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찢어진 한나라, 뭉개진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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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5.03.09 16:26:03 | 수정시간 : 2005.03.09 16:27:03
  • 찢어진 한나라, 뭉개진 리더십
    행정도시 특별법 국회 통화 이후 당 핵분열 상태, 봉합 묘수 안보여
    "과거사법과 빅딜" 의혹 제기하며 확전, 박 대표 '정면돌파' 초강수






    2일 행정도시 특별법의 국회 통과 이후 한나라당은 핵분열 상태다.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수도이전 반대파 의원들은 3일부터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겨냥한 전면전에 들어갔다. 수도권 비주류가 중심이 된 이들은 지도부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를 결성, 특별법 무효화 투쟁을 선언했다. 투쟁위는 “수도이전 반대를 관철시키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시민ㆍ사회단체와 연계 투쟁을 벌이겠다”면서 “투쟁위에 가입한 의원 33명과 서명으로 수도이전 반대운동에 동조한 14명 등 47명이 합류했다”고 세를 과시했다.

    김문수 의원은 “한나라당은 지켜야 할 가치가 뭔지 모르는 사쿠라 아류 정당으로 전락했다”면서 “박 대표도 결국 이미지 정치의 노예가 돼버렸다”고 박 대표를 정 조준했다. 이재오 의원도 “양식 있는 정치인이라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도부의 사퇴를 압박했다. 전재희 의원은 이날 저녁부터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여기 2일 정책위의장을 사퇴한 박세일 의원은 5일 일부 의원들의 만류를 부리치고 “현 지도부는 국민에 대한 사랑이 없으며 정치가 점점 저질이 되어 가고 있다”고 힐난하면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유정복 제1정조위원장과 박재완 (3정조), 이혜훈(4정조), 이주호(5정조), 박찬숙(6정조) 위원장 등이 잇달아 당직 사퇴를 선언하고 투쟁위에 합류, 당 정책 기능이 마비될 조짐까지 보인다. 심재철 의원과 박진 의원도 “수도이전 저지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면서 기획위원장과 국제위원장직을 내놓았다. .

    박근혜 리더십 한계 드러내
    박 대표계의 한 축이었던 박 의원의 이탈과 ‘박세일 사단’으로 불리는 박재완, 이혜훈 의원 등의 줄사퇴는 ‘박근혜 리더십’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한 당직자는 박 대표의 처지를 ‘외로운 섬’에 비유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박 대표의 리더십의 실체가 계파를 만들지 않는 새 시도가 아니라 기껏 측근들을 하나씩 둘씩 적으로 만드는 파괴적 리더십이었는가”라고 비꼬면서 “앞으로 누가 대표에게 충성을 다짐하고 다가서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당 내홍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비쳤다. 박 대표는 3일 오전 경기 광주시의 자이툰부대 파병 준비단을 위문하고 돌아오면서 “당 대표가 당론을 지킨 게 책임져야 하는 일이냐”고 책임론을 일축하면서 반대파 의원들을 달랠 복안에 대해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도미노 당직 사퇴에 대해서도 “그 분들이 그렇게 결정했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불퇴전의 의지를 비쳤다.

    여기에 반대파의 공세를 “적반하장”이라고 몰아 붙인 김덕룡 원내대표 등 다른 당 지도부의 강경한 태세로 당내 갈등이 폭발 일보직전까지 갔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과 국가가 부여한 의원직을 함부로 사퇴하느니 마느니 이렇게 경솔한 언동을 하는 사람을 경멸한다”면서 아예 박세일 의원 등의 사퇴를 종용했다. 이규택 최고위원도 “해당 행위를 한 사람은 가차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온 것은 박 대표의 뒤를 이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반대파의 공세가 더 이상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인 듯 하다. 실제로 3일 오후 수도지키기 투쟁위가 소집한 의총엔 16명만이 참석, 스스로 행사를 의원 간담회로 축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전재희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행정도시특별법 국회통과에 항의하는 단식을 벌이고 있다.

    다른 계파들도 수도이전 반대파의 지원 요청을 뿌리쳐 확전보단 당 내분 봉합을 선택했다. 수요정「弔湛?지도부 책임을 제기하지 않은 채 “당 혁신위를 중심으로 한 당 개혁과 사태 수습에 에너지를 모으자”고 의견을 모았다. 보수파인 자유포럼, 중도 성향의 국민생각 등도 공식적으로 반대파에 힘을 실어 주진 않았다. 이들은 당분간 반 박도, 친 박도 아닌 중재자의 위치에 서 있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한 소장파 의원은 “겉으로는 당장 당을 깰 듯이 으르렁대지만 진짜로 당장 분당을 원하거나, 분당할 파워가 있는 의원도, 계파도 없다”면서 “누구든 먼저 당을 깨고 나가는 즉시 자멸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사퇴 요구
    반 박 확산세가 주춤하자 수도이전 반대파 의원들은 4일 ‘행정도시법 처리’와 ‘과거사법 처리연기’가 연계됐다는 ‘여야 빅딜론’으로 확전을 시도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가 과거사법과 서울을 쪼개는 법을 맞바꾼 것은 한나라당 의원을을 몽땅 끌어 안고 X 물에 빠져버린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지도부의 해명과 김 원내대표의 용퇴를 촉구했다. 당 혁신위원장인 홍준표 의원마저 “대권과 당권 분리를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을 위해 7월께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는 만큼 그 때까지 박근혜 한시체제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야당 지도부를 궤멸시키려는 정치 공작”이라며 빅딜설의 조기진화에 나서는 한편 “빅딜설을 제기한 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 등에 대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초강수를 두어 전선을 당 바깥으로 이동시키려 애썼다.

    4일 오전 김무성 사무총장은 “정치인이 사표를 내는 것은 실제 행동보단 선언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니 당이 어려울 때 일수록 참고 당무를 잘 해 나가도록 (사퇴를 선언한 의원들을) 말려 보자”고 해 “나갈테면 나가라”는 강경한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는 지도부와 반대파 의원들의 감정 싸움이 격해질수록 박 대표의 리더십이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어쨌든 행정도시 특별법을 둘러싼 당의 내홍이 당장은 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 대표는 15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을 국면 전환 카드로 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대표의 리더십이 바닥을 보인 상황에서 4ㆍ30 재보선 등 계기가 있으면 언제든 당내 갈등이 폭발, 당내 제 계파의 칼끝이 또다시 박 대표에게 모아질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자사 등의 대권 게임까지 개입되면 당내 갈등은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표가 당장의 내분 수습에 주력한 뒤 재신임을 묻거나 전격 사퇴를 발표하는 등 초강수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입력시간 : 2005-03-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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