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보도] 검찰-삼성 ‘운명 걸린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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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
입력시간 : 2017.04.20 07:00:06 | 수정시간 : 2017.04.20 07:00:06
  • “이재용 VIP접견 도우미 최순실 조사 보고 받았다” 증언

    “삼성 측 최순실 실체 청와대 실세에 직접 듣고 이재용에 보고”

    “게이트 터지자 관련 파일 삭제 지시와 함구령 내려”

    삼성 측 “이 부회장, 박근혜ㆍ최순실 관계 몰라… 관련 보고 없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4월 셋째 주부터 매주 3차례씩 열리면서 어떤 내용의 공방이 오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이 부회장의 2회 공판을 열고 “주 2차례만으로는 특검법이 정한 1심 선고 기한뿐 아니라 구속 기간을 맞추기도 어렵다”며 “이달 19일부터 매주 수ㆍ목ㆍ금요일에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임원들의 재판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한 여러 사건 중에서도 가장 증거의 양이 많은 데다 피고인들이 무죄를 주장해 증거조사에 많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매주 2차례 재판으로는 특검법이 정한 3개월은 물론 1심 최대 구속 기간 내에 재판을 마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최순실 특검법’은 기소 3개월 안에 1심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인을 기소했을 때부터 1심 선고 전까지 최대 6개월 구속할 수 있고, 이 기간을 넘겨 재판을 계속하려면 석방해야 한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이 부회장이 최씨에 대해 사전에 보고 받았는지와 최씨의 영향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 측은 최씨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씨 지원 건을 처리한 실무자들이 지원문제를 어떤 내용으로 보고했는지에 대해 여러 소문이 무성하다.

    이와 관련 최근 <주간한국>이 확보한 증언과 특검 수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최씨에 대한 내용을 사전에 보고 받았으며, 최씨의 딸 정유라씨 지원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을 정황이 엿보인다.

    특히 삼성은 그 같은 내용을 감추기 위해 검찰수사를 앞두고 사전에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 정보를 입수하고 이에 대비해 최씨와 정유라씨 지원관련 자료를 철저하게 파기했다는 증언과 정황도 특검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사전에 몰랐나?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 특별수사본수 1기 때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정보가 삼성으로 끊임없이 유출된 정황이 있어 내부적으로 뒷말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현재 검찰 내부에서조차 대선 이후 검찰개혁은 무조건 추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삼성 측은 검찰 수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해 지속적으로 상부에 보고했다”며 “삼성 미전실 소속 관계자들과 법무팀 관계자들이 향후 수사 대비 차원에서 검찰 수사 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그룹 내부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삼성 내부 인사들이 검찰수사 정부 수집을 지시했고, 미전실을 비롯해 계열사 대외업무담당팀 그리고 삼성 법무팀 관계자들이 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 수사 정보 수집과 관련해 ○○○사장 등 핵심 인물들이 직접 발로 뛰며 법조계 사람들과 연락하고 만나기도 했다. 이렇게 이재용 구하기에 나선 인물들이 이번 사건 뒤처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 대해 잘 아는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 관계자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상황에 대해 하소연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이 정치권과 법조계 등 전방위로 ‘이재용 구하기’를 시도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사건 초기 각 계열사로 지침을 하달해 대외협력업무 부서의 모드 컴퓨터 데이터를 삭제하고 정보보고서 문서를 파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 동향을 잘 아는 한 기관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로 검찰수사가 삼성으로 번질 기미가 포착되자 삼성그룹은 미전실을 비롯해 계열사 전체에 디지털과 아날로그 데이터를 모두 파기하도록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며 “계열사 사장에 보고된 내용을 비롯해 이 부회장에 보고된 모든 자료를 소각했다. 심지어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대외업무 직원들에 모든 휴대전화 내용을 삭제하고 사무실을 비우라는 지시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최순실에 대해 ○○○사장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 면담과 관련된 여러 내용도 핵심 측근들과 조율하면서 최순실 정유라 지원 현안에 대해 보고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일부 사정기관에 보고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청와대 실무라인에서도 삼성의 최순실 정유라 지원에 대한 내용과 이 부회장이 이 부분에 대해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박 전 대통령에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미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할만한 자료 일체를 모두 파기했으며 이와 관련, 검찰수사 대한 법률적 대응도 중간 메신저를 통해 공유했다는 것이다.

    삼성 측도 각종 자료 파기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전사적으로 자료파기를 한 것은 맞다. 그룹차원에서 각 계열사로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자료파기 지시가 최순실 관련 내용을 지우기 위해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검찰에 삼성의 여러 대외비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 않나”고 말했다.

