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이야기가 있는 맛집(288)] ‘기사문’ 조진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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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8.12 07:12:02 | 수정시간 : 2017.08.12 07:12:02
    동해 바다, 산과 들의 자연산으로 음식 내는‘한국형 해물전문점’

    2007년 문 연 늦깎이 조리사…독특하고 신선한 고품격 생선 전문점

    세 스승인 동해바다와 인근 항구, 어머니, 서울관광객이 ‘기사문’ 만들어

    메뉴판 없고, 예약만 받아…그날 어시장 최고의 재료로 최선의 음식 내놔

    “고향 강릉에서 한식해물전문점 만들고 싶어”…한식의 새로운 변주 시도

    묘한 식당이 있다. 생선전문점이다. 위치는 강릉. ‘기사문’은 흔한 횟집이 아니다. 바닷가도 아니다. 시내 주택가다. 생선전문점. 해물을 전문으로 내놓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혹은 ‘오마카세 식당’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기사문’의 주인이자 조리사인 조진호 대표를 만났다. 조 대표에게 듣는 ‘희한한 식당 기사문’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들.

    너무 짧은 조리사 경력 10년

    조진호 대표, 1974년생. 경력이 특이하다. 음식점의 문을 연 것은 2007년이다. 조 대표는 30대 중반이었다. 이때 처음 “음식을 시작했다”. 음식점 오너로는 이른 나이지만 음식을 만지는 조리사로는 늦었다. 늦깎이다.

    처음 ‘주문진곰치국’이란 상호로 문을 열었다. 소규모로 식당을 시작하는 이들은 오랜 기간 ‘주방 훈련’을 거친다. 배워야 ‘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다못해 대학교에서 음식 관련 공부를 한 ‘예비 조리사’들도 수습 기간을 거쳐야 주방 일을 시작한다.

    식당일을 해본 적도, 주방에 서 본 경험도 없었다. 인근 대학에서 관광학을 공부했다. 직장도 음식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은행과 서울 동대문시장에서의 의류 관련 일. 따분했다.

    “은행 일도 그렇지만 동대문시장에서 의류, 섬유 관련 일을 하는 것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일이 따분했죠.”

    고등학교를 주문진에서 다녔다. 대학도 강릉 인근이었다. 바다는 ‘여름철 놀러 가는 곳’이 아니었다. 집 앞 혹은 등하교 길에 바다는 늘 그곳에 있었다. 집안에서도 바다, 생선과 관련 있는 일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생선은 흔하게 만났다. 지금은 사라지다시피 한 각종 생선, 생선 관련 음식을 매일 볼 수 있었다.

    횟대식해를 아십니까

    ‘횟대’는 쏨뱅이 목의 생선이다. 작은 편이다. 다 자라도 30∼40센티를 넘기지 않는다. 생긴 것은 흉측하다. 대도시 소비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가끔 대도시 일식당 등에서 일부러 구해서 사용할 정도. 생선 고수들은 대구횟대가 있고 붉은 횟대가 따로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쏨뱅이’는 남해안에서 더러 보이는 생선이다. 남해안 통영에서는 얼 말린 쏨뱅이를 굽거나 쪄 먹는다. 역시 고급 어종이다. 얼핏 보면 횟대는 쏨뱅이 비슷하다.

    양이 많지 않으니 대도시로는 유통하지 않는다. 대부분 현지에서 소비한다. 필자는 횟대와 횟대식해(食醢)를 ‘기사문’에서 처음 보았다. 동해안 가자미식해는 비교적 널리 알려졌다. 도루묵식해만 하더라도 생경스럽다. 그런데 횟대식해라니.

    “싱싱한 큰놈은 횟감으로도 쓰고 구워 먹기도 하고, 작은 건 전부 식해로 만들었습니다. 횟대나 횟대식해는 어린 시절 많이 봤던 겁니다.”

    그럭저럭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이 이력이 붙을 만도 하지만 늘 마음은 고향 강릉에 가 있었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생선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고향 강릉이 그리웠다.

    “특별한 동기는 없는데 막연히 ‘언젠가는 고향에 가서 음식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장생활 하면서도 음식에 대한 관심은 있었습니다. 봄철 영덕으로 대게를 보러 가기도 하고. 쉬는 날, 남는 시간에는 늘 맛집을 다녔지요.”

    음식을 만지면 잘 하겠다는 주변의 권유(?)도 많았다.

