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비리 속 드리워진 친이ㆍ친박 라인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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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
입력시간 : 2017.09.09 07:01:29 | 수정시간 : 2017.09.09 07:01:29
  • 방산업체 통해 전 정권 실세들 검은 자금 모았나

    MB정부 핵심 인사 해외무기 구입 때 거액 리베이트 챙긴 정황

    검찰 방산비리 수사 “제대로 모르고 칼만”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반(反) 부패 사정 드라이브를 본격하고 나서면서 정·관·재계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그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수리온이 부실덩어리로 결론나면서 방산비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방산비리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적폐청산’ 과제로 지정하고 이를 위해 사정기관의 화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전 정권 핵심실세들과 연결된 이들이 적폐의 근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인사 특혜 등과 같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방산비리 수사가 전 정권 실세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이미 정치권에서는 “전 정권 실세였던 A씨가 방산업체 K사와 연결돼 있어 검찰이 내사 중”이라거나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 등에서 해외무기 구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권 핵심인사가 개입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말이 무성하게 떠돌고 있다.

    정가에서는 방산비리 수사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핵심인사들에 대한 여러 특혜 비리 의혹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출발점 떠난 적폐청산

    문 대통령이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방산비리를 언급하며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는 이번 KAI수사를 비롯한 방산비리를 정부가 엄중하게 다뤄나갈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는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성역없는 사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히 방산비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 걸친 ‘적폐청산형’ 사정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감사원이 지난달 중순 4대강 사업에 대한 네번째 감사결정을 내린데 이어 지난달 11일 면세점 선정비리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청와대가 같은 달 14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건을 공개한 것과 맞물리면서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에 대한 권력형 비리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4대강 비리와 자원외교 비리,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비리를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을 모두 환수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바 있어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또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설치·운영돼온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는 상시적인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제도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정작업을 추진해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협의회에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당국을 비롯해 사정과 관련된 기관장 거의 전원이 참여하고 있어 대대적인 반부패 사정이 예고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주재의 반부패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는 것은 반부패 대책 추진뿐만 아니라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해외 무기도입 관련 거물 브로커 개입 등 방산분야의 구조적 비리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사정기관별 단편적인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실 주도로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어 방산비리 근절 활동을 종합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된 전 정부 청와대 생산 문건도 대대적인 사정 드라이브 자료로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전 정부 문건에는 삼성지원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활용 방안, 한·일 위안부 합의와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련한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청와대는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내용 분석이 끝나지 않은 1107건의 문건에 대해서도 조만간 간략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들의 공개될 경우 사안에 따라 정권 초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데 이견이 없다.

    또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하는 대신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는 설치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와 적폐청산특위의 기능이 상당 부분 중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공약대로 적폐청산특위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청와대 정책실에서 적폐청산특위 설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형 비리 의혹 추적

    최근 주목을 끄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강대 동창생인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집중 표적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KAI 방산비리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사건의 범위가 전 정부 ‘윗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감사원 발표와 관련, 검찰은 수리온 헬기 개발을 맡은 KAI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엄중한 수사를 주문한 만큼 검찰은 고강도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KAI가 2013∼2014년 직원 명절 지급용으로 구입한 52억원어치 상품권 중 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17억원어치 상품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상품권이 군 고위관계자나 정·관계 로비에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검찰은 KAI와 협력업체 등에 이어 방위사업청까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이 ‘수리온’과 ‘KAI’를 수사하면서 방사청 등 전방위로 수사범위가 넓어질 조짐이다.

    KAI의 원가 부풀리기 의혹과 하성용 KAI 대표의 횡령 등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KAI 인사팀 간부인 S씨가 자신의 친척 명의로 법인을 설립해 KAI의 일감을 몰아준 후 과대계상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씨는 2007~2014년 수리온 등 개발을 맡는 외부 용역 회사를 선정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S씨는 처남 명의의 법인에 수백억원대의 용역을 맡긴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수법으로 조성된 비자금 일부가 하 대표의 연임 로비 등에 쓰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인비리가 아닌 회사 차원의 범행인지 캐고 있다.

    검찰은 또 하 대표의 핵심 측근이 운영하는 또 다른 부품업체 등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하 대표 측근이 대표로 있는 곳 등 협력업체 5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하 대표가 일감을 몰아주고 대금 중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KAI의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결함 사실에 대한 감사원 보고를 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사정기관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의 칼끝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KAI 협력업체의 납품계약 문서, 회계장부, 관련자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 업체 중 한 곳인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G사는 성동조선해양과 KAI에서 하 대표와 함께 근무한 조모씨(62)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하 사장이 KAI 사장에 취임한 2013년 설립됐다. 매출액은 2014년 39억원에서 2년 만인 지난해 92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G사 지분 80%를 갖고 있어 실질적 소유주인 또 다른 항공기 부품업체 N사도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압수수색 업체 중 일부는 하 사장이 대표를 맡았던 성동조선해양의 협력업체였다. 검찰은 KAI 협력업체를 통해 하 대표가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인 D사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추적

    문 대통령은 해외 무기 도입 비리를 방산비리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무기 비리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에 ‘해외 무기 도입 비리’란 다름아닌 박근혜정부에서 선정된 차기 전투기(F-X) 사업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F-35 전투기 선정 비리가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이 부분은 특검이 규명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 가서라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7조원 규모 F-X 사업에서 2013년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대상 기종을 변경하도록 한 것이 비리 의혹의 핵심이다. 김 전 안보실장은 국방부 장관으로 있을 때 기종 선택과 관련해 ‘정무적 판단’에 의해 F-35A가 선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리베이트와 특혜, 브로커 개입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 전 실장은 이런 의혹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애초 60대에서 40대 도입으로 축소된 과정, 박근혜정부 실세 개입 의혹 등이 앞으로 규명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F-X 사업과 관련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검찰이 수사 중인 KAI의 경영진이 전 정권 고위 인사들과 친분 관계가 있다는 것도 방산비리 수사가 박근혜 정부 실세를 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하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 만인 2013년 5월 KAI 사장에 임명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사업 실시 당시 미국으로부터 구매하려던 전투기 기종이 보잉사 기종에서 록히드마틴사 기종으로 갑자기 바뀐 사실을 언급하면서 “최순실씨의 흔적이 보이는 대목”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달 19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날(8월 18일) 황찬현 감사원장은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사업과 관련해서 감사를 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최고위원은 “2013년 9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시절 (구입하려던 미국 전투기를) F15SE 기종에서 F35A 기종으로 변경했다”며 “국방부과 군 당국은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사업과 관련해 (무상) 기술 이전이 가능하다고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유상 협상을 하고 있었단 사실이 황 원장에 의해 밝혀졌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 이전이 가능했던 보잉사 F15 전투기에서 기술 이전이 불가능한 록히드마틴 사의 F35A로 기종이 변경됐다”며 “당시 김 장관은 정무적 판단에 의한 기종 변경이었다고 했지만 최씨의 흔적이 보이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에 따르면 4개 핵심 기술 이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2014년 4월 미국 당국으로 부터 공식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도 2차 협상을 진행했고 록히드마틴사에 (이 회사의 비용 요구로 이한 군사통신위성 사업) 지연과 관련된 면죄부 책임을 줬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록히드마틴사와 한국과의 거래 과정을 보면 불과 몇천억대에서 수십조원으로 늘어난다, 15배가 박근혜 정부에서 확 뛴다”며 규모가 큰 방산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향후 검찰 수사 방향이 주목된다.

    @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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