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고 넘는 박달재'에 봄이 피었네
  • ■ 제천 청풍호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글ㆍ그림=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
입력시간 : 2014.04.05 07:01:08 | 수정시간 : 2014.04.05 07:01:08
    • 망월산성 정상에 세워진 망월루.
    중앙선 열차를 타고 제천역에서 내린다. 역 광장에 세워진 '박달이와 금봉이' 석상은 제천이 '울고 넘는 박달재'의 고장임을 말없이 대변하고 있다. 역전 정류장에서 잠시 기다리니 청풍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다가온다. 버스에 올라 20여 분 달려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자, 도로 좌우로 길게 늘어선 벚나무들이 연분홍빛 향연을 펼치고, 오른쪽으로는 충주호의 일부분인 청풍호의 푸른 물결이 잔잔하게 하느작거리기 시작한다.

    약 13㎞에 이르는 청풍호 벚꽃 터널은 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4월 중순 무렵을 전후하여 활짝 피어나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에 따라 제천시에서는 매년 벚꽃 피는 시기에 맞추어 청풍면소재지와 청풍문화재단지 등에서 청풍호 벚꽃축제를 펼치는데 올해는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잠시 후, 벚꽃의 황홀경 저 너머로 호수를 박차고 하늘을 향해 하얀 물기둥이 솟구쳐 오른다. 운 좋게도 때맞추어, 하루 다섯 차례(오전 11시, 오후 1시 30분, 3시, 5시, 7시 30분) 약 20분에 걸쳐 높이 162미터까지 물을 뿜는 청풍호의 명물인 수경분수를 만난 것이다.

    청풍호를 가로질러 놓인 청풍대교를 건너자 오른쪽으로 청풍문화재단지가 펼쳐진다. 버스에서 내려, 숙종 28년(1702년) 세워진 멋들어진 누각이자 청풍부를 드나들던 관문이었던 팔영루를 지나 청풍문화재단지의 아늑한 품속으로 들어선다.

    호반 언덕을 수놓은 청풍문화재단지

    • 제천역 광장에 세워진 ‘박달이와 금봉이’석상.
    충북 제천시 청풍면은 이름 그대로 청풍명월의 고을로서 아름다운 산수와 함께 그윽한 전통문화의 향기가 자랑이었다. 그러나 충주댐 건설로 대부분의 지역이 수몰됨에 따라 1985년 12월, 청풍면 일대의 문화재를 충주호반의 언덕에 옮겨 모아 문화재단지를 조성했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약 1만6천여 평의 면적에 한벽루, 금남루, 팔영루, 응청각, 금병헌, 청풍향교, 석조여래입상, 남방식 고인돌, 다양한 석물, 그리고 각종 민속가옥과 연자방아 등을 비롯하여 2천여 점의 문화재로 이루어져 있다.

    청풍문화재단지를 대표하는 건물이자 보물 528호로 지정된 한벽루는 고려 충숙왕 4년(1317년) 청풍현이 군으로 승격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누각이다.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 집으로 규모는 정면 4칸 측면 3칸에 이른다. 금남루(충청북도 유형문화재 20호)는 순조 25년(1825년) 청풍부사 조길원이 세운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2층 다락집이고, 숙종 7년(1681년) 세운 금병헌(충청북도 유형문화재 34호)은 집회 및 집무를 처리하던 동헌으로 정면 6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보물 546호인 석조여래입상은 높이 3.41미터로 신라 말기인 10세기경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풍만하면서 자비로운 얼굴이 인상적이다.

    망월산성 아래로 드리운 청풍호

    눈여겨볼만한 것은 황산리에서 옮겨온 남방식 고인돌이다. 밤하늘의 별자리로 보이는 성혈(星穴)이 새겨져 있는 까닭이다. 2천5백여 년의 세월을 거쳐 오면서 풍화작용으로 인해 많은 별자리가 마모되었으나, 큰곰자리의 북두칠성과 작은곰자리의 북극성은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밖에 조선 후기의 ㄷ자형 목조 기와집인 도화리 고가(충청북도 유형문화재 83호)와 ㄱ자형 팔작지붕 기와집인 후산리 고가(충청북도 유형문화재 85호) 등도 옮겨져 있어 발길을 잡는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망월산성(충청북도 기념물 93호)이 올라앉아 있다. 해발 373미터의 망월산 정상을 두르고 있는 이 산성은 삼국시대의 석성으로 추정되며 처음에는 고구려의 성이었다가 신라 소속으로 바뀐 듯하다. 성 둘레는 495미터에 이르렀는데 지금은 서남쪽으로 너비 16미터 높이 3미터, 남쪽으로 너비 15미터 높이 4.6미터가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 청풍대교 뒤로 금수산이 솟아 있다.
    망월산성 정상에 세워진 망월루에 올라 발아래로 드리운 청풍호를 굽어보는 맛은 가슴속까지 후련해질 만큼 시원스럽다. 더욱이 고색창연한 옛 고을의 풍취를 음미하면서 벚꽃과 산수유꽃 등이 서로 뒤질세라 피어난 봄의 정취에 젖어드노라면 시나브로 힐링이 되는 듯하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내려와 청풍면소재지로 발길을 옮긴다. 10여 분 남짓 걸어가는 동안, 바람결에 후드득 흩날리던 꽃잎이 코끝을 간질인다. 벚꽃 터널이 작별을 고할 즈음, 청풍장터에 다다른다. 청풍호 일원에서 수집한 수석들을 모아 놓은 수석전시관이 눈길을 끌고, 벚꽃으로 뒤덮인 장터는 활기에 넘친다. 예서 제천의 명품인 황기막걸리와 동동주를 마다할 수는 없을 터. 해물파전을 안주 삼아 흐드러진 벚꽃 아래서 마시는 한잔 술에 봄날은 절로 가누나.

    # 찾아가는 길

    남제천 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82번 국지도(국가지원지방도)를 타고 청풍으로 향한다. 대중교통은 중앙선 열차를 타고 제천역에서 내린 다음, 청풍으로 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 청풍문화재단지의 관문인 팔영루.
    청풍면사무소 인근의 팔영루가든(043-652-8066)은 송어비빔회로 이름나 있다. 오이, 깻잎, 당근, 양배추, 쑥갓, 상추 등 주인이 직접 기른 채소에 다진 마늘, 겨자, 콩가루 등을 넣고 비빈 송어회의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20여 가지의 양념을 독특한 비율로 배합한 초장이 맛의 비결이며 송어회 아래에 얼음 팩을 깔아 먹는 내내 신선도를 유지한다. 이밖에 쏘가리, 빠가사리(동자개의 사투리), 메기 등의 민물매운탕과 토종닭백숙, 산채비빔밥, 우렁이된장 등도 인기를 끈다. 청풍호반리조트 인근의 청풍황금가든 2호점인 황금떡갈비(043-647-6300, 6303)는 생강과의 식물인 울금과 사과, 배, 파인애플 등의 과일을 갈아 넣은 울금떡갈비로 유명하다.

    • 신라 말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석조여래입상.
  •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