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장 물갈이 초읽기 ③문체부, 복지부,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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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기자 underdog
입력시간 : 2017.09.28 09:11:24 | 수정시간 : 2017.09.29 01:53:06
  • 국정농단·블랙리스트로 쑥대밭 문체부…기관장 교체 잰걸음

    문체부, 진상 조사로 조직 쇄신 움직임…첫 인사 낙하산 논란도

    정치색 띤 복지부 공공기관 교체 유력…최성재 노인인력개발원장 첫 손에

    교육부 산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가시방석 임기 진행 중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설가온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가 정책의 뼈대를 세우는 곳은 청와대이고 뼈대에 살을 붙여 세부사항을 수립하는 것은 ‘18부 4처 17청’다. 이를 현장에서 실무 집행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역할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과 문재인 정부가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330개 공공기관장 중 임기만료나 사의를 표명해 공석인 곳은 50여 곳, 올해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42곳 정도다. 약 100곳에 달하는 공공기관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로는 ‘낙하산 인사’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공공기관장들의 낙하산 인사 문제는 임기 내내 지적받았다. 당시 야당 관계자는 “기관장 뿐 아니라 상임감사 등 요직에 대통령 측근, 캠프 출신 등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 ‘관피아(관료+마피아)’ 인사를 마냥 거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들 덕분에 예산 확보 등 기관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단 조건이 있다. 전문성과 업계 이해도를 갖춘 인사여야 수용할 수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슷한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공공기관장 인선에 대해 대선 캠프 출신 등 정치인은 배제하지 않되 전문성은 담보돼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업무 관련성이나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 인선을 피하라는 의중으로 읽힌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한 각 부 장관들은 산하 공공기관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장관들은 전문성이 있고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더라도 함께 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 기관장은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다.

    국정철학 검증은 내달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감이 현 정부와 맞지 않는 인사들을 걸러낼 필터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감 이후 부적합 인사로 평가받은 공공기관장들은 임기에 상관없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여당 관계자는 “정부가 인위적인 교체는 없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국감에서 부정 평가를 받은 기관장들을 자리에 그대로 둘 수 있겠나”며 “연말이면 문 대통령 임기 중 10%가 지나간다. 임기 상관없이 인선을 서둘러야 정책 추진에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상황에 따라 큰 폭의 물갈이도 이뤄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본지는 공공기관장 임기 현황 및 주요 이력을 살펴보는 세 번째 시리즈로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3개 기관 산하 공공기관장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체부 소속 공공기관장 절반 임기 만료·예정

    ‘알리오’에 따르면 문체부는 준시장형 공기업 2곳,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4곳,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3곳, 기타공공기관 24곳 등 총 33개의 공공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공석인 곳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영화진흥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방송교류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총 7곳이다.

    6개월 안팎으로 임기가 마감되는 기관은 그랜드코리아레저(공운위 심의 예정), 한국예술인복지재단(2017년 10월), 영상물등급위원회(2017년 12월), 태권도진흥재단(2018년 1월), 한국문학번역원(2018년 2월), 예술경영지원센터(2018년 3월), 한국체육산업개발(2018년 3월), 한국문화정보원(2018년 4월), 게임물관리위원회(2018년 4월) 등 총 9곳이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33곳 중 서둘러 기관장 교체 준비에 나서야 하는 곳이 절반에 가까운 셈이다.

    당장 50%에 해당하는 16곳 기관장을 교체해야 하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고민은 깊다. 최순실 국정농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많은 국민들을 분노케 한 행위들을 저지른 국가기관에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 상당수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과거를 걷어내고 조직을 쇄신해야 하는 도 장관이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 들어 문체부 산하 첫 신임 공공기관장이 최근 정해졌다. 문체부는 지난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에 민병욱 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했다. 민 신임 이사장은 29년간의 동아일보 재직 기간 동안 정치부, 출판국 등에서의 언론 현장 경험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2006~2009년)을 지내는 등 행정 경험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낙하산 논란도 반복되고 있다. 문 신임 이사장이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 미디어특보단장을 맡은 이력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재단은 낙하산 전용 기관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했다. 2007년 이명박 후보 언론본부장 겸 특보단장 출신 이성준 씨, 2012년 박근혜 캠프 선대위 공보단장을 지낸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 김병호 씨 등 선거 캠프 출신들이 꾸준히 수장을 차지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관계자는 민 신임 이사장 선임에 “대선 특보 출신 이사장에 반대한다. 이번 인사가 정확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었는지 의문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직·간접 관련 기관장 4명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 중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관련이 있는 인물은 4명이다. 이 중 영어의 몸이 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지난해 11월 27일 구속된 채 죄값을 치르고 있다. 송 전 원장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과 함께 지난 2015년 3월부터 6월까지 포스코 계열의 광고대행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업체 C사를 상대로 포레카 지분 80%를 넘기라고 협박하는 데 가담하는 등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강요) 혐의로 구속됐다.

