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盧의 개헌론, 문건대로 예정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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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1.16 15:51:15 | 수정시간 : 2007.01.16 15:51:15
  • 盧의 개헌론, 문건대로 예정된 수순?
    한나라당이 공개한'2005년 안희정 문건'등과 상황전개 유사
    얼음장 여론은 '탈당과 중립내각 카드'로 돌파 모색 가능성



    10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긴급 의원홍회가 열린 가운데 박계동 의원이 노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씨 작성한 정치지형변화와 국정운영 문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005 안희정 문건' 중 후반부 '시기별 세부계획'항목 페이지. 내용 중 '개헌국면'으로 분류한 기간이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 시기와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진 것이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맹형규 의원이 2005년 8월 공개한 문건, 이 문건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개헌발의를 할것'이라는 예상을 담고 있다.

    ‘실패한 성공’.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제안한 4년 연임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일각의 평이다. 노 대통령이 제기한 개헌 제안이 야당의 반대와 냉담한 여론의 난관에 부딪쳤지만 개헌 일단 정국의 불을 지핀 성과만은 거뒀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1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개헌에 대한 대국민 설득에 나서고 열린우리당은 개헌과 신당 논의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한나라당을 비롯한 민주당ㆍ민주노동당ㆍ국민중심당은 ‘정략적 노림수’라고 반발하면서도 개헌론에 대해서는 당 및 개별적으로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개헌론을 놓고 찬반이 갈려 논쟁 중이다.

    여야를 모두 겨냥한 다목적 카드

    게다가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개헌 발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 최소 2~3개월은 정국이 개헌론의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의 신당 논의는 탄력을 잃게 되고 한나라당 독주의 대선레이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노 대통령은 개헌 제안이 결렬되더라도 그렇게 되기까지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을 제어하면서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개헌론이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정국을 강타하면서 개헌론의 배경 및 향후 노 대통령의 다음 수순과 관련,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거론한 이른바 ‘안희정 문건’(주간한국 2090호, 2005년 9월 20일 발행) 맹형규 의원이 2005년 8월 공개한 ‘한국정치 발전과 한나라당 집권비전 구상’이란 글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모두 여권의 ‘개헌 시나리오’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계동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임시 의원총회에서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희정 씨를 비롯한 그 사단이 2005년 5월 작성한 것”이라며 ‘정치지형 변화와 국정운영’이라는 82쪽 분량의 문건을 공개했다.

    특히 문건은 후반부 ‘시기별 세부계획’에서 올해의 국정운영 기본방향으로 ‘개헌국면, 대선국면 관리’를 설정하고 있다. ‘개헌국면’으로 분류한 기간(2006년 7월∼2007년 2월)이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 시기와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진 데다 고려사항으로 ‘개헌 논쟁을 통한 시민사회의 민주적 사회참여폭 확대’라고 적시한 부분도 논란거리다.

    노 대통령은 10일 헌법기관 수장들을, 11일에는 각 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는 16일 이후에는 학계 등 다양한 계층과 만나면서 본격적인 대국민 개헌 설득에 나설 계획이어서 개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건에는 또 ‘대선정국’(2007년 3월∼2007년 12월)에 여야 대선주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어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서처럼 대선 주자들을 상대로 일종의 `정치공작'을 시도하려는 뜻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 유력 대선주자 관계자는 “국민참여 경선에서 역선택 공작을 획책해 여권이 껄끄러워하는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특정 주자에 대한 편파적 공작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면서 “앞으로 할 말은 하겠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사용하겠다”는 최근 발언이 문건에 적시된 ‘대통령 이니셔티브 확대’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문건은 ‘대통령 정치로의 중심 이동’을 강조하고 ‘정치관계법 재개정’, ‘한반도 평화선언’을 대통령이 던질 대표적 의제로 꼽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연초부터 의도적으로 ‘개헌 카드’를 내놓았으며 문건은 노심(盧心)의 일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문건의 출처가 ‘안희정 사단’이라면 그러한 가능성은 더욱 높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국면전환용 다목적ㆍ정략적 개헌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개헌을)준비했고 정기국회가 끝나는 무렵부터 집중적인 검토에 들어가 올 초에 발표한 것”이라며 ‘정략적 개헌론’을 반박했다. 우리당 허동준 부대변인도 "해당 문건은 안희정 씨가 아니라 당의 실무자가 2005년 만든 것"이라며 "개헌 제안을 음모론적으로 보는 것은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6단계 예상 시나리오 제시

    맹형규 의원이 정책위의장이던 2005년 8월 발표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권 빅뱅구상 : 대통령발 개헌카드’글은 “노 대통령이 직접 개헌발의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맹 의원은 이 글에서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정치권 대변화를 꾀하고 있고, 그 실현 가능성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와 대통령직 사퇴 수순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2005년 제안한 ‘대연정’에 대한 대응과 한나라당 집권구상을 제시한 글에서 맹 의원은 ▲1단계: 예정된 파국, 정기국회 파행 ▲2단계: 대통령 당직이탈 ▲3단계: 최후통첩 ▲4단계: 대통령의 개헌 발의 ▲5단계: 국회부결 - 대통령직 사퇴 ▲6단계: 조기선거 등 6단계의 예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맹 의원은 여야 정치권이 대립과 기득권에 안주할 경우 우리당을 탈당하고 선거구제 개편안에 대한 개헌안 발의 카드를 꺼내면서 임기 단축 로드맵을 동시에 제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개헌안이 국회서 부결될 경우 대통령직을 사퇴, 조기 대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맹 의원은 노 대통령이 배제된 채 ‘열린우리당+민노당+민주당’의 연합으로 한나라당이 포위된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세력을 포괄하는 ‘빅텐트’정치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현재‘진정성’이 의심받으면서 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노 대통령이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이라는 새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의 전제조건으로 탈당 가능성을 언급해 그러한 개연성을 높였다. 맹형규 의원의 글에서 ‘탈당’을 거론한 것과 유사한 대목이다. 반면 노 대통령은 개헌에 “임기단축은 걸지 않겠다”며 문건과는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개헌 제의로 여당의 신당 논의를 잠재우고 야당 대선주자 중심의 대선정국을 개헌 정국으로 옮기면서 겉으로는 정치의 중심에 있다. 문건에서 ‘대통령 정치력 강화’ 대목과 상통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를 마치는 이달 말부터 냉담한 국민을 상대로 본격적인 개헌 행보에 나설 예정이어서 ‘노무현식 정치’가 강화될 전망이다.

    개헌론이 대통령ㆍ국회의원 임기에 맞춘 ‘현재의 원포인트 개헌’을 넘어 한반도 영토조항,ㆍ남녀 평등ㆍ경제(토지공개념)ㆍ복지ㆍ선거구제 개편 등으로 확산돼 전방위로 공론화할 경우 노무현발 개헌론은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개헌론이 정당별 대치를 넘어 국가적ㆍ시대적 이슈로 불거질 동력을 내재한 것도 노 대통령을 정치 중심으로 옮길 수 있는 동인이다. 하지만 관건은 여론. 자칫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개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땐 오히려 자충수가 되어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가 될 수 있다.


    입력시간 : 2007/01/16 15:51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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