    2007년 서울 생활을 접고, 강릉에 불쑥 음식점을 열었다. ‘주문진곰치국’. 곰치국은 어린 시절, 겨울철에는 늘 먹던 음식이었다. 가장 친근하고 편한 음식. 어머니가 끓여주셨던 곰치국 정도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믿음도 있었다.

    세 분의 스승이 있다

    삶과 일의 방향은 가끔 예기치 않았던 만남이나 우연을 통하여 바뀐다.

    “새벽의 항구 어시장에서 서울에서 온 관광객을 만났습니다. ‘곰치국 전문점’을 할 때였지요. 디자인 관련 대학교수셨는데, 이분한테 음식을 많이 배웠습니다.”

    첫날 항구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두 사람은 ‘주문진곰치국’으로 돌아왔다.

    “그분은,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저보다 더 많은 생선요리법을 알고 있더라고요.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외국 음식도 잘 알고 있고요. 생선 만지고 음식 만드는 것도 가능한 분이라서 주방에 같이 서서 생선 다듬고 음식 만들고 했지요. 저는 먹어보고 만들 줄은 알지만 뭘 만들어야 할는지는 잘 모르는 상태였고요. 주방이 실험실이 된 것처럼 둘이서 열심히 이런저런 음식들을 만들어 봤습니다.”

    음식선생도 없이, 학원,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조진호 대표는 자신에게 세 사람의 음식선생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선생은 동해바다와 강릉, 기사문, 주문진, 사천 등의 인근 항구다. 어린 시절 동해바다와 인근 항구들이 내놓는 생선들을 통하여 생선과 음식을 배웠다. 두 번째 선생은 어머니다. 생선 만지는 법부터 젓갈 담그는 법까지. 강릉 인근 크고 작은 산과 계곡에서 나오는 나물들을 만지는 법도 어머니에게 배웠다.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들을 재현할 수 있는 것도 ‘어머님 선생’이 계시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 번째는 ‘서울관광객’이다. 많은 음식들을 배웠고, 결국 ‘주문집곰치국’에서 생선과 강릉 인근의 나물, 고기 등을 조합하여 내놓는 ‘기사문’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자연산을 사용하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음식점 운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화로 생선을 배달시키면 그 생선의 장단점을 알 도리도 없고, 또 생선에서 어떤 맛을 끌어내야 하는지도 알 도리가 없습니다.”

    생선마니아들은 조진호 대표가 물차에서 생선, 새우 등을 옮기는 모습을 보고 ‘기사문’과 ‘기사문의 음식’을 믿기 시작한다. 생선도 운반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깊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던 녀석들이다. 좁은 수족관과 물차는 마땅치 않다. 잡힐 때, 배에 실릴 때, 항구 어시장에 옮길 때, 물차에 싣고 달릴 때, 다시 가게의 수족관으로 옮겨질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물고기가 맛있을 리는 없다. 조심스럽게 옮기고, 적절한 시간 안정시킨다.

    메뉴도, 메뉴판도 없다?

    “일부러 메뉴판을 만들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몇 번 메뉴와 메뉴판을 만들려고 했지요. 처음 ‘주문진곰치국’을 할 때는 메뉴판이 있었습니다. 메뉴가 딸랑 두 개라서 ‘곰치국 1만2000원, 복어국 1만5000원’이라고 써 붙였지요. 자연산 식재료는 예약이 안됩니다. 메뉴를 정하기 힘들죠. 넉넉하게 잡혔던 오징어가 제철을 맞아서도 잡히지 않고, 어제까지 많이 잡히던 청어가 어느 순간 거짓말같이 사라집니다. 자연산은 생산물량이 들쭉날쭉합니다. 새벽에 바닷가 항구에 나가봐야 어떤 생선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기에 따라 바다에 못 나가는 날도 많습니다. 메뉴를 정할 수가 없지요. 예약을 받더라도 음식을 미리 정할 수는 없습니다. 매번 항구에 나가서 생선을 보고 그날 메뉴를 짭니다. 결국 ‘기사문’의 메뉴는 동해바다가 정하는 거지요.”

    실제 2017년 봄, 청어가 많이 잡혔던 적이 있었다. 큰 청어 한 마리가 200원이라는 말도 떠돌았다. 청어가 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릉에 청어를 보러 가겠다”고 마음먹고, 전화를 했다. 대답은 엉뚱했다. “청어가 거짓말같이 사라졌다”는 것. 며칠 전만 하더라도 물량이 넘쳐 항구 바닥에 청어가 지천이라고 했다. 깊은 바다의 속내는 알 수가 없다. 경험으로 언제쯤에는 어떤 생선이 나온다고 짐작하지만 매번 정확지는 않다.

