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6ㆍ13 지방선거 변수와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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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6.09 10:07:47 | 수정시간 : 2018.06.11 17:05:44
  • 투표율, 부동층 향배, 보수야당 주도권 경쟁 영향 …與, 압도적 승리 전망

    세대별 투표율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 가늠해보는 중요한 단서

    여론조사 응하지 않는 ‘샤이 보수 부동층’ 얼마나 될지도 관심

    자유한국당ㆍ바른미래당 선거 이후 ‘야권주도권’ 놓고 경쟁

    보수 몰락 자성해야…시대정신에서 패하고 전략도 부재

    • 6.13 지방선거에서 세대별 투표율과 부동층의 향배가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6ㆍ1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선거는 ‘4무(無) 선거’라고 평가할 만하다.

    여당 우위 체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또한 지방은 없고 선심만 난무하는 지방선거가 판을 쳤다. 판문점 선언, 북ㆍ미 정상회담과 같은 굵직한 중앙 정치 이슈가 지방선거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후보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다. 한국선거학회 조사 결과,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유권자 2명 중 1명 정도(51.1%)가 지지할 후보나 정당을 고르는데 정보가 ‘부족한 편이었다’고 응답했다. 이번에는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정책 선거도 실종됐다. 오히려 네거티브 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욕설 파일’과 여배우 스캔들 등 사생활 의혹 제기로 정책은 사라지고 고소ㆍ고발로 얼룩졌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 강임준 군산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전북지역 후보들과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연합)


    여권 압승이 예상되는 6ㆍ13 지방선거

    이런 상황 속에서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전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여권의 압승으로 귀결될 조짐이 크다. 지상파 방송3사가 지난 6월 2일에서 5일까지 실시한 광역단체장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구ㆍ경북과 제주 3곳을 뺀 14곳에서 상당히 큰 격차로 야당 후보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지상파 방송3사-코리아리서치센터에서 조사한 내용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최대 승부처’인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서도 우세를 보였다. 서울시장의 경우 박원순 민주당 후보(49.3%)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13.6%)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10.7%)를 큰 차이로 앞섰다.

    경기지사 선거에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48.6%)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19.4%)를 압도했다. 인천시장 역시 박남춘 민주당 후보(40.6%)가 유정복 자유한국당 후보(19.2%)를 크게 눌렀다.

    부산시장 선거에선 오거돈 민주당 후보(50.5%)가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20.4%)를 30%포인트 차이로 앞섰고, 울산시장 선거에서도 송철호 민주당 후보(44.4%)가 김기현 자유한국당 후보(24.9%)보다 두 배 가까이 지지를 얻었다. 경남에서도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43.3%로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27.2%)를 크게 앞섰다.

    자유한국당은 보수 텃밭인 대구ㆍ경북에서만 민주당을 간신히’ 앞섰다. 대구시장 선거의 경우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28.3%)와 임대윤 민주당 후보(26.4%)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였다. 경북지사 역시 이철우 자유한국당 후보가 29.4%로 오중기 민주당 후보(21.8%)간에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제주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한 원희룡 후보(39.3%)가 문대림 민주당 후보(28.8%)가 막판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지난 6월 1일에서 3일까지 실시한 방송3사 국회의원 재보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12곳 중 민주당 후보가 11곳에서 지지율 1위로 나타났다. 나머지 1곳은 보수의 텃밭인 TK(대구ㆍ경북)의 김천인데, 민주당은 ‘적격 후보가 없다’며 무공천한 곳이다.

    이런 조사결과들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 투표 바로 전날로 예정된 북ㆍ미 정상회담, 보수 야당의 분열, 대통령 및 민주당의 이례적인 높은 지지도 등 여권의 호재가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 8일 오전 부산 동구 수정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연합)


    투표율과 부동층의 향배, 보수 야당 주도권 전쟁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만 세 가지 관전 포인트가 존재한다. 첫째,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다. 최근 지방선거 투표율은 2006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68.4%로 역대 최고였다. 그 이후 1998년 제2회 지방선거(52.7%)와 2002년 제3회 지방선거(48.9%)에서는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51.6%로 상승했고, 그 이후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54.5%,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56.8%로 지속적으로 올라갔다.

