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심부름센터, "시켜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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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5.03.09 14:58:31 | 수정시간 : 2005.03.09 15:02:10
  • 심부름센터, "시켜만 주세요"
    돈만 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범죄센터'로 변질, 방치땐 사회문제





    ♤ 기자 : 여친한테 다른 남자가 생긴 모양인데, 그런 놈 손보는 일도 합니까?
    ♣ 업자 : 죽여 달란 얘기는 아니죠? ㅋㅋ… 워낙 단속이 심해서.
    ♤ 기자 : 그냥 더 이상 만나지 않게만 해 주시면 됩니다 … 비용은 얼마나?
    ♣ 업자 : 사람 상대하는 일은 좀 힘든데…최하 100.
    ♤ 기자 : 좀 깍아 주세요.
    ♣ 업자 : 이거 잘못했다가는 우리 쇠고랑 찹니다. 우선 이리로 연락주세요 01X-XXXX-XXXX

    한 인터넷 까페에 등록된 T심부름센터와 기자가 메신저로 채팅한 내용이다. 그러나 ‘손 봐 달라’는 사연을 띄운 뒤의 실제 접촉이 이뤄지기까지는 만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 알려 준 번호로 전화를 걸자, 3번째 신호음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아, 이거 정말 싸게 해 드리는 겁니다. 예전에는 200(만원) 받던 일입니다.” 깍아 달라는 얘기를 해서인지 먼저 가격에 쐐기를 박고 나왔다. 착수금으로 50만원을, 그리고 나머지는 ‘사건’을 처리한 뒤에 받겠다며 “우선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서로간에 신뢰가 쌓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지난 2월 28일. 이미 2004년 12월 종신 보험에 가입시킨 부인(32), 딸(8), 아들(5)을 살해해줄 것을 의뢰한 가장 이모(36)씨가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5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타내려는 짓이었다. 이씨와 범행을 공모한 용역업자는 심부름 센터 직원이었다.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하는 그들. 이쯤 되면 심부름센터는 ‘범죄 센터’다.

    심부름센터(흥신소)들이 내건 서비스로는 ‘기업이나 개인 업체등의 부정 영업 행위 조사’, ‘가출 자녀(가족), 옛 애인 등의 소재 파악’, ‘휴대폰ㆍ자동차 번호로 사람 찾기’, ‘이혼 및 불륜 증거 수집’, ‘메일 계정 비밀 번호 캐기’, ‘채권 추심’ ‘기타 가능한 모든 일 처리’ 등이다. 그들의 말마따나 실제로 불가능한 일은 거의 없다. 어렵사리 확인한 대로 청부 폭행도 서슴지 않는다. 돈 있고 마음만 먹으면 심부름센터를 통해서 폭행은 물론, 더한 일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흥신소를 추천해 달라는 네티즌의 질문에 달린 답에 적힌 한 심부름센터로 전화를 했다. 전화가 들어간 곳은 경남 마산의 J 심부름센터. 먼저 “부인한테 다른 남자가 생긴 것 같다”고 운을 떼자 “그래도 옛날엔 의리가 있어, 임자 있는 사람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요즘 놈들은 ‘싸가지’ 없이…”라는 답이 되돌아 왔다. 전화를 건 쪽보다 오히려 더 흥분하는 형국이다. 나중에는 “그런 놈들은 다 씨를 말려 버려야 한다”며 씩씩댄다.

    우선, 확실한 사실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직원 2명을 아내 직장은 물론, 오가는 길에 24시간 직원 두 사람을 붙이는 대가로 선수금 100만원을 요구했다. 녹음이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위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당장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가 어디서 뭐 하는 사람인지 우선 밝힌 후에 사장님이랑 다음 ‘작전’을 생각 봅시다.” (그는 기자쪽을 깍듯이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생활정보지에 실린 어느 심부름센터. 이번에는 변심한 애인의 메일 계정 비밀번호나 휴대폰 통화 목록을 알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예전엔 400~500만원 정도에 그 해당 업체의 관계자를 매수해서 빼낼 수 있었는데, 워낙 사내 보안과 윤리 교육, 처벌이 강화되다 보니 그 방법은 거의 힘들고, 조회하게 되면 그 조회 기록까지 남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숨으로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자, “대신 이 메일의 비밀 번호는 우리가 특별 주문 제작한 해킹 프로그램을 애인 컴퓨터에 몰래 깔아 놓으면 그 컴퓨터로 메일에 접속한 사람이 입력하는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비용은 50만원.

    이번엔 “아내의 뒤를 좀 밟고 싶다”며 또 다른 심부름 센터에 의뢰했다. 사람의 美?밞아주는 일쪽으로 특??있다는 심부름센터다. 모든 일은 수요가 있으면 반드시 공급이 따르는 법. “전화 제대로 주셨다”면서 전화를 받은 심부름센터 직원은 “부인이 차를 가지고 있느냐”고 먼저 물어왔다. 자가 차량이 있을 경우, 몰래 핸드폰 하나만 차에 묻어 두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심부름센터에서 만들어 놓은 수십대의 대포폰 중 하나를 대상으로 해, 친구 찾기 서비스 등을 신청해 놓으면 된다고 했다. 이 비용은 30~50만원. 의뢰인이 가입한 통신사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다르다고 했다. “(내가) 뒤를 밟다가는 들킬 위험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직원들이 직접 할 경우 그 비용은 100만원으로 뛴다는 답이 돌아 왔다. “카메라나 캠코더로 ‘결정적인 장면’을 잡아 줄 수도 있다”며 부추기기도 마다 않았다. 그 경우 촬영비는 100만원.

    성동경찰서 수사과 최성호 경장은 “산업 분류표상 기타 서비스업에 속하는 심부름 센터는 퀵 서비스나 택배처럼 자유업으로, 인허가 대상이 아니라 신고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업태여서 뚜렷한 단속 근거가 없다”며 “업체마다 비밀 보장을 최우선으로 내 놓고 있지만, 되려 민원인이 그들에게 약점 잡혀 협박을 당하거나 불법 행위에 연루되는 경우, 돈만 받고 연락을 끊는 경우가 있으므로 심부름 센터 이용 시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경장은 지난 2월 경찰의 심부름센터 범죄 특별 단속 기간 중 모심부름센터 사장 김모(36)씨를 신용 정보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심부름센터 직원이 관련된 주요 사건

    ▲1997년 2월 - 김정일 처조카 이한영(36)씨 피살 사건. 심부름센터 직원이 귀순해 살고 있던 이 씨의 신상 정보 등을 북한 공작원에게 불법 제공.

    ▲2002년 3월 - 여대생 공기총 살해 사건. 심부름 센터 직원들이 “사위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여대생을 살해해 달라”는 50대 여성의 사주를 받고 하모(22)양을 청부 살해.

    ▲2004년 12월 - 인터넷에 ‘해결사 사이트’를 만든뒤, 살인을 의뢰 받고 수수료를 챙긴 송모(20)씨 경찰에 구속.

    ▲2004년 5월 - “신생아를 구해 달라”는 요구에 생후 70일 된 갓난 아이와 친모를 함께 납치해 아이는 팔아 넘기고 어머니는 살해한 심부름센터 직원 등 일당 3명 검거.

    ▲2005년 2월 27일 - 덤프 트럭 기사인 남편 노모(42)씨가 1억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남편을 청부 살해, 보험금 6,000만 원을 타 낸 혐의 문모 씨(38ㆍ보험설계사) 구속




    정민승 기자 prufrock@empal.com


    입력시간 : 2005-03-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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