은 영원히 우리의 맘속에, 그리고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음을 전하고 싶다.

    “ 26살의 아름다운 당신은 영원히 우리의 맘속에 최고의 모습을 남겨 놓았습니다. 진정한 영화 배우의 모습으로!”



    최성은 방송 작가 kkamggic2000@hanmail.net


    입력시간 : 2005-03-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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