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착추적] 검찰 KAI 방산비리 수사 칼끝 어디 겨누나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
입력시간 : 2017.07.15 09:04:43 | 수정시간 : 2017.07.17 10:01:49
  •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최고 핵심실세 연루 의혹 난무

    해외 무기도입사업 거액 리베이트 등 비리 정황 포착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파장이 확대될 조짐이다.

    KAI는 다목적 헬기인 ‘수리온’,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등 국산 군사장비를 개발해온 항공 관련 방산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방위사업 분야 개혁에 강한 의지를 내비쳐 왔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정부가 방산비리 수사를 통해 전 정권의 핵심실세가 연루된 비리를 캐는 작업에 착수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방산 비리 척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지난 14일 오전 원가조작을 통해 개발비를 편취 혐의(사기)와 관련해 KAI의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과 관련해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전 정권의 정부 지원 자금과 당시 정권 실세들의 방산비리 검은 커넥션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무성하다.

    전 정권 적폐 방산비리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15년 KAI가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려 계상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때부터 문재인 정부가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검찰은 지난 2014∼2015년 진행된 감사원 감사 결과와 방산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KAI 연구개발 과정의 비위 혐의에 대해 광범위한 내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감사원이 밝힌 수리온 헬기 개발 사업의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 외에도 전반적인 연구개발 사업에서 비슷한 비리가 발생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KAI를 상대로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비리 혐의와 관련해 광범위하게 내사와 수사를 진행해 왔다. 따라서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2015년 진행했던 수사의 연장선상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검찰은 방산비리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지적과 더불어 몸통인 거물급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꼬리만 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는 당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강해 다시 수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앞두고 감사원이 밝힌 수리온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 외에 국방 사업 관계인들이 연구개발비를 편취한 다른 혐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 디스크와 회계자료, 각종 장부와 일지 등을 확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우에 따라 수사가 방위사업청 등 KAI 외부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검찰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검찰이 이번 조사에서 혐의 입증에 필요한 여러 증거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번 조사의 연장선상인 만큼 이번 압수수색과 검찰 수사는 더 철저하게 진행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나 수사 대상을 밝힐 수는 없지만, 개발비 편취 혐의 등 여러 사안을 포괄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KAI의 방산비리 혐의 수사는 현 정부의 방위사업 적폐 척결의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KAI는 일단 이번 검찰의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에 대해 압수수색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태추이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본관동을 중심으로 경영, 구매, 관리 분야와 관련한 각종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 디스크, 장부와 일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KAI측 관계자는 “방산비리 혐의는 박근혜 정권 때 이미 철저하게 검찰이 수사를 한 부분인데 다시 수사가 진행돼서 당혹스럽다”며 “이미 검찰이 종결한 사안을 다시 들춘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사자방’ 재조사 본격화

    이번 압수수색은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의 대표적 문제 중 하나로 지목해 온 방산비리를 마침내 검찰이 처음 정조준한 것이어서 향후 수사 확대 여부에 정치권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 4월 30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이명박 정부에서의 4대강 비리, 방산 비리, 자원외교 비리도 다시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이 있다면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들 세 가지 문제를 엮은 이른바 ‘사자방’(4대강 비리, 자원외교 비리, 방산비리)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KAI 수사가 사실상 이번 정부 차원의 첫 대형 수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지검장이 지휘하는 첫 번째 대형 비리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끈다. 방산비리 수사팀이 특수부를 관장하는 3차장검사 산하라는 점에서 윤 지검장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많이 해왔던 분야를 첫 대상으로 삼아 수사를 총지휘하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방위산업 비리를 전담하는 범정부 협업조직인 방산비리특별감사단과 방위산업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대규모의 정부합동수사단을 공식 출범시켜 이를 대대적으로 조사한 적 있다.

    합수단은 우선 방위력 개선사업이나 군수품 납품 계약 업체로 선정되기 위한 각종 범죄와 비리를 적발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정부의 무기체계 도입 계획과 같은 군사기밀을 빼내거나 각종 시험평가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 뇌물을 주고받는 범행을 집중 수사했다.

    이를 위해 합수단은 단장을 포함해 검사 18명과 군 검찰관 6명 등 105명 규모로 모두 4개의 팀이 구성했다. 여기에는 국방부와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파견된 46명을 각각 팀별로 배치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토록 했다.

