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베아트리체 '애절한 사랑' 담겨
  • ■ 이탈리아피렌체& 베키오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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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입력시간 : 2014.04.14 12:45:50 | 수정시간 : 2014.04.14 12:45:50
    • 베키오 다리 위에서 본 풍경.
    베키오 다리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 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피렌체 역사지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다리에는 유서깊은 과거와 함께 세기의 연인인 단테와 베아뜨리체의 사랑이 담겨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걸어서 사색하기 좋은 피렌체

    토스카나 지방의 주도 피렌체는 사계절 화사하다. 구도심 어느 골목을 거닐다가 길을 잃어도 고풍스러운 건물과 그 건물이 간직한 예술작품, 사연들은 그림자처럼 뒤를 쫓는다. 중세의 유적과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로 채색된 피렌체는 '이탈리아 예술의 수도'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다.

    피렌체는 걸어서 사색하기 좋은 도시다. 피렌체의 상징인 두오모에서 우피치 미술관이 있는 시뇨리아 광장을 거쳐 아르노 강변으로 발길을 옮기면 베키오 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탈리아 예술의 수도에서 만나는 베키오 다리는 단순한 교각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아치형의 다리 위에는 보석가게가 조성돼 있고 상가 위로는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선 독특한 모습이다. 다리 위의 옛 비밀통로는 피렌체의 구시가와도 은밀하게 연결된다. 하지만 다리가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것은 단순히 외관 때문만은 아니다.

    베키오 다리엔 사랑에 대한 숱한 사연들 서려

    • 피렌체의 두오모.
    다리에는 사랑에 대한 숱한 사연들이 서려 있다. 피렌체에서 태어난 대표적 문호 단테가 베아뜨리체와 처음 만난 운명의 장소가 바로 베키오 다리다. 단테는 이 만남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승화시켜 사랑에 목숨을 거는 연인들의 심금을 자극했다.

    다리 위를 걷다보면 금 세공인인 벤베누토 첼리니의 기념비가 서 있고 그 주변에는 자물쇠들이 가득 매달려 있다. 베키오 다리를 찾은 연인들에게는 교각에 자물쇠를 매달고 그 열쇠를 아르노강에 던지는 행위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의식행위이기도 하다. 피렌체 시에서는 교각이 손상된다며 적발시 50유로를 부과한다고 엄포를 놓고, 자물쇠도 수시로 철거하고 있지만 젊은 청춘들의 사랑의식은 최근까지 반복되고 있다.

    베키오 다리는 푸치니의 오페라 'O mio babbino caro(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에도 등장한다. 오페라는 연인에 대한 사랑을 아버지에게 호소하며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베키오 다리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애절한 가사를 담고 있다.

    사랑에 대한 구구절절한 내용을 뒤로한 채 피렌체의 과거로 회귀하면 다리의 역사와 맞닿는다. 문헌에 베키오 다리가 등장한 것은 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117년 홍수로 무너졌던 다리는 재건과 붕괴의 사연을 반복하다 1345년 현재의 윤곽을 갖추게 된다.

    아르노 강 위를 가로 지르는 운치 있는 다리들

    • 베키오 다리.
    최근에는 보석상이나 기념품가게가 주류를 이루지만 14~16세기에는 푸줏간이나 대장간 등 서민용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다리 위를 빼곡하게 채웠다고 한다. 당시 피렌체의 상권을 좌지우지했던 가문은 메디치가였다. 토스카나 지방의 부호이자 실세였던 메디치가문은 피렌체에서 잉태된 르네상스와 예술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베키오 다리 위에 별도의 비밀 통로가 만들어진 것도 이 메디치가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2차대전으로 인해 아르노강변의 모든 다리가 무너졌을 때도 베키오 다리만은 전쟁의 상흔에서 비껴갈 수 있었다. 현지인들은 히틀러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전언하고 있지만 그 후 다리는 강변에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양끝을 무너뜨린 후 재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베키오 다리는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장면으로 다가선다. 다리 위를 거닐면 양쪽에 상점이 들어선 피렌체의 오래된 골목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강변에서 비쳐지는 다리는 바깥으로 창문을 낸 집들이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모습이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내려다 보면 예전 베키오궁과 피티궁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통로인 '코리도이오 바사리아노'의 윤곽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좀 더 운치 있는 다리의 광경을 원하면 언덕 위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구시가를 조망한다. 두오모와 피렌체의 붉은 지붕과 아르노강 위를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가 연출하는 실루엣들이 아득한 잔영을 만들어낸다.

    ■ 여행메모

    • 아르노강과 역사지구 전경.
    ▲ 가는길=피렌체는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의 중간지대에 위치해 있다. 각 도시에서 열차로 2~3시간 이면 피렌체에 닿을 수 있다. 역에서 두오모가 있는 역사지구의 중심, 베키오 다리까지는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 숙소=숙소들 역시 구도심안에 밀집돼 있다. 외관은 허름해도 내부는 탄탄하고 깔끔하게 갖추고 있는 소규모 호텔들이 다수다. 호텔들은 유적 관람을 위해 우피치 미술관 등의 티켓 구입을 대행해 주기도 한다. 비수기에도 우피치 미술관을 입장하려면 줄을 서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 먹을 것=음식들은 베네치아 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아침, 점심을 아끼더라도 저녁한끼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를 맛보는 추억을 놓치지 말자.

    • 다리 위 거리와 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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