    위기의 이재용 버티기 통할까

    이 부회장이 최씨의 영향력을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는 이 부회장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최씨가 ‘실세’인 것을 미리 파악했다면 뇌물공여 혐의를 피해갈 수 없다. 이 부회장이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버티는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의 강요를 받고 돈을 건넨 피해자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ㆍ현직 임원 5명의 두 번째 재판에서도 이 문제는 특검과 변호인이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부분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씨의 영향력을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병 등 승계작업을 위해 박 대통령의 요구대로 최씨를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특검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특검에 따르면 황 전 전무는 검찰에서 “2015년 7월 30일 박상진 당시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이 독일에서 박원오 당시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났다. (그가) ‘최순실이 브이아이피(VIPㆍ박 전 대통령)와 친자매보다 더 친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최순실의 딸이 독일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삼성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황 전 전무는 또 삼성이 정유라를 위한 수백억대 지원 계약을 유지한 배경과 관련해 특검 조사 때 “최순실이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과 체결한 계약인데 잘못되면 회사에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어, 박 사장도 기분 나쁘지만 낮은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런 진술들을 근거로 삼성이 이미 최씨의 영향력을 다 파악한 상태였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등 삼성 쪽 변호인들은 이 부회장이 최씨의 영향력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쪽 변호인은 “2015년 7월25일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관련 질책을 받고 난 뒤 승마 문제를 누구와 상의해야 하는지를 (임원들에게) 물었다”면서 “대통령이 말한 취지를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상황을 파악한 것만 보더라도 최순실의 실체를 전혀 몰랐다는 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 측은 삼성 이 부회장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피해자가 아니라 최씨와 같은 배를 탄 공범”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최씨 변호인은 지난 4일 열린 뇌물 혐의 1차 공판에서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자신의 잘못과 처신으로 일어난 참극으로 받아들이고 선의를 베푼 삼성에도 죄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 측은 직권남용권리행사에 따른 강요 피해자가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검찰은 삼성 등이 최씨 강요에 의해 재단에 출연금을 냈다고 보고 최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이 대가를 바라고 최씨 일가에 자발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양 특검보는 “요구형 뇌물사건의 경우 대부분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공여자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며 “뇌물수수와 직권남용이 동시에 성립한다는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고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은 최대 수혜자”라며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된 2016년 10월말까지도 최씨와 직접 접촉하면서 말 세탁 등을 통해 범죄수익은닉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이 과연 피해자의 모습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진정한 피해자는 국민연금 가입자와 삼성그룹 계열사 및 그 회사 주주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검은 “수사결과 국민연금공단, 금융위원회 등 관계자들은 모두 계열사 합병과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이 승계작업과 관계돼 있다고 인식했다”며 “대통령 말씀자료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배경에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라고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아무것도 몰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결정할 당시 이 부회장에게 최씨 등에 대해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해 눈길을 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시작할 당시 최씨 등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이 이 증언의 취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 전 부회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최 전 실장은 특검에서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한 직후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승마와 관련해 야단을 맞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굉장히 당황하면서 ‘내가 왜 대통령한테 야단을 맞아야 하냐’고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앞으로 야단맞지 않게 승마 지원을 제대로 준비하세요’라고 말했다”며 “이 부회장이 그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 봤다”고 덧붙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임에도 승마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취지로 이 부회장을 질책했고, 같은 날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박 전 사장 등은 삼성 서초사옥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실장은 이어 박 전 사장이 독일에 가서 최씨의 측근이었던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난 뒤 대통령의 승마 훈련 지시가 최순실ㆍ정유라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이 부회장은 단순히 승마지원이라고 알았을 뿐 그것이 최씨와 정유라씨를 지원하는 것인지 몰랐다는 이야기다.

    최 전 실장은 특검에서 “정유라를 포함해 지원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승마협회를 통한 게 아니라 삼성이 직접 지원하는 것이라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제가 지고 이 부회장은 책임지지 않게 할 생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 삼성이 정유라씨를 지원한 이후에도 이 부회장에겐 “좋은 말을 사주었다. 선수들 훈련비도 대주고 있다. 야단 안 맞을 것”이라고만 보고하고 구체적 지원 금액이나 정씨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 전 실장은 “제가 이 부회장 등을 떼민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이 부회장이 모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 측은 “대기업 총수를 위한 전형적인 총대 메기”라고 반박하며 “대기업 총수를 비호하기 위한 총대 메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대기업 총대 메기 사건은 오리온, 한화 김승연 회장 배임, 한보 정태수 횡령, 대우 김우중 사건 등 여러 건이 있었다”며 “이런 사건에서는 이번과 같이 직접 개입에 대한 증거가 덜했음에도 여러 간접사실에 의해 총수들의 책임이 인정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전략실의 조직적 개입에 따라 이 부회장이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해 지시하고 보고받은 사실이 명백히 인정된다”며 “총수 지시가 없었다면 이 같은 비정상적 업무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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