    문재인 대통령(8일)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9일)가 사전투표에 참여해서 투표율 제고에 앞장섰다. 지난 2013년 4월 사전투표 제도가 처음 실시된 이후 현직 대통령이 사전투표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리얼미터 조사(6월 4~5일) 결과, 국민 10명 중 3명 정도(28.1%)가 ‘사전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했다. 이 수치는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11.5%)의 두 배를 넘는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40대(34.3%)와 20대(31.2%)에서 가장 높았고, 30대(23.8%)와 60대 이상(24.4%)에서 가장 낮았다. 50대는 27.3%였다. 특히 충청권과 호남, 40대와 20대, 노동직과 사무직 등 직장인, 중도층과 진보층에서 사전투표 의향이 다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사전 투표율이 26.1%였다. 세종시(34.5%), 전남(34.0%), 광주(33.7%), 전북(31.6%)등은 높았고, 대구(22.3%), 제주(22.4%), 부산(23.2%) 등은 낮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5월 16∼17일)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사층’이 70.8%였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적극 투표 의사층’이 55.8%였는데 실제 투표율은 56.8%였다.

    이런 추세가 재연된다면 이번 선거 투표율은 70% 정도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표율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세대가 투표장으로 갈지 여부다. 실제 투표에서 현 여권에 우호적인 30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전통적으로 보수 야당을 지지했던 60대 이상 연령층이 투표에 주저하게 되면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 세대별 투표율 분석은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을 가늠해보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야권의 ‘민생 파탄 정부 심판론’보다 여권의 ‘적폐심판론”에 더 동조하는 것 같다.

    둘째, 부동층의 향배다. 폭망 위험에 처해있는 자유 한국당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은 숨은 보수표가 많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막판에 결집하면 ‘실제 결과는 다를 것이다’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샤이 보수 부동층’을 바라보면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방송 3사의 광역단체장 여론조사 결과, ‘없음ㆍ모르겠다’고 응답한 부동층이 평균 32.6%였다. 대구시장과 경북 지사의 경우, 그 규모가 각각 41.1%와 43.7%로 가장 높았다. 그런데 대구 시장의 경우 20대와 30대의 부동층은 각각 60.4%와 49.6%로 상당히 높은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33.1%와 33.2%에 불과했다. 경북도 비슷했다. 20대와 30대의 부동층이 각각 70.0%와 50.6%인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24.7%와 44.0%였다. TK 지역에서는 젊은 부동층의 향배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일에서 3일까지 방송3사가 실시한 12곳 국회의원 재보선 여론조사의 경우 약 40% 정도가 부동층이었다. 경북 김천의 경우 부동층 규모가 48.1%로 가장 높았다.

    주목할 것은 60이상 고연령층에서 부동층이 많다는 것이다. 가령, 충남 천안 갑과 천안 병에서는 60대 이상 부동층이 각각 51.7%와 51.8%였다. 재보선의 경우 노년층 부동층의 향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4명중 1명(26.6%) 정도가 투표 1∼3일전까지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었다. 통상 부동층은 세 종류다. 누구를 찍을지 이미 결정했는데 이를 숨기는 ‘은폐형 부동층’(40%), 정말 누구를 찍을지 모르는 ‘순수 부동층’(30%), 투표를 포기할 ‘기권형 부동층’(30%)이다. 은폐형 부동층의 다수가 보수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여당 독주 상황에서 이들이 투표장으로 갈지는 의문이다.

    •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김문수(오른쪽)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토론회 시작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


    셋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간에 선거 이후 야권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ㆍ안철수 후보 가운데 누가 우위를 차지할지, 광역 의회 비례대표 득표에서 어느 정당이 앞설지, TK 지역에서 바른 미래당의 성적표가 어떻게 될지 등에 따라 우열이 가려질 것이다.

