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비리 전방위 사정 시나리오, 떨고 있는 친이ㆍ친박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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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
입력시간 : 2017.05.20 09:28:13 | 수정시간 : 2017.05.21 11:27:07
  •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정경유착 의혹 기업 대부분 사정 대상

    문재인 정부 기업의 사회적 역할 처음부터 다시 그린다.

    검찰ㆍ공정위ㆍ감사원 등 사정기관 사정권 안에 든 기업 어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전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향후 재계 사정시나리오에 대해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 고위직을 맡았던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청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재계에 대해서도 강력한 사정작업을 지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앞으로 이어질 전 정권 비리사정의 출발점으로 쇄신 이후 정경유착 기업 척결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11일 수석들과의 오찬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런 면에서 정경유착 기업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사건 안에 여러 기업이 혐의를 받고 있는데다 박근혜 정부 때 검찰 수사에서 흐지부지 넘어갔던 부분이 많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사는 기업 비리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유착 의혹이 불거진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수사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게 검찰 소식통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떨고 있는 4대 그룹의 운명

    ‘재계 저승사자’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려 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재계가 향후 사정광풍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에도 속도감이 붙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조사국 부활, 상습적인 불공정행위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강화 등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사안부터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자는 새로운 법과 제도 신설에 앞서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조사 강화 등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김 후보자 청문회 준비와 함께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과제 중 우선 처리할 수 있는 과제를 추려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우선 대기업조사국 부활을 위해 인사혁신처 등 관련 부처와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부활되는 대기업조사국은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 10대 그룹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하게 된다.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과징금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공정위는 상습 불공정행위 기업의 가중처벌 기준을 이전 3년에서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처럼 5년이나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역시 국회 동의 없이 공정거래법에 관한 과징금 고시를 개정하면 된다.

    김 후보자는 재벌 개혁 등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깊숙이 관여했다. 20년 넘게 시민운동을 하는 등 경험도 풍부하다.

    또 재벌 개혁 완수를 위해 첫 위원장으로 임명된 만큼 문 대통령의 애정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민간 출신의 공정위원장들처럼 현안을 파악하는 데 1년 걸리고, 일할 만하면 교체되면서 정책이 흐지부지될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는 경제민주화 정책의 실효성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신설되고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는 법안이 만들어졌지만 실제 시장에서 경제민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정반대로 김 후보자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도 아래 주주, 채권자, 소비자 등 시장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의 권리가 정상화되는 방향을 중시한다. 이런 시각에서 재벌 개혁 역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논란이 일 수 있는 제도 변화보다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등 자율지침 마련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선 발표 직후 청와대에서 재벌 개혁 방안을 묻는 기자 질문에 “정부 공정위 혼자 힘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시장경제를 건전하게 만드는 것은 시장 주체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했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 고발 권한을 공정위만 갖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과 경찰, 공정위 간에 조사가 중복되는 등 문제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프로세스 전체의 한 부분일 뿐”이라며 “공정위 집행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를 거쳐 집행 수단 전체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이 지속됐고 김 후보자도 시민단체 대표로 실무적으로 함께 논의한 파트너”라면서 “전속고발권 문제가 단순하지 않은 고차방정식 문제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조사국 부활 등 공정위 위상 강화를 예의주시하는 대기업에 합리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것도 김 후보자의 숙제로 꼽힌다.

    친정부 기업 정면 겨냥

    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재계의 관심은 온통 ‘김상조 공정위’의 향후 행보에 쏠려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지난 18일 자신이 펼칠 정책 방향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4대 그룹(삼성ㆍ현대차ㆍSKㆍLG)에 대해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전담할 ‘별동대 조직’도 조만간 구성할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범(汎) 4대 그룹이 30대 그룹 자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에게 감독을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공정위는 법 집행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있는 만큼 4대 그룹 관련 사안은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4대 그룹을 향해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공정거래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더 이상 하지 말라는 강한 ‘사전 경고’를 보낸 것이다.

    또 현재 부실 징후가 있는 중하위 그룹에 대해서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규제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우선순위”라고 그는 강조했다.

    아울러 엄격한 법 집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12년 만에 ‘조사국’이 사실상 부활한다.

    김 후보자는 “기업집단과를 기업집단국으로 확대해 공정위의 경제 분석·조사 능력을 정상화하겠다”며 “과거 조사국을 다시 부활시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조사국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전담했던 조직으로 한 때 ‘공정위의 중수부’로도 불렸지만 재계의 강한 반발에 밀려 2005년 말 폐지됐다. 이후 여러 국으로 분산됐던 기능을 12년 만에 다시 기업집단국으로 통합해 재벌 감시·조사의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뜻이다.

    김상조식 재벌개혁 드라이브의 또 다른 축은 ‘현실성’이다.

    김 후보자가 순환출자 해소는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가 아니라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를 3년 내 해소하는 공약을 제시했고, 더불어민주당도 그간 이를 계속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로 삼아온 걸 감안하면 뜻밖이다.

    그는 “5년 전 대선 당시 14개 그룹에 9만8,000개나 됐던 순환출자 고리가 지금은 7개 그룹 90개로 대폭 감소했다”며 “현재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 그룹 하나 뿐”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로선 순환출자 해소 추진 과정에서 갖가지 반발로 겪을 새 정부의 정치적 ‘난관’(비용)에 비해 정책적 이득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기업 옥죄기 경제부담될 수도

    현재 현대차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순환출자 해소에 6조~6조5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언급에 향후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4.10%나 급등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는 ‘임기 내 단계적 해소’의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는 향후 공정위의 활동이 무리한 재벌 옥죄기로 흐르지 않게 하겠다는 방침도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재벌 해체를 이야기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재벌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유도하는 게 재벌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 비해 재벌개혁의 ‘선명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다”며 “분명히 얘기하지만 (재벌)개혁에 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고 적극 반박했다.

    임기 초반 김 후보자가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볼 사안은 서민경제다.

    그는 “취임하면 초반에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가맹점, 대리점과 골목상권 자영업자 등 서민 경제”라며 “앞으로 공정위가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이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며 조만간 해당 분야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재벌개혁 방안 및 정책추진 우선순위 등이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재계는 김 후보자의 개혁적 성향과 시민단체 활동이 부각되자 재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김 후보자는 누구보다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실제로 공정위를 이끌기 시작하면 정부의 경제, 재벌개혁 정책이 합리적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일단 재계는 일방적인 반재벌 정책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도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재벌개혁의 강한 의지를 확인한 만큼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재계는 김 후보자가 추진할 개혁 정책의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정부가 ‘재벌개혁 의지’가 강한만큼 집권 초부터 공정위의 역할에 힘을 집중해 재벌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과거 친 정부 기업을 꼽히는 기업들이 첫 번째 사정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적폐청산과 재벌개혁의 타깃으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특혜를 본 것으로 의심받는 친이 친박 기업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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