    심리가 마무리된 후 검찰은 지난 4월 송 전 원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사건과 함께 선고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재판 종결이 미뤄졌다. 지난해 국감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된 송 전 원장의 구속 만기일은 오는 11월 26일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이 오는 10월 16일이므로 이전에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송 전 원장은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6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법원에 요청했다.

    1년 가까이 수장이 부재 중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정상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만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진흥원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점에 대해 깊은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 직무대행은 “논란이 된 사업은 종료시키거나 다른 사업으로 바꿨다. 전문가가 참여하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일반인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도 열기로 했다”며 “앞으로는 사업에 있어 이해관계자를 배제하는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조만간 구체적인 혁신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한 축을 담당했던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이기우 대표이사는 해임위기에 봉착했다. 감사원이 지난 6월 이 대표의 해임을 문체부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올 초 진행된 감사원 기관운영감사 결과 이 대표는 장애인휠체어펜싱팀을 창단하면서 절차를 무시하고 선수를 채용하거나 더블루케이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더블루케이와 스포츠단을 창단하라는 안종범의 지시를 받고 '장애인 휠체어 펜싱팀'을 창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실무진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집공고 절차 등 규정을 위반해 더블루케이 소속 펜싱소속 5명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더블루케이와 2억 8000만원의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 또 선수들이 GKL실업팀이 채용되어 전속계약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데도 선수들에게 전속계약금 6000만원을 지급하도록 지시, 지급한 계약금 중 절반은 에이전트인 더블루케이에 귀속되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감사원은 이 대표가 GKL 사회공헌재단의 예산으로 영재센터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전 김종 문체부 차관의 지시에 따라 GKL 사회공헌재단으로 하여금 영재센터에 2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도록 하는 등 재단의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공기업인 GKL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통해 심의를 받게 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오는 28일 공운위가 열릴 예정”이라며 “공운위 심의 결과가 문체부로 통보될 예정이고 해임이 나올 경우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혜진 국악방송 사장은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난 미르재단의 초대이사를 지냈다. 송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문화융성위원회 1기 전문위원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임명된 송 사장의 임기는 2019년 7월까지다. 하지만 미르재단 이사진 이력과 국정농단 연루 의혹자인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부인을 자신의 숙대 후임 교수 자리 추천하는 등 뒷말이 많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직에서 조기 해임되는 과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해 주목받은 바 있다.

    여 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교문위 업무보고에서 "모든 주적은 불통과 방치 때문"이라며 "기관장만 알 수 있는 것을 알려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게임판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안을 보고하겠다“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 위원장의 모습에 업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여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블랙리스트 실행 기관장, 대선 직전 사퇴

    무소불위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징역 3년의 실형을 받게 된 시발점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이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던 곳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다. 이 곳의 수장이었던 박명진 전 문예위원장과 김세훈 전 영진위원장은 지난 대선일 직전인 5월 8일 나란히 문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점을 들어 수리하지 않았다.

    감사결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문예위와 영진위를 포함한 10개 기관에서 문화예술인·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부당하게 배제한 444건의 사례가 드러났다. 이 중 문예위가 364건, 영진위는 5건이었다.

    박 전 위원장은 문체부를 통해 내려온 청와대의 예술인들에 대한 부당한 지원 배제 지시를 거부하지 않아 이행되도록 방치했고, 김 위원장은 부당한 지원 배제 지시를 나서서 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위원장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로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지냈으며, 2015년 6월 임기 3년의 예술위원장에 취임했다. 2015~2016년, 매년 2000억 원 이상 집행되는 문예진행기금 등의 지원에서 블랙리스트 지침 실행자로 지목돼 문화예술계의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블랙리스트 관련 위증과 문예위 전체회의 회의록 삭제·조작 혐의로 국회 교문위로부터 고발당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7월 박 전 위원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회의록 중 미르재단과 블랙리스트 관련 부분을 의도적으로 삭제, 누락한 뒤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의도적으로 삭제, 누락한 사실이 없다”며 “회의록 정리 과정에서 사적인 발언과 여담, 위원들의 삭제 요청이 있는 부분들 삭제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위원장이 거짓으로 답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세훈 전 영진위원장은 임기 내내 영화제 출품작 사전검열 시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금지와 관련해 논란이 된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주요 영화제 지원 예산을 삭감해 비난을 받았다. 또한 '다이빙벨'을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의 편파 집행 등 직권남용의 사유로 영화계의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측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학연과 얽힌 인물들을 대거 영진위원을 위촉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을 임명한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과 홍익대 미대 동문이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지난 6월 취임 직후 이들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문체부는 “앞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며 현장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의 위상을 꾸려갈 새로운 위원장을 선임하기 위하여 문화예술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친박 낙하산 출신 3인, 임기 유지할 수 있나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서 활동한 기관장 3인의 거취도 주목된다. 이들의 임기는 짧게는 11개월, 길게는 2년 가까이 남아 있다.

