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우, '꽃미남' 벗고 '남성미' 입었죠
  • 어느덧 9년차 배우… 응축된 연기력 뿜어내
    가장 큰 수확은 안정된 '중저음 톤' 연기에 적응
    '연기 9단' 조민기 선배와 같은 방 쓰며 많이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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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기자 realyong@hankooki.com
사진=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입력시간 : 2014.04.11 07:01:39 | 수정시간 : 2014.04.11 22:44:36
    2012년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배우 정일우. 이후 그에게 숱한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MBC 주말극 '황금 무지개'로 컴백하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적당히 하면 안 되나?" 하지만 그는 "적당히 되지가 않더라"고 말한다. 2006년 데뷔한 정일우는 어느덧 9년차 배우가 됐다. 갓 스무 살의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고, 이제는 30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 시간을 보내며 그가 느낀 건 하나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그의 고민은 깊었다. 정일우의 이런 고민은 고스란히 연기의 자양분이 돼 '황금 무지개' 속 서도영을 키웠다. 그가 연기한 서도영 검사는 가벼움과 진지함을 오가고, 진폭 큰 감정을 가진 인물이었다. 2년간 응축된 에너지를 뿜어내듯 정일우는 서도영이라는 인물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했다.

    "6개월 간 온전히 서도영으로 살았어요. 데뷔 후 가장 긴 호흡으로 연기한 작품이었죠. 하지만 막상 연기할 때는 '길다'는 느낌을 못 받았어요. 그만큼 '황금 무지개'에 몰입했죠. 어느덧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뒤돌아보니 참 많이 걸어왔다고 느꼈어요. 행복한 시간이었죠."

    '황금 무지개'를 거치며 정일우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은 수식어 '꽃미남'을 벗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속 고등학생 정일우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고, '꽃미남 라면가게'와 '49일' 속 패셔니스타 정일우를 그리워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정일우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두기'에 나섰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황금 무지개'다.

    "쟁쟁한 선배님들이 많이 출연하는 드라마였어요. 가장 가까이서 함께 연기한 조민기 선배님을 비롯해 김상중 박원숙 안내상 선배님들이 함께 하셨죠. 선배님들에게 조금도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다시 신인이 된 것처럼 대본을 파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주저할 것 없이 여쭤봤죠. 그런 노력이 드라마 속에서 조금이나마 보여진 것 같아 뿌듯해요."

    정일우는 '황금 무지개'를 끝내며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선배 조민기를 꼽았다. 극중에서는 애증의 관계에 놓인 부자 관계였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둘도 없는 선후배였다. 정일우는 촬영 내내 조민기와 함께 방을 썼다. 몇몇 나이 어린 주연 배우들이 독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일우는 '연기 9단' 조민기가 촬영을 준비하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지켜봤다.

    "극중에서는 백원(유이)이와 커플이었지만 밖에서는 조민기 선배님과 단짝이었어요.(웃음) '황금 무지개'에 출연하며 선배님들과 어우러지는 즐거움을 알게 됐죠. 지난 9년간 연기하면서 제가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뿐만 아니라 '인간'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정일우의 진심은 통했다. '황금 무지개'는 같은 시간대 방송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래서 '황금 무지개'가 남긴 열매는 달콤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정일우는 "어후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부터 치며 자신을 낮췄다.

    "제 연기만 생각하고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요. 어떻게 감히 타사 작품을 제가 평하고 비교할 수 있겠어요. 워낙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황금 무지개'에 출연하는 동안 다른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안타까워요. 이제 한숨 돌리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 못 본 드라마도 몰아보고 친구들도 만나려 해요."

    '황금 무지개'를 거치며 정일우가 거둔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안정된 톤'이다. 기존 꽃미남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톡톡 튀는 매력이 중요했지만 '황금 무지개'에 임하면서는 남성미 넘치는 중저음 톤을 잡으려 노력했다. 방송 초반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를 갈고 닦은 정일우의 연기력은 말미로 갈수록 꽃을 피웠다.

    "방송 초반 서도영은 진지함을 찾아보기 힘든 소위 '날나리' 검사였어요. 하지만 결국 검사로서 본분을 찾아가며 아버지에게 총까지 겨누게 되는 어두운 캐릭터도 변하죠. 제가 톤을 조금만 잘못 잡아도 시청자들이 어색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을 거듭했어요. 혼나지만 말자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칭찬도 많이 받아 기뻤죠. 연기하는 맛을 알려줬다는 측면에서 '황금 무지개'는 제게 참 특별한 작품이에요."

    밀린 잠이 많다고 볼멘소리를 내는 정일우. 하지만 마냥 쉴 틈은 없다. 다음 달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을 도는 팬미팅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일우의 국내 드라마 일정이 끝나기만 목놓아 기다리고 있던 해외 팬들을 외면할 순 없다.

    "해외를 오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해외 팬들을 만나고 올 때마다 참 좋은 기운을 받아 오는 기분이에요. 저와 말도 통하지 않고 가까이서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분들이 제 작품을 보고 저를 지지해주신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죠. 지난 2년간 공백기를 가지면서 묵묵히 기다리고 응원해준 그들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이제 제가 갚기 위해 나설 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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