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의 북한 대변화, 문재인 정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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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11.25 12:43:29 | 수정시간 : 2017.11.25 14:33:44
  • 北, 선군(先軍)에서 선당(先黨)으로…남북관계 변화 전망, 5ㆍ24조치 해제 관건

    북한 황병서ㆍ김원홍 추락하고 최룡해ㆍ박봉주 부상…노동당 위상 강화

    북핵 6차 실험에 전 세계 압박, 중국도 동참…위기의 북한, 남한에 눈길

    남북 대화 가능성 높아져, 물밑 접촉… 민간 중심 ‘경제 교류’ 바람직

    5ㆍ24 조치 풀려야 남북교류 활성화…문재인 정부 5ㆍ24조치 결단해야

    북한 내부에 대변화가 일고 있다. 외부에선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다.

    그 요체는 당(黨)이 중심이 돼 북한을 이끌고 군(軍)도 당의 구도 아래 재편되는 과정이다. 이는 ‘선군(先軍)’을 앞세운 김정일 시대와 달리 ‘선당(先黨)’을 표방한 김정은 시대가 안착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북한이 당 중심의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 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제2인자로 부상하고 군부 최고 요직에 있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처벌받은 것으로 알려진 것은 북한의 대변화를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북한 경제를 이끄는 박봉주 내각총리의 위상이 강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을 ‘최고 정치조직’으로 규정하고 당의 존립을 위한 ‘일심단결’을 강조해 북한의 변화를 대변하기도 했다.

    북한은 6차 핵실험(수소폭탄 실험) 이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북한을 압박하면서 내부 변화가 속도있게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미국만을 상대하던 것과 달리 대화 창구가 좁아지고 경제적 어려움이 수반되면서 그동안 무시해온 남한에 눈길을 보내려 한다. 이미 중국 베이징 등에선 남북한 물밑 접촉이 빈번해지고 있다.

    북한의 대변화가 한반도와 남북관계에 어떤 가져올지,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심층적으로 짚어봤다.
    •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과 김원홍 군총정치국 1부국장.(연합)
    북한 변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국가정보원은 20일 북한이 20년만에 처음으로 인민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해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을 처벌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들에 대한 북한 동향 보고를 통해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주재하에 당 지도부가 불순한 태도를 문제삼아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 중이다. 20년 만에 처음이다”라며 “총정치국장 황병서와 제1부국장 김원홍을 비롯해 총정치국 소속 장교들이 처벌받았다는 첩보가 입수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최룡해는 3년 전까지 자신이 수장이었던 군 총정치국에 대한 대대적 숙청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김정일 시대 이후 처음”이라며 “(황병서 등의) 서열이 바뀌지 않았느냐”라고 했다.

    이와 관련,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동당 총비서 추대 20주년 중앙경축대회 녹화 실황을 보도하면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최룡해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순으로 참석자를 호명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전까지는 김영남-황병서-박봉주-최룡해 순서로 호명했는데 황병서가 뒤로 밀린 것이다. 황병서는 지난 10월 13일 북한 매체에 군 총정치국장 직책으로 등장한 이후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총정치국 제1국장 등이 당의 검열로 처벌을 받았고, 그 이유를 ‘불순한 태도’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부 북한 전문가는 “2015년 황병서·김원홍의 모함으로 실각했던 최룡해의 반격이 본격화됐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최룡해는 김정은 시대의 핵심 실세였지만 2014년 4월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됐고, 2015년 11월엔 지방 협동농장으로 좌천돼 ‘혁명화 교육’을 받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거쳐 총정치국장에 오른 황병서와 김원홍 당시 국가안전보위부장(국정원장 격)이 최룡해에게 불리한 보고를 김정은에게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룡해는 지난 10월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통해 인민군을 지휘하는 당중앙군사위(위원장 김정은)에 진입하고 ‘당 부장’에도 임명되는 등 권부 핵심에 재입성했다.

    국정원과 일부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황병서와 김원홍의 처벌이 ‘불순한 태도’ 때문이고, 최룡해의 보복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는 김정은 위원장이 숙청이라는 공포정치를 통해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사실과 큰 거리가 있다. 특히 황병서가 불순한 태도를 보여 처벌됐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지난해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영화에서 황병서는 눈높이를 맞추려는 듯 의자에 앉은 김정은 옆에 무릎을 꿇고, 침이라도 튈 새라 말할 때마다 손으로 입을 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전 화면에선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시찰을 수행하던 황병서가 김 위원장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간 것을 깨닫고 소스라치듯 놀라며 뒷걸음치는 모습이 나왔다.