    3인 중 한 명인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국토부 관료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강원미래발전특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2013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9개월 만에 2014년 지방선거 강원도지사로 출마하겠다고 스스로 물러났다. 하지만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해 출마하지 못했다. 약 1년 후 정 사장은 한국관광공사 수장으로 취임했다. 정 사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 정 사장 출마를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학찬 예술의 전당 사장은 18대 대선 전 박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의 문화예술분야 간사로 활동했다. 대선에서는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13년 3월 고 사장이 예술의 전당 제14대 사장을 임명되자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다. 방송PD 출신인 고 사장은 서울 강남지역 소극장인 윤당아트홀 관장이 극장 운영 경험의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윤당아트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씨의 삶을 다룬 뮤지컬 ‘퍼스트레이디’가 공연된 바 있다.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운영 능력'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문체부는 지난해 3월 고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고 사장의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다.

    손상원 정동극장장은 전임이었던 정현욱 전 정동극장장과 함께 박근혜 대선후보 시절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했다. 임기 만료는 2019년 6월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 이들의 거취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산하 기관장 선임에 속도…국민연금공단 새얼굴 조만간 결정

    보건복지부는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1곳,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6곳, 기타공공기관 15곳 등 총 22곳의 공공기관을 거느리고 있다.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새롭게 수장이 임명된 기관은 대한적십자사(한적)다. 지난 8월 취임한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원로 인권 전문가다. 박 회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지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유엔 인권정책센터 이사장, 유엔 세계인권도시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대한민국 인권의 얼굴로 통한다. 2008년 6월엔 이명박 정부의 폭력적 시위진압에 항의하며 경찰청 인권수호위원장을 사퇴하기도 했다. 북한을 29차례나 방문하고 김일성 주석과도 만난 적이 있다. 이산가족상봉, 인도적 대북 지원 등 한적 업무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한적 다음으로 기관장 인선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공단은 문형표 전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기소가 된 이후 지금까지 파행 운영되고 있다.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선임절차는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력한 후보는 김성주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김 부원장은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지난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인수위원회격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전문위원 단장을 맡아 자문위원을 보완하는 전문위원들을 이끌며 복지 분야를 포함해 공약 전반을 손질하는 데 기여했다.
    김 부원장이 신임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복지부는 “특정 후보자가 이사장으로 내정된 사실은 없다”며 “지난 19일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이사장 후보자를 3배수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추천했으며, 복지부장관의 제청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임명하게 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신임 이사장은 이르면 추석 연휴 전에 발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교체 작업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 성상철 이사장의 임기가 오는 11월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성 이사장의 경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남고 후배 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맡는 등 박근혜 정부와 인연이 깊은 인물로 교체 가능성이 높다.

    차기 건보 이사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김용익 전 민주연구원장, 양봉민 전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 조인성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등이다.

    초대 복지부 장관 후보로 꼽혔던 김용익 전 민주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 개혁의 설계자로 국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양봉민 전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보건의료서비스 공공성 확대, 건강보험 및 의료체계 개혁 등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개혁성향의 보건경제학자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으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의 보건복지 공약을 만든 ‘편안한 삶 추진단’ 보건의료팀장을 지낸 바 있다. 양 전 교수는 지난해 1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재영입 ‘17호’로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보건의료공약 수립에 힘을 보탰다.

    한편 지난 3월 임명된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교체 여부도 관심사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의례적으로 사직서를 써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원장의 경우 임기가 많이 남아 있어서 교체 명단에 포함될 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정권 마지막 공공기관장 인사라는 꺼림칙한 꼬리표가 달고 심평원에 들어왔지만 현재 분위기는 반전된 상태로 임직원들의 지지도도 높은 편이어서 청와대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색 강한 복지부 공공기관 교체 유력…최성재 노인인력개발원장 첫 손에

    교체가 유력시되는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장은 최성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다. 최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복지정책 브레인으로 불렸다. 그는 지난 2010년 12월 박근혜 당시 의원이 개최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면개정안 공청회의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 공청회는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18대 대선 첫 행보로 꼽혔다. 최 원장은 박 전 대통령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설립부터 지근거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도왔다. 이후 18대 대선 당?국민행복추진위원회 편안한 삶 추진단장을, 박근혜 후보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 분과 간사를 맡았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100세 시대 일자리 정책 등 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복지 공약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최 원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초대 고용복지수석을 6개월간 지낸 후 2015년 12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으로 취임했다. 관가에서는 최 원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깊은 만큼 교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 원장의 임기는 2018년 12월까지다.

