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가 있는 맛집(325)] ‘스바루’ 강영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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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5.25 00:21:56 | 수정시간 : 2018.05.25 00:58:24
  • 일본식 ‘메밀 소바’ 전문점…일일 한정 판매, ‘나만의 소바’ 내놔

    일본서 소바 배워, 현재도 ‘소바 공부’∼기본에 충실, 자신만의 소바 선뵈

    하루 120그릇 정도, 방송 출연 고사… ‘새로운 소바’ 연구, 아들 대(代) 이어

    • '스바루' 강영철 대표. 조만간 신촌으로 '귀향' 한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메밀 소바 전문점 ‘스바루’. ‘스바루’는 ‘昴, 묘’의 일본어 발음이다. ‘昴’는 ‘묘성(昴星)’이다. 일본식 별자리 이름이다.

    방배동 ‘스바루’는 일본식 ‘메밀 소바, SOBA’ 전문점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메밀국수는 당일 판매 수량을 한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손님들이 줄을 서는 이른바 맛집이다. ‘스바루’의 주인이자 주방 책임자 강영철 씨를 만났다.

    • 방배동 '스바루'의 바깥 모습.


    서울토박이의 귀향

    웃으며, “곧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강 대표는 서울토박이다. 서울사람의 귀향이라니? 몇 마디 더 들었다. ‘서강 무렵의 광흥창 역’ ‘신촌에 있던 강화도 행 버스 터미널’ ‘신촌 로터리 부근 노고산동’ 등등의 지명들이 등장한다.

    서강대와 신촌로터리 사이의 옛날 동네가 고향이다. 부모님까지 따지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대략 광흥창 역 부근, 신촌과 멀지 않은 마포 끝자락, 용산구의 시작인 용마루 언저리 등이 등장한다. 서울의 서남쪽에서 나고, 자라고, 학교를 다녔다. 고향은 신촌로터리 부근이다. 그 언저리로 가게를 옮긴다는 뜻이다. 서울 안에서의 ‘귀향’이다.

    지금 가게는 방배동 초입에 있다. 강 대표의 표현대로 고향으로 돌아간다. 곧 가게를 ‘예전 강화도 행 버스 터미널’이 있던 곳으로 옮긴다. 태어난 곳에서 불과 500m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이다. 서울토박이가 ‘귀향’을 말하니 생경스럽다.

    ‘스바루’ 손님들은 음식에 앞서 분위기가 참 깔끔하다고 느낀다. 소바든 우동이든 먹고 나면 역시 ‘참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과 그릇, 내부 분위기, 손님들의 태도도 깔끔하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온 손님들이 메밀가루를 사가기도 한다.

    • 창문 너머로 맷돌제분기가 보인다. 이곳에서 제분, 제면을 해낸다.


    오른 편에는 작은 공간이 있다. 제분, 제면 공간이다. 메밀과 다른 곡물들을 보관하고 반죽, 써는 과정을 해내는 공간이다. 강영철 대표만의 독립된 공간. 유리창 너머로 반죽, 제면실을 본다. 좁은 공간이다. 역시 깔끔하다. 기물들이 잘 정리, 정돈돼 있다. 강영철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 부드럽지만 깔끔하다.

    강영철 대표. 1958년생. 신촌 언저리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자랐다. 평범한 삶.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평범하지 않은 일을 겪었다. 폐결핵. 학교를 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대학교 진학과 군대 입대를 모두 포기했다.
    • 튀김 등을 더한 세트 메뉴.


    일본으로 가다, 메밀을 만나다

    “고등학교 졸업 후 관광업 관련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회사였는데, 입사 후에 일본 근무 발령을 받았습니다. 마케팅 업무였습니다. 14년 간 일본 전역을 다 다니며 일을 했습니다. 회사 업무 차 만나는 분들 중 직급 높은 분도 많았고 부호들도 많았습니다. 그분들 접대 차 혹은 소개 받아서 좋은 소바, 우동 집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때 메밀 소바를 만났지요. 국수, 소바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귀국하면 뭘 할까, 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고 그중 소바 만드는 걸 제일 열심히 배웠습니다. 좋은 스승도 만났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일본 스승님과는 연락을 하고 있고 크고 작은 일을 여쭤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학교 졸업 후 일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게 도움이 되었지요.”