    예약하지 않으면 빈자리 있어도 입장불가

    예약을 하지 않으면 빈자리가 있더라도 손님을 받지 않는다. 식당의 권위를 위해서가 아니다. 예약 없이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 바로 음식을 만들 수는 없다. 식재료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인근 콘도에 오는 재벌 집안 가족들, 유명 언론사 대표들도 마찬가지. 예약을 한다. 누가 오더라도 마찬가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준비할 수 없다.

    “예전에는 매일 새벽 항구에 나갔습니다. 강릉 인근 항구 서너 곳을 매일 새벽 갔지요.”

    머릿속에는 ‘오늘 오실 손님’에 대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몇 명인지, 그들이 원한 음식이 무엇인지, 피하는 생선요리와 원하는 생선요리가 다 입력되어 있다. 가게 카운터에도 메모가 남아 있고 머릿속에도 내용이 남아 있다. 이른 새벽이다. 그 주문들을 기억하고 항구에 나가서 생선을 본다. 항구에서 생선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음식 내용이 그려진다. “저 생선으로 회를, 이 생선으로 조림을, 초밥은 이렇게, 맑은 탕은 비단조개로….”

    대략 8개 코스 이상으로 이루어지는 ‘기사문의 음식’은 어시장에서 결정된다.

    한국형 생선전문점을 하고 싶다

    한식이 우수하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한식은 우리가 오랫동안 먹었던 음식이다. 친근하다. 특별한 조리법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생선마다 맞는 조리법이 있다고 믿는다.

    필자는 ‘기사문’에서 비싼 복어를 넣고 끓인 라면을 먹은 적이 있다. 맛있었다. 복어 뼈, 머리 부분으로 육수를 내고, 복어 살을 넣었다. 콩나물국 같은 복어라면이 아주 시원했다. 자주 먹으면 사치다.

    연곡천 언저리에서 나오는 나물들과 생선회, 찜을 섞기도 한다. 새롭다. 교산 허균은 <도문대작>의 첫머리에서 ‘어릴 적 외가 강릉에서 먹었던 방풍나물 죽’을 이야기한다. 강릉의 자연산 방풍으로 끓인, 향기가 은은한 방풍죽도 이 집에서 먹었다.

    ‘한국형 생선전문점’을 만들고 싶다. 손님이 직접 만들어 먹는 초밥과 몇몇 탕 음식은 신선하다. 회를 써는 방식도 재미있다. 음식이, 한국적이고 한식이다. 조진호 대표는 ‘고향 강릉에서 한식해물전문점’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글ㆍ사진=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사진 설명

    -‘기사문’의 조진호 대표. 30대 중반에 음식점을 시작한 짧은 경력이다. 그러나 ‘기사문’은 한국형 해물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손님이 직접 생선과 밥, 고추냉이를 더해서 초밥을 만든다. 간장 대신 소금을 사용하는 것도 이채롭다.

    -회와 가자미 찜.

    -복어라면이다. 복어 뼈, 머리 등으로 육수를 낸다.

    -골뱅이 회와 봄철 나물이 만났다.

    [강릉 맛집 4곳]

    서지초가뜰

    창녕 조씨 집안의 음식이다. 모내기 철, 동네사람들, 일꾼들과 더불어 먹던 음식을 내놓는다. 모내기 철 밥상인 ‘못밥’ ‘질상’ 등으로 유명하다. 씨종지떡도 아주 좋다.

    권오복옛날분틀원조메밀국수

    가게에 피노키오 나무인형이 가득하다. 100% 국산 메밀로 국수를 만든다. 가게이름도 ‘막국수’가 아니라 ‘메밀국수’다. 일본식 ‘소바’도 가능하다.

    52BLOCK

    10∼20시간 충분히 발효/숙성시킨 후 빵을 만든다. 천연발효종을 사용하는 식사빵 위주다. 매일 오전 빵을 내놓고 당일 제조, 당일 판매를 지킨다. 2층 카페도 좋다.

    인비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다. 가족단위 식사 장소로 아주 좋다. 감베리 크레마, 마르게리따 피자 등이 수준급이다. 진정성을 갖춘 이가 만든 소박하지만 제대로 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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