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택시업계 신풍속도 '기업 업무용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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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4.23 14:54:43 | 수정시간 : 2007.04.23 21:19:03
  • 택시업계 신풍속도 '기업 업무용 택시'
    "기사 딸린 자가용이 별건가요"
    택시업계는 고객확보·기업은 차량유지비 전감 '윈윈'… 교통문제 해결 묘수





    #1 무역회사에 다니는 나정민(가명ㆍ37) 씨는 요즘 외근을 나갈 때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 최근까지는 주로 회사 업무용 차량이나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서 목적지로 이동했지만 더 이상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와 계약을 맺은 업무용 택시가 언제든 전화로 부르기만 하면 몇 분 내로 회사 건물 앞에 도착해 출발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 야근이 잦은 직장인 이희란(여ㆍ가명ㆍ32) 씨는 새벽에 귀가할 때마다 택시를 탄다. 그런데 여느 택시와 다른 것은 회사가 야근자들의 안전 귀가를 위해 마련한 전용 퇴근 차량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이 씨는 밤 늦은 퇴근길에 적잖은 불안감을 가졌지만 이제는 전화 한 통화로 느긋하게 집에 갈 수 있게 됐다.

    기업체나 관공서 등이 택시를 업무용 차량처럼 이용하는 이른바 ‘업무 택시’가 서울 도심 거리에 부쩍 늘고 있다. 택시 입장에선 고정 고객을 확보해 좋고 또한 고객 업체는 업무용 차량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을 덜어서 좋은, 말 그대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택시 문화다.

    기업체가 업무 택시를 이용하려면 먼저 택시 콜센터와 약정을 맺어야 한다. 이용 절차와 요금 결제 방법, 약정 기간 등은 협의를 통해 정하면 된다. 그런 다음 매번 업무 택시를 이용할 때는 똑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통상 이용자가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업무 택시가 대략 5~10분 안에 신속하게 도착한다. 목적지까지 간 뒤에는 2장의 영수증을 출력해 한 장은 이용자가, 다른 한 장은 기사가 나눠 갖는다. 이를 근거로 이용업체는 콜센터에 나중에 요금을 정산해주고 콜센터는 다시 해당 기사에게 요금을 배분한다. 업무 택시는 요금을 주고받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보름 내지는 한 달 뒤에 정산하는 후불제를 취하고 있다.

    이용 뒤 콜센터 통해 요금 사후 정산

    업무 택시는 수년 전부터 일부 기업체와 콜택시 회사가 계약을 맺어 활용하면서 비롯됐는데 여러 장점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확산돼 왔다. 특히 오랜 불황에 허덕이는 택시 기사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법인택시 연합체인 서울시티콜의 문지강 본부장은 “월급 외에 업무 택시 정산 요금만 한 달에 240만원을 벌어간 기사도 있다”며 “한 달 뒤에 목돈을 쥘 수 있는 점도 기사들이 반기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당초 택시 기사들은 업무 택시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나중에 돈을 받는 게 뭔가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회사 측에서 업무 택시 요금을 사납금으로 처리하지 않아 더욱 기사들이 꺼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나중에 원만히 풀리면서 법인택시 기사들도 업무 택시의 장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사뿐 아니라 택시회사들도 만족하고 있다. 근래 법인택시 회사들은 기사 확보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기사들의 수입이 너무 적은 까닭에 이직이 잦고 신규 직원 채용은 안 되는 구인난이 심각하다. 낮 시간대에 20~30대의 택시를 어쩔 수 없이 놀리고 있는 회사들이 흔한 실정이다. 그러던 차에 업무 택시가 기사들의 수입 증대 효과를 가져오면서 이직률이 크게 줄어든 데다 고정 고객 증가로 자연스레 회사 수입도 늘어나 웃고 있는 것이다.

    업무 택시 제도를 반갑기는 개인택시나 모범택시, 대형택시도 마찬가지. 특히 많은 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가물에 콩 나듯 손님을 태우는 모범택시 기사들은 업무 택시를 하나의 활로로 여기고 있다. 실제 서울 시내 7개 업무 택시 콜센터 가운데 모범택시를 회원으로 하는 곳이 4군데나 된다. 비싼 기름을 써가며 거리를 배회해도 손님 찾기가 어려운 터에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게 오히려 더 낫다는 계산이다.

    업무 택시 활용의 이점은 기업체나 관공서 등 고객 쪽이 훨씬 더 많다는 평가다. 우선 업무용 차량을 대체함으로써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 기사 인건비 등을 지출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전용 주차장 확보 고민도 줄어든다. 이는 당장 경영개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05년부터 업무 택시 제도를 도입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업무용 승용차와 기사를 감축함으로써 연간 7,000여 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에 비춰 자체 업무용 차량이 많고 임직원의 외근 및 출장 빈도 역시 높은 기업일수록 아무래도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 덕분에 업무 택시의 장점을 일찌감치 파악한 기업들은 업무 택시 활용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한 대기업 계열사는 지난 3월 이용 실적만 1,000건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세제혜택 등으로 정착 지원

    업무 택시 제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시가 정책적 지원에 나서면서 최근 더욱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하루 차량 통행량의 71.7%(약 677만 대)를 차지하면서도 수송분담률은 고작 26.3%에 불과한 자가용 승용차 운행을 억제함으로써 시내 교통혼잡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업무 택시 제도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대상인 연 면적 3,000평방m 이상의 4,911개 건물로 드나드는 자가용 승용차가 서울시 전체 통행량의 47.6%에 달한다는 점을 주목해 시는 이들 대형 건물 사업장이 업무 택시를 도입하면 교통유발부담금을 최대 30%까지 깎아주는 혜택도 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또한 지난해부터 본청과 산하 사업소 및 공기업 등에까지 업무 택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업무 택시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구청 단위에서는 현재 7개 구청이 참여 중인데 앞으로 전체 25개 구청으로 확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서울시가 총대를 메고 앞장서자 업무 택시 이용업체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무렵 86개 업체가 월 평균 2만1,000건 정도 업무 택시를 이용했지만 지난 3월에는 389개 업체가 월 5만7,000건의 이용실적을 올렸다. 5개월 만에 이용업체는 4배 이상 늘었고 이용 실적 역시 2.5배 이상 훌쩍 뛰어오른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운수물류과 관계자는 “교통국장이 직접 기업체를 순방하며 업무 택시의 장점 등을 홍보하고 다니는 등 시 차원에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그 덕분인지 월 평균 40~50개 업체가 신규로 업무 택시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는 업무 택시 제도 정착의 장점으로 ▲도심 교통혼잡 완화 ▲대기 질 개선 효과 ▲불황에 시달리는 택시업계 지원 효과 등을 꼽고 있다. 이용업체와 택시업계뿐 아니라 서울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이유다.

    아직은 업무용 차량 대체효과 미미

    하지만 업무 택시가 서울시의 전망대로 도심 교통혼잡을 해결하는 묘수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버스중앙차로 도입 등 교통체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심가의 정체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통문제는 서울시의 고질적 난제 중의 하나다.

    개인, 모범, 대형택시 연합 콜센터인 에스비시넷의 서기호 실장은 “업무 택시는 콜만 하면 자기 차처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며 “다만 낮 시간대의 업무용 차량 대체 효과가 아직은 미미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업무 택시 제도가 실질적으로 교통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려면 기업체 등의 호응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택시 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업무 택시 제도. 기사들의 헐거운 지갑을 채워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꽉 막힌 도심을 시원스레 뚫어주는 신바람 경적를 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입력시간 : 2007/04/23 14:5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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