    일본과의 인연이 우연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귀국 교포’였다. 강 대표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살다가 1945년 11월 귀국했다. 일본 오사카 일대에서 큰 사업을 했다고 들었다. 현지에서 재일 한국인들을 위한 교회까지 지었던 인물. 강 대표는 일본에서 14년간 일하면서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본 적이 있다.

    “현지에 계신 분들이 아버지를 여전히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열적으로 활동하셨던 사업가셨죠.”

    부모님들이 일본 유학 시절 만나서 결혼하고 일본 생활을 거친 후 귀국했으니 일본 문화와는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나중에 일본 생활을 할 때 도움이 된 것도 당연하다.

    “일본 소바 스승님이 올해 86세입니다. 연세가 많지요. 지금도 크고 작은 일을 여쭤보고 배웁니다. 최근에는 아들이 스승님께 소바를 배우겠다고 일본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2대가 같은 스승님께 배웠습니다. 아들은 일본에서 공부한 후, 지금은 귀국해서 1년째 소바만 썰고 있습니다. 흔히 소바는 최소 5년을 해야 어느 정도 해낸다고 이야기합니다.”

    14년간 일하면서 강 대표는 일본에서 지사장까지 승진했다. 이런 저런 일로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에 정착했을 때 그는 서울 홍대 인근에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 이름은 그때도 ‘스바루’.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많이 부족했지요. 2002년, 2003년 사이 2년간이었는데 힘들게 하다가 문을 닫았지요.”

    “젊은 나이였다”고 말한다. 젊으니 열의는 뜨거웠고 솜씨는 열의를 따르지 못했다.

    “구체적인 숫자로 설명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때 하루 소바 50∼60그릇 만드는 것이 한계였습니다. 지금은 110∼120그릇 정도 만들지요. 완성도도 지금이 높습니다.”
    • 메밀 소바


    소바, ‘니하치 면’이 대세다

    소바는 한국식 냉면이나 막국수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메밀을 주 재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국수 만드는 과정은 전혀 다르다. 소바는 절삭면(切削麵) 혹은 절면(切面)이다. 반죽으로 적당한 모양을 만든 후 자르는 식이다. 칼로 썰기도 하고 전용 작두로 자르기도 한다. 한국 냉면이나 막국수는 압착면(壓搾麵) 혹은 착면(搾麵)이다. 반죽을 일정한 틀에 넣은 후 짜내는 방식이다. 구멍으로 국수가 떨어지면 바로 삶아낸다.

    삶아서 냉수처리를 하는 과정도 비슷하지만, 소바와 냉면, 막국수는 전혀 다른 질감을 준다. 국물까지 포함하면 일본 소바와 한국 냉면, 막국수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국물에 넣어서 먹는 것은 두 음식 모두 비슷하지만 일본 소바는 국수를 장물(쯔유)에 찍어서 먹는 경우도 있다.
    • '스바루'의 우동


    한국 냉면도 수백 년의 역사를 이야기하지만, 일본 소바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소바에 대한 ‘다수설’은 약 500년 전인 16세기 무렵부터 소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스바루’의 소바는 이른바 ‘니하치 면’이다. 메밀 80%, 밀가루 20%로 만든 면을 말한다. 일본에도 메밀 100%의 ‘주와리 면’이 있지만 ‘니하치 면’이 대중적이다.

    ‘주와리 면’이든 ‘니하치 면’이든 일본 소바는 메밀 면을 만드는 전 과정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일본 문화 특유의 세심함으로 만든 소바에는 ‘면의 가치’가 담겨 있다.
    • 일본 소바 중에도 국물에 넣는 형태가 있다.


    소바의 시작은 메밀 경작이다.

    “홍대 부근에서 ‘스바루’를 처음 문 열었을 때에도 월요일에는 당일치기로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일본 가서 스승님 뵙고, 도쿄의 츠키지 등 시장에 가보고, 메밀 소바 집도 다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당일 돌아왔습니다.”

    월요일에는 가게가 쉰다. 한국, 일본이 불과 2시간 거리라지만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을 것이다. ‘홍대 스바루 시절’에는 당일치기 일본행이었지만 스바루의 문을 닫고 나서는 편하게 일본으로 ‘소바 공부’를 다녔다. 홋카이도의 드넓은 메밀밭도 봤다. 메밀을 수확, 보관, 유통하는 과정도 듣고 배웠지만 메밀을 기르는 사람들이 말하는 메밀의 ‘성격’도 배웠다.

