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한의학267] 보혈약(補血藥)-둥굴레, 옥죽(玉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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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11.06 07:00:37 | 수정시간 : 2017.11.06 07:00:37
  • 가끔은 필자도 한의사인 것을 잃어버리는 적이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필자를 생각해서 몸에 좋다는 이것저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내주면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더욱 그렇게 된다. 그 중에는 양파 즙도 있고, 헛개나무 액도 있고, 야관문과 음양곽을 넣고 담근 술도 있고, 둥굴레를 볶아서 보내준 것도 있다. 먹자니 지난 칼럼에서 ‘오랫동안 한 가지 약을 복용하면 몸을 해친다.’고 뱉은 말이 있어 멈칫해지지만 마님의 쌍심지를 켠 얼굴을 대하노라면 어쩔 수 없이 복용을 하고 감상문까지 써야 한다.

    장모님께서 손수 재배하고 수확해서 말려서 살짝 볶아 보낸 둥굴레는 나에게 있어선 두말할 나위가 없는 갑(甲)이다. 잘 볶아서 구수한 맛이 나는 옥수수와 함께 연하게 끓이면 향도 좋고 맛도 좋아 음료로는 안성맞춤이라 반드시 즐겨 마실 수밖에 없다.

    둥굴레는 한약재로 오래전부터 써 왔으며 둥굴레 종류에 따라 한약재 명칭을 다르게 부른다. 둥굴레와 왕둥굴레, 옥죽의 뿌리줄기(根莖)를 건조한 것은 옥죽(玉竹)이라 부르고, 층층둥굴레, 전황정(滇黃精), 낭사황정(囊絲黃精)의 뿌리줄기를 건조한 것을 황정(黃精)이라고 부른다.

    옥죽과 황정은 모두 백합과의 Poligonatum속으로 같다. 옥죽은 중국에서 주로 자생하며 나머지는 우리나라에 자생해서 볼 수 있는 식물이다. 하지만 층층둥굴레는 앞으로 우리 시야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층층둥굴레는 주로 강변 모래땅에서 군락을 이뤄서 산다. 4대강 사업이 졸속으로 속도전의 양상으로 전쟁처럼 치러지면서 하천 근처의 수생식물에 대한 조사와 보존 방침 같은 기초적인 사항도 재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정해진 날짜에 수백 킬로가 되는 하천을 정비하는 일을 마쳐야 하는 관계로 밤낮없이 불도저와 포클레인으로 강바닥을 헤집고, 모래를 채취하고, 콘크리트를 쏟아 부었을 것이다. 매일 전투를 치루는 사람들 눈에는 강변 가장자리에 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곱고 아름다운 모래와 그에 기대어 꽃을 피우고 후손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는 무수히 많은 동식물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층층둥굴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등재되어 있다. 2015년 파주시에서 문산천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층층둥굴레 2만 개체를 다른 하천주변으로 옮겼으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아쉬움을 더해주고 있다. 우리가 흔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둥굴레 하나에도 이런 여러 가지 사연이 숨어 있다. 살아있는 모든 동식물들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을 테니 예쁘다고 꽃을 꺾지 말 것이며, 근사하다고 잘 살고 있는 식물을 집안으로 함부로 옮기지 말자.

    옥죽(玉竹)과 황정(黃精)은 모두 폐경(肺經)으로 약효가 유입된다. 다만 옥죽은 위경(胃經)으로 유입되고, 황정은 비경(脾經)과 신경(腎經)으로 유입되어 차이를 나타낸다. 옥죽은 약간 찬 성질(微寒)을 지니고 있지만 황정은 따뜻하지도 차지도 않고 평이하다. 맛은 둘 다 달다. 옥죽은 약간 차며 진액이 많은 관계로 양음윤조(養陰潤燥)의 효능이 있다. 음분(陰分)을 기르고, 마른 것을 촉촉하게 적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생진지갈(生津止渴)하게 된다. 진액을 생성시켜 갈증을 멎게 한다는 뜻이다. 옥죽이 가지고 있는 진액의 형태는 끈적임이 엷은 관계로 위장에서 체하지 않게 한다. 그래서 폐(肺)나 위(胃)로 가서 건조한 것을 촉촉하게 기름칠 해 주는 효능이 있다.

    허파가 건조해서 가스 교환이 어려워 마른기침을 하거나 진액이 말라서 끈적끈적하고 누런 가래를 뱉을 때 쓸 수 있다. 또한 위장이 조열(燥熱)로 인해서 진액이 마르면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며 쉬 배가 고픈 증상 즉 소곡선기(消穀善飢)가 나타날 때도 역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원래 바짝 말라서 음허(陰虛)한 체질이 외부에서 들어온 사기(邪氣)에 의해 열이 나서 더욱 진액이 말라 기침할 때 역시 사용할 수 있다. 대나무 칼로 마디마디를 자르고 껍질을 벗겨서 씻는다. 이걸 그대로 사용하면 찬 성질이 있어 풍열질환에 많이 쓰고, 진액을 보하기 위해서는 이걸 꿀물에 버무려 쪄서 말려 찬 성질을 약간 누그러뜨린 다음에 사용한다. 그래도 진액이 꽤 있는 편이라 비위에 걸죽한 습담(濕痰)이 있을 때는 사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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