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역할대행 사이트의 성매매 요지경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7.11.05 14:48:23 | 수정시간 : 2007.11.05 14:49:47
  • 역할대행 사이트의 성매매 요지경
    애인 대행 등 순기능 불구 몇몇 업체는 '섹스 직거래 장터'로 둔갑
    '은밀한 거래'의 핑크빛 유혹… 필로폰 투약 변태 성매매 사건 충격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젊은 여성들이 “100만원을 주겠다”는 꼬임에 혹해 타락의 수렁에 몸을 내맡겼다. 아무리 돈에 미친 세상이라지만 그들의 자발적이고 즉흥적인 선택은 매우 충격적이다.

    지난 10월말 검찰은 인터넷을 통해 만나 함께 필로폰을 투약하고 성매매를 한 30대 후반 회사원 김모씨 등 남녀 50여명을 적발, 5명을 구속 기소하고 4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주범 격인 김씨는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 “편안한 만남을 원하는 여성을 찾는다. 하루 만남에 100만원을 주겠다”는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을 해온 여성들과 모텔 등지를 돌며 마약과 함께 변태적 성행위에 탐닉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10월께부터 이처럼 김씨의 유혹에 넘어가 일탈행위를 저지른 여성들은 모두 37명에 이른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대부분이 대학생, 회사원, 가정주부 등 외견상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20, 30대 젊은 여성들이었다는 점이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단지 해외여행이나 쇼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신주의와 성도덕 타락 현상을 극명히 나타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피의자 김씨가 여성들을 꾀기 위해 이용한 인터넷 매개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여성들은 이른바 ‘역할대행’ 사이트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교환한 뒤 실제 만남을 가졌다.



    최근 역할대행 사이트를 매개로 한 성매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들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역할대행 사이트는 결혼식 하객이나 부모, 애인 등 특정 역할을 해줄 ‘대타’가 급히 필요한 수요자들에게 대행인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업체를 말한다. 최근 2~3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수십 개 업체가 난립할 만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역할대행 서비스의 종류는 무려 100여 가지에 이른다. 업체별로는 대개 열 가지 안팎에서 수십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애인대행’은 수요와 공급 모두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가장 잘 나가는 분야로 꼽힌다.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의 성화를 무마하려 하거나 혹은 애인 동반 모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경우에서부터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잠시 데이트 상대가 필요한 경우까지 의뢰인의 수요는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더욱이 수요에 비해 공급은 차고 넘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주5일 근무제에 따라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 직장인들이나 아직 취업하지 않은 20대 젊은 남녀들이 짭짤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이다. 애인대행 이용요금은 서너 시간 기준으로 보통 약 10만원 정도이며 시간이 추가되면 20만원을 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역할대행과 마찬가지로 애인대행 서비스도 의뢰인이나 대행인 서로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임은 분명하다. 때문에 일부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유용론을 펼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해 송년 커플모임에 애인대행을 동반한 적이 있다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애인이 반드시 필요한 모임이라서 급히 대행을 구해서 함께 갔는데 참석자들이 깜빡 속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줘 만족했다”며 “아직 애인이 안 생겨 올 연말에도 한 번쯤 더 이용해볼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지난 연말 그의 ‘임시 애인’이 돼준 20대 중반 여성은 당시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해 틈틈이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름대로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애인대행 서비스가 ‘신종 틈새 성매매 시장’으로 변질돼 간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역할대행 업체는 의뢰인과 대행인 사이에서 적절한 검증을 거친 뒤 양쪽을 연결시켜준다. 하지만 의뢰인과 대행인이 직접 대행계약을 맺을 수 있는 사이트도 많다. 일종의 직거래 시장인 셈이다.

    이런 곳에서는 회원들끼리 어떤 대화를 주고받고 또 어떤 대행계약을 맺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은밀한 거래’가 일어나기 쉽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비교적 회원수가 많은 상위권 업체 A사 대표는 “업체들 스스로 회원들이 올린 글을 모니터링해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 등을 걸러내는 노력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를 완전히 차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더욱이 직거래의 경우에는 딱히 성매매를 막을 장치가 없는 셈”이라고 밝혔다.

    실제 애인대행을 원하는 남성들 가운데는 ‘딴 마음’을 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B사 관계자는 “수십만 원을 지불했는데 건전한 만남만을 원하는 남성이 몇 퍼센트나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남성 의뢰인들의 심리를 파악한 때문인지 애초부터 성매매를 목적으로 애인대행에 뛰어드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몇몇 역할대행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스스로를 ‘세일즈’하는 자극적인 글귀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온라인 탐색전에서 성매매를 직접 거론하지 않더라도 실제 만난 뒤에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의뢰인과 대행인이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분위기가 무르익는 게 그런 사례다.

    문제는 어떤 경우가 됐든 역할대행을 통해 성매매가 이뤄지더라도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오가는 수많은 거래를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것도 불가능할 뿐더러, 설사 의뢰인과 대행인이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주고받은 돈을 애인대행 요금이라고 주장하면 성매매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검찰은 역할대행 사이트 등에 대한 동향 파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한 역할대행 업체에 회원으로 등록해 봤다. 이 업체는 회원들의 성별과 나이, 사진 등을 간편하게 훑어볼 수 있도록 사이트를 구축해 놓았다.

    특별한 자기소개도 없이 닉네임과 나이만 회원정보로 올려 놓았을 뿐인데 뜻밖에도 여성들의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회원으로 등록한 첫째 날에만 이메일로 ‘쪽지’가 다섯 통이나 날아들더니 둘째 날에는 여덟 통으로 늘었다. ‘쪽지’는 대체로 어떤 대행까지 가능하고 비용은 얼마라는 식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일종의 제안서다.

    쪽지를 보내온 여성 중에는 기자와 ‘띠동갑’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고, 이른바 ‘조건 만남’(잠자리 등을 뜻함)도 가능하다는 경우도 있었다. 돈만 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상대방의 의사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07/11/05 14:48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