    지금은 한국에도 비교적 흔한 ‘전통적인 모습의 전기 맷돌’은 일본에서 오래 전 시작한 것이다.
    • 멧돌 제분기


    “메밀을 제분하는 것, 갈아내는 것은 맷돌의 회전 속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맷돌 속도가 늦을수록 메밀가루가 좋습니다. 1분당, 16∼18회를 이야기하는 분도 있고 12∼14회까지 낮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맷돌을 빨리 돌리면 많은 양의 메밀가루를 얻을 수 있지만 가루가 열에 노출됩니다. 뜨거운 메밀가루는 나중에 반죽해보면 좋지 않습니다. 맷돌에 사용하는 돌의 종류나 크기도 문제가 됩니다. 저는 몇 해 전에 미리 계획해서 맷돌 제작을 의뢰합니다. A/S에 관해서도 미리 약속을 받지요.”
    • 소바 가락이다. 제분부터 제면까지 모두 현장에서 이뤄진다.


    국수를 만들기 위한 반죽은 메밀가루, 밀가루, 소금, 물 등을 사용한다. 메밀가루도 동일한 것은 아니다. 생산지, 생산 후 보관 기간, 보관 방식, 제분 방식 등이 모두 미묘한 영향을 미친다. 일본에서는 북해도의 메밀밭을 보지만 정작 몽골 산 메밀에 대해서도 관심이 깊다. 현재 ‘스바루’는 중국 산 메밀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여러 번 시험해본 것이다.

    메밀가루의 종류, 배합비율은 물론이거니와 배합하는 순서, 방식에 따라 반죽, 국수는 달라진다.

    “소금은 천일염을 사용합니다. 간수 뺀 것이지요. 상당수의 재료는 한국에서 구합니다. 쯔유에 쓰는 간장도 국산을 사용합니다. 하나, 둘 국산품으로 맞춰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인데 굳이 일본 식재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일본식 덮밥


    일본 방식, 일본의 소바 문화 중 배울 것은 철저히 배울 참이다. 어느 정도 배우고 익히면 언젠가는 ‘나만의 소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게가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면 가게 운영이 힘들어집니다. 지금처럼 손님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재방문 하면 제가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있습니다. 갑자기 많은 손님들이 들이닥치면 제가 감당을 할 수가 없습니다.”

    5년 전 우연찮게 방송에 출연한 후, 혼이 났다. 단골이었던 유명 개그맨이 직접 찾아와서 촬영을 했다. 방송 후 감당하지도 못할 정도로 손님들이 밀어닥쳤다. 2008년 현재 위치에서 문을 연 후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하루 소바 120 그릇 쯤 만드는 게’ 손에 익었다. 더 이상은 할 수가 없다. 5년 동안 꾸준히 방송 출연을 거절하는 이유다.

    대신 ‘복분자 소바’ ‘오미자 소바’ ‘레몬 소바’ 등 새로운 음식에 대한 관심은 깊다. 고추냉이를 이용한 ‘와사비 아이스크림’이나 ‘매생이 소바’ ‘소바 아이스크림’ 등도 마찬가지. 아들이 든든하다. 언젠가는 아들과 더불어 메밀과 관련한 사업도 할 것이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방배동/서초동 맛집 4곳 ]

    양양메밀막국수


    ‘미쉐린 빕구르망’ 선정 업소다. 양양 출신의 주인이 100% 메밀 막국수를 내놓고 있? 메뉴 중 ‘명태회무침’이 특이하다. 별도 주문하면 먹을 수 있다.

    샘밭막국수


    춘천의 ‘샘밭막국수’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메밀 막국수도 좋지만 세트 메뉴가 아주 좋다. 막국수와 더불어 수육을 먹을 수 있다. 주차장도 좋은 편.

    미나미


    젊은 조리사가 수준급의 메밀 면을 내놓는다. 청어가 들어간 ‘니싱소바’를 국내에 알린 공로가 있다. 면, 육수 모두 깔끔하고 수준급이다.

    댓짱돈까스


    세트 메뉴로 주문하면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고기, 생선 돈까스와 우동 등을 한 세트로 내놓는다. 양도 넉넉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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