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남녀 품은 TV… 극명한 사회현상 새 시선으로 담다
  • 드라마·예능프로 정면으로 다뤄
    이혼에 성숙하고 다양한 시각 제공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김윤지기자 jay@hankooki.com
입력시간 : 2014.03.10 07:00:52 | 수정시간 : 2014.03.10 07:00:52
    TV가 이혼남녀를 주목하고 있다. 이혼 자체가 방송가에서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이혼은 드라마의 시작 혹은 끝이었으며, 일부 캐릭터의 설정이었다. 최근에는 달라졌다. 이혼을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 이혼한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들의 재결합을 담아내거나, 일반인 이혼남녀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 늘어나는 이혼남녀 콘텐츠

    MBC 수목미니시리즈 '앙큼한 돌싱녀'(극본 이하나ㆍ연출 고동선ㆍ이하 앙돌), SBS 주말극 '세 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ㆍ연출 손정현ㆍ이하 세결), 케이블채널 tvN 금토미니시리즈 '응급남녀'(극본 최윤정ㆍ연출 김철규). 방영 중인 세 작품의 공통점은 이혼이란 소재다.

    이혼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다. SBS '짝'은 종종 이혼남녀 특집을 진행하고, 지난 달 23일 첫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99명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이하 99만남)는 99명의 이혼여성들을 패널로 내세웠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 '혼자 사는 여자'에 초청되는 혼자 사는 여자들 중에서도 이혼여성을 찾아볼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풍성해진 콘텐츠다. 비슷한 소재의 예전 드라마를 떠올려보면 '돌싱'이란 신조어를 남긴 SBS '돌아온 싱글'(2005),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SBS 드라마 '연애시대'(2006) 정도다. 예능프로그램에선 더욱 찾기 힘들다.

    늘어난 콘텐츠 만큼 이들을 담아내는 시선도 다양해졌다. 단순히 희화화하거나 작위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옛날 일이다. '앙돌'과 '응급남녀'는 이혼남녀의 이야기를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다. 두 사람이 성숙한 모습으로 재결합 과정은 판타지에 가깝다. '세결'은 이혼 이후 두 남녀가 겪는 현실과 아픔 등에 초점을 맞춘다. '99만남'에서는 당당한 이혼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개진한다.

    ▲ 시청자의 공감대 확대-소재의 확장

    이처럼 이혼남녀 콘텐츠가 늘어난 데는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다. 이혼은 이제 가까운 이웃의 일이 됐다. 대한민국은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를 기록했다. 1시간에 14쌍이 이혼서류를 도장 찍고 있는 사회 현상이 반영된 셈이다.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시청자 층이 넓어졌단 이야기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이혼은 극적인 상황을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응급남녀'의 오진희(송지효)와 오창민(최진혁), '앙큼한 돌싱녀'의 나애리(이민정)와 차정우(주상욱)가 겪는 갈등은 평범한 연인들의 그것 보다 골이 깊다. 밑바닥의 감정까지 다 겪어 본 사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들이 서로에게 다시 호감을 느낄 때 좀 더 극적이다.

    '응급남녀'의 기획을 맡은 이찬호CP는 주간한국에 "이혼부부이기에 가능한 스토리가 있고 극적인 장면이 있다. 감정적으로 더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혼에게 예능프로그램은 신선한 영역이다. '99만남'은 SBS 예능프로그램 '자기야' 등에서 활용된 익숙한 부부예능이다. 하지만 결혼 경험이 있는 이혼여성 99명으로 구성된 판정단이 프로그램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이들을 프로그램 내에서는 '컴백녀'라 부른다. 이혼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지워내려는 시도다. 그들은 그저 패널에 그치지 않는다. 남편 자랑에 나선 아내들에게 게스트들보다 더 노련한 질문을 던진다. 때론 거침 없는 발언으로 MC 신동엽의 진땀을 빼게 만든다.

    ▲ 어떻게 다뤄져야 할까?

    이혼은 하나의 소재이지만, 사회 현상이기도 하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반드시 올바르게 다뤄져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성숙하고 다양한 시각은 필요하다.

    '앙큼한 돌싱녀'의 연출을 맡은 고동선 PD는 지난 달 2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혼남녀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돌싱'은 우리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의 이미지로 각인이 되는 것 같다. 결혼이든 인생이든 사업이든 사람과의 관계이든,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진심이 있다면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반면 '응급남녀' 제작진은 이혼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 이찬호CP는 "이혼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다만, 사랑에 대한 깊이와 다양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극 중에는 '돌싱'도 있고, 결혼이 두려운 남자도 있고, 싱글맘도 있고, 청춘남녀도 있다. '돌싱'도 다양한 사랑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99만남'의 메인MC 신동엽은 지난 달 2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혼을 숨길 이유는 없지만, 먼저 '이혼했어요'라고 말하긴 어려운 사회다. 알게 모르게 당하는 미세한 차별 때문"이라며 "'컴백녀'들이 TV에 못 나올게 뭐 있나. 그들의 이혼 사실을 지인들이 모르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이 방송을 통해 그 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는 '컴백'하신 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