    제17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 이사장은 오는 12월이 임기 만료다. 정부에서는 연임 없이 새 이사장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인요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인 이사장은 18대 대선 당시 각종 유세장을 찾아 대한민국에 첫 여성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박 전 대통령 유세를 돕기도 했다.

    인 이사장은 탄핵 정국 당시 “저도 (이번 사태에 대해) 낙심하고, 저 자신이 굉장히 잘못한 것 같았다”면서 “위기는 기회를 가져오고,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발언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또 “(한국 사회가) 큰 예방주사를 맞은 것”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 이사장의 임기는 약 9개월 가량 남았다.

    2015년 8월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으로 재직 중인 이영찬 원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초대 복지부 차관을 지내는 등 박근혜 정권과 친밀도가 높은 인물이다. 새누리당 전문위원으로 당 파견근무를 했던 전력도 박근혜 정권과 이 원장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이 밖에 충남도의회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지낸 황화성 한국장애인개발원장 등 구 여권 성향의 기관장들도 교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보건복지비서관을 역임한 최영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장도 교체 범주에 들어가 있다. 최 원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3년 6개월 동안 복지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11월 명예퇴직 후 바로 현재 직책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가시방석 임기 진행 중

    교육부의 산하 공공기관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1곳,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2곳, 기타공공기관 19곳 등 총 22곳이다. 이 가운데 현재 공석인 기관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동북아역사재단(사의 표명), 한국학중앙연구원(사의 표명), 부산대학교치과병원(임기 만료) 등 4곳이다.

    눈에 띄는 곳은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다.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과거 박근혜 정권이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한 기관장이다. 두 사람 모두 정부 산하기관장임에도 ‘국정교과서’를 검토하고 심의하는 편찬심의위원을 맡은 바 있다.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5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김호섭 이사장은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이라 주장하고 ‘뉴라이트’란 평가를 받는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적극 옹호했던 이력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한중연 원장으로 선임된 이기동 동국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국정감사 때 제주4·3항쟁을 두고 ‘공산 폭도에 의해 발생했다’고 발언하는 등 ‘반헌법적’인 역사관을 지녔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이들은 지난 8월 임기를 1~2년 남겨둔 상태에서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의를 표명한 기관장 이외 교체가 점쳐지는 기관장은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출신으로 지난해 5월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이전의 행보를 두고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두 차례 한국교육방송(EBS) 이사를 역임한 안 이사장은 2014년 1월 EBS 이사 첫 재임 시절 술자리에서 동료 이사를 폭행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사임했다. 두 번째 이사 임기도 다 채우지 못했다.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공모했기 때문이다. 안 이사장는 공모 이후 교육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사직을 사퇴했다. 그는 당시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주기 위해 누군가 방어벽을 쳐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총 회장을 6년 하면서 쌓아온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국회에서 발휘하고 싶다. 희생정신으로 나왔다”고 비례대표 신청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비례대표 선정에 탈락한 뒤 지난해 5월 2차례에 걸쳐 진행된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모집 공고에 응모해 복수의 공모자 가운데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안 이사장의 임기는 2019년 5월까지다.

    2014년 9월부터 박 전 대통령 주치의로 지내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끊임없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표적으로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의혹이다. 서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본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치의 및 서울대병원장 선임에 최순실 씨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는 최순실 씨의 주치의를 맡았던 이임순 순천향대병원 교수의 추천을 통해 대통령 주치의가 됐고, 이 교수에게 서울대 병원장 출마 권유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또 비선의료를 진행했던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에게 특혜를 줬다. 서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백남기 씨 관련 논란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백 씨 유족은 백씨의 의료정보를 청와대로 유출했다며 서창석 서울대병원장(56)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한 바 있다. 서 원장이 백씨의 사망을 전후해 병세 등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대응책을 협의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백씨 의무기록을 무단 열람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서울대병원 직원 등 관계자들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사안에 관련해 지난 2~3월 감사원은 서울대병원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진행했고 7월부터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현재 “의료적폐의 핵심고리인 서창석 병원장은 물러나라”며 서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허인회 기자,김소현 인턴기자 @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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