    북한 사정에 정통항 베이징 소식통은 “황병서는 군의 최고인 총정치국장이지만 총도 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행동을 볼 때 당과 김정은에 ‘불순한 태도’를 보였다는 해석은 말이 안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황병서는 처벌받은 게 아니라 군보다 당의 위상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뒤로 물러난 것일 뿐 언젠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의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김원홍은 처벌 받은 게 맞다”며 “그러나 불순한 태도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저지른 결과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김원홍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에 개입해 북한을 어렵게 한 것이 내부에서 크게 비판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에 억류된 뒤 송환됐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은 북한을 매우 곤궁에 빠지게 했는데 김원홍의 보위부가 저지른 사건으로 알려져 그의 처벌은 불가피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황병서와 달리 김원홍이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이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위 강화를 위해 공포정치 차원에서 황병서와 김원홍 등을 처벌했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북한을 너무 모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김정은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체제가 아니고, 노동당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을 포함한 노동당이 북한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정하는 실질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북 특사 쑹타오(왼쪽 두 번째)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난 17일 북한 평양을 방문, 최룡해(오른쪽 두 번째)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당(黨) 위상 강화, 군(軍)도 밑으로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크게 변하고 있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그 변화의 핵심은 ‘당(黨)’의 위상 강화라는 것이다. 즉, 노동당을 북한 체제의 가장 상위에 두고 군(軍)조차 당 아래 두려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이 20년 만에 군 총정치국에 대해 검열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것이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이다. 즉, 최룡해로 상징되는 당이 황병서로 대표되는 군을 검열한 것은 군에 대한 당의 우위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일 시대의 ‘선군(先軍) 정치’가 김정은 시대에 ‘선당(先黨) 정치’로 변화해왔는데 이번에 황병서와 김원홍 등 군 핵심 인사에 대한 검열은 선당 정치가 확실하게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김일성 시대 당 중심 체제가 김정일 시대에 군 우선으로 바뀌었는데 김정은 시대에 다시 당 중심으로 북한이 변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이 정치, 경제 전 분야에 관여하면서 많은 부분이 엉망이 됐다며, 특히 경제 부분에 주민의 불만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 시대 후반부터 시장경제가 나타나고 김정은 시대에 확산되면서 군도 이를 통제할 수 없게 돼 자연스럽게 당의 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북한 전문가는 “장성택이 실세일 때 ‘경제’에 중점을 두면서 당이 군보다 위에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비록 장성택이 처형됐지만 현재 북한이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장성택의 것을 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단둥(丹東)의 북한 소식통은 “과거엔 보위부 병사들이 장마당 주민들에 대한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몇해 전부터 장마당 상인들의 힘이 세져 보위부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중국의 소식통은 “황병서와 김원홍이 추락하고 최룡해ㆍ박봉주가 부상한 것은 북한에서 당과 경제의 중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최룡해와 박봉주는 사실상 ‘장성택 사람’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장성택이 했던 것처럼 군보다 당을 강화하고 경제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북한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20일 나흘째 북한을 방문 중인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만난 것도 최 부위원장으로 상징되는 당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둥 소식통은 “김정은이 핵ㆍ경제 병진 정책을 추진하고 핵ㆍ미사일 같은 현대적 무기 군사체계에 중점을 두면서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군대들이 홀대받고 있다”며 “이들을 경제에 투입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정책이 최룡해 당 부위원장과 박봉주 총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 군 병력 중 적지 않은 인력이 경제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둥의 소식통은 “북한군 중에 경제, 특히 수산 쪽에 투입되는 병력이 상당하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해왔다.
    •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하는 모습.
    남북관계 변화 조짐, 문재인 정부 결단 주목

    북한이 당을 군보다 우위에 두고 ‘경제’에 방점을 두면서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변화가 예상된다.

    게다가 북한이 6차 핵실험(수소폭탄 실험)으로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의 압박을 받고 있고, 중국마저 북한에 등을 돌리면서 한국이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는 점도 남북 대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 북한이 경제 문제로 가장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 전세계의 금융 압박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동시에 이 난국이 북한 때문으로 여기면서 석유 공급 중단을 제외하고 북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만큼 북한이 한국 정부에 손을 내밀 수 잇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요즘 베이징엔 박봉주 총리와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남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사람들과 접촉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남북관계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과 대화를 하더라도 북핵과 같은 정치 분야는 전혀 진전될 게 없는 만큼 ‘경제’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들은 경제를 매개로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열려고 할 경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이 남북교역을 전면 금지한 5ㆍ24 조치인 만큼 이를 푸는 게 급선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북핵 위기가 상존하고 전 세계가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5ㆍ24조치를 푸는 것은 난제일 수 있다. 결국 5ㆍ24 조치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결단에 달린 셈이다.

    반면 미국과 북한 관계가 ‘강 대 강(强 對 强)’ 국면에서 대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고, 북한 또한 2개월 넘게 핵ㆍ미사일 실험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설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 북한산 생수가 민간단체를 통해 국내에 반입된 것은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민간이 중심이 되고 화폐가 개입되지 않은 남북 간 경제 교류는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30년 넘게 북한과 무역을 해온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북한과 물물교환 형태로교류를 하면 유엔의 제재나 세컨더리 보이콧도 피할 수 있다”며 남북 교류의 해법을 제시했다. 장 이사장은 “민간이나 기업이 북한과 교류나 경협을 할 경우 남북 모두 국내법상 제약이 있는 만큼 해외동포가 주체가 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북한은 ‘민족’을 중시하고 ‘자존’이 강한 만큼 남한의 일방적인 도움을 받기보다는 같은 민족인 해외동포가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민족이 중심이 되고, 민족 간 교류를 강조하면서 해외동포를 거론하기도 했다.

    장 이사장은 “종래 개성공단 운영방식이나 화폐(금융)가 개입된 일반적인 무역은 유엔 등의 제재가 있는 만큼 ‘물물교환’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가령 남한의 잉여 농산물이나 생활필수품과 북한의 임산물, 수산물 등과 교환하는 형태다. 이렇게 하면 유엔 제재 없이 교역을 활성화할 수 있고 남북이 윈윈하게 돼 대화의 폭도 넓혀갈 수 있다고 장 이사장은 강조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남북이 대결 국면에서 호혜와 상생 국면으로 나아가면 5ㆍ24 조치 문제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장 이사장은 전망했다.

    남북관계의 발전적 변화를 추구해온 문제인 정부가 5ㆍ24 조치 해제 문제를 포함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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