    방산비리의 적폐를 뿌리뽑기 위해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일부에서는 수사단 출범 초기부터 회의론이 나왔다. 군과 관련된 비리를 그 뿌리가 매우 깊고 권력과 고질적으로 유착돼 있어 발본색원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번 방산비리 척결이 정치적인 목적이 투영돼 있는 만큼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우려는 결국 현실화됐다. 소규모 방산업체들만 줄줄이 처벌 받고 몸통으로 의심받던 정권 실세들은 모두 수사의 칼날을 피해나갔다.

    당시 합수단은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방산비리의 출발점부터 추적했다. 합수단은 시험성적서 등을 위ㆍ변조하거나 묵인하는 범행,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퇴직 군인이 군수품 납품 등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는 이른바 ‘군피아’를 잡는데 역량을 총동원했다.

    이때 수사에 참여한 합수단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업체로 선정된 후에도 계약금액을 부풀리기 위해 원가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불량품을 납품한 경우가 있는지, 납품 편의를 위한 뇌물을 수수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살폈다.

    MBㆍ박근혜가 수사 핵심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 “방산비리수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한발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검찰의 칼날이 전 정권뿐만 아니라 친이계 인사들에까지 미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이번 KAI 수사는 이명박 정부 방산비리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주변의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는 최첨단 군함 건조와 함께 방위산업을 국가 주요 핵심사업을 지정하고 2020년까지 국방산업 수출 및 국방기술 분야에서 세계 7대 국가 대열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어 정권 말기인 2012년에는 14조원에 이르는 무기 도입사업도 추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MB정부는 무인기 사업을 비롯해 한국형 헬기사업, 한국형 개인화기 개발사업 등 각종 사업을 추진했으나 해당 사업체들이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가 하면 개발된 무기와 관련해서도 각종 결함과 의혹으로 범벅돼 권력형 비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적인 의도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권 주변에서 “박근혜 정부 친박계와 이명박 정부 친이계를 타깃으로 방산비리 수사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합수단이 수사하고 있는 방산업체들 중 A사와 B사 등은 친이계 인사들이 이 회사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이 업체는 MB정부 당시 국방사업에 참여한 대표적인 업체로 알려졌다.

    또 B사의 경우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특혜에 가까운 정부의 지원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B사에 대한 의혹은 곧 수면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국방사업과 관련해 상장한 뒤 먹튀 논란을 일으킨 C사도 조사대상이다. 이 회사 역시 정권실세 P씨와 L씨가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P씨와 더불어 정권 실세 S씨는 이 회사를 통해 상당한 비자금을 챙긴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C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C사의 비리 의혹에는 새누리당의 고위 관계자 D씨도 일부 연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D씨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D씨 측은 “C사가 어떤 회사인지 전혀 모르고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MB정부는 정권 말기인 2012년 14조원에 이르는 무기도입사업을 추진했다. 이 중 8조는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하는 FX 사업으로 5세대 전투기 60대를 들여오기 위하여 예산 8조 2000억 원을 투입, 2012년 10월 중 구입을 마무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했다.

    전투기는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보잉사 F-15SE, 그리고 스텔스 기능 등을 탑재한 F-35였다. 이외에 대형공격헬기(AH-Xㆍ1조8384억원), KF-16전투기 성능개량(1조8052억원) 및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HUAVㆍ5002억원)와 해상작전헬기(5538억원) 등을 구입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는 미국의 2011 회계연도 무기수출액 461억달러(약 50조원)의 30%에 가까운 것으로 전례가 없는 규모였다. 차기전투기와 대형공격·해상작전헬기 3개 사업만 따져도 2012년 국방예산(약 31조4000억원)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에 대해 “30년간 운용비용까지 따지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수십조~수백조원짜리 무기도입사업은 효율성이 의심스럽다”고 ‘검은 거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9년 대구지방법원은 H그룹 회장의 동서가 대리인을 두고 운영하던 방산업체 R사가 정부를 속이고 2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해당 그룹 오너가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은 비리의 ‘몸통’으로 의심되는 이 그룹에 대한 수사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오너의 동서만 기소하는 것으로 그쳤다. 하지만 당사자는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에 범죄인 인도요청까지 돼 있었다.

  •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