    지난 3일 후보단일화를 위한 김문수-안철수 심야회동이 있었다. 김 후보는 당대당 통합을 전제로 단일화를 제안했다. ‘단일 보수세력’으로서 더불어민주당에 맞서자는 얘기다. 이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야권 대표 선수로 자신이 있으니 김 후보가 양보의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홍준표 대표와 손학규 바른 미래당 상임선대위원장 간에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설전도 있었다. 홍 대표는 안 후보의 양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민과 야권이 시장 후보 단일화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며 “안철수 후보가 대승적 결단으로 양보하면, 지방선거 후 야권 대통합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야당의 대표 선수는 안철수 후보”라고 맞서며 김문수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문수ㆍ안철수 후보 두 사람의 지지도를 합쳐도 박원순 후보와 큰 차이가 나서 후보 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없는데도 후보 단일화 논쟁을 벌인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

    지방선거 이후 보수 재편에 대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렇다 할 성적표를 받지 못한다면 결국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후 유승민 등 바른정당 소속이었던 의원들과 일부 국민의당 의원이 합류하는 당대당 통합을 통해 원내 1당이 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행보를 하는 것 같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단일화로 불을 때서 통합으로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합당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장 출마를 해도 영원히 3등이다. 뭐든지 3등을 잘하는 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결국 보수대통합의 길로 들어가 있다, 그래서 분명히 통합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 내부의 호남출신의원들에게 평화당으로 복귀할 것을 설득하는 글을 남겼다.

    여하튼 한국당과 민주평화당 모두 바른미래당을 두고 흔들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에서 ‘후보 단일화 논의의 목적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3등으로 밀어내고 2등을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 기사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홍 대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폐기는 쇼" 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속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한국 보수 몰락은 시대정신에 지고 전략 부재 때문

    한국 보수가 이렇게 초라한 존재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대정신에 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ㆍ정치적ㆍ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이다. 그런데 현실 정치에서는 우리 사회가 한번도 실현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할 미래 가치다. 현재가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전망하는 가치의 집약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통일, 공정, 양성평등, 지방분권 등이다.

    민주당은 이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과 메시지를 선점한 반면, 보수 야당은 안보, 성장 등과 같은 과거의 가치에만 몰입하면서 여권과의 담론 싸움에서 졌다. 한국 보수가 실패한 또 다른 이유는 전략에서 졌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합의 쟁점을 대립 쟁점화하는 실수를 했다. 스토크스(Stokes)는 정책 쟁점의 유형으로 합의 쟁점(valence issue)과 대립 쟁점(position issue)을 제시했다. 합의 쟁점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어느 한편으로 평가되는 조건으로서 유권자의 거의 모두가 이 쟁점에 있어서 동일한 선호를 갖는다. 따라서 특정 정당 및 후보자의 능력이나 이미지와 밀접히 관련이 되는 논쟁의 대상이 된다. 지역주의 타파, 정체 개혁 등이 이에 해당된다.

    대립 쟁점은 유권자의 선호가 찬성과 반대의 상반되는 입장으로 나뉘어져 분표하는 것이다. 복지 이슈가 전형적인 대립쟁점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현 시점에서 합의 쟁점이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 평화 쇼‘로 폄훼했다. 지난 7일 홍 대표는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거부한다면 회담을 중단ㆍ파기하는 게 차라리 옳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미북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는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 역시 결코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이런 소신 발언은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원하는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통상 합의 쟁점을 대립 쟁점화하면 득보다 실이 많은 법이다. 따라서 야권은 북핵 문제보다는 대립 쟁점의 성격이 강한 민생 경제 문제에 집중했어야 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 끝나면 거덜날 것이다”고 했고, 안철수 후보는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가 잘못된 경제 정책에 경고를 내리고 방향을 제대로 바로잡게 하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며 “제가 그 일을 위해서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을 달랐다. 야권은 이런 민생 경제 이슈를 지속적으로 강노 높게 제기하기보다는 남북문제에만 매달리는 전략적 미숙함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소득주도성론을 경제 기조로 삼아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과제로 추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미진하다. 급기야 최저임금인상 효과를 둘러싼 거친 통계 논쟁까지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긍정 효과가 90%”라면서 “소득주도성장론이 실패라는 진단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은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들을 제외한 반쪽 통계로 국민을 호도한 것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여야 할 때 야권은 북한 비핵화 이슈에만 집중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유리한 민생 이슈를 스스로 잠재우는 우를 범했다.

    자유한국당의 또 다른 치명적인 실수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채택한 것이다. 한국선거학회 조사 결과, 2014년 지방선거 때 유권자의 이념 지형은 진보 28.4%, 중도 24.5%, 보수 45.0%였다. 완전히 보수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그런데, 2017년 대선직후 방송 3?출구조사를 보면, 진보 27%, 중도 38%, 보수 27%였다. 진보는 별 차이기 없었지만 보수는 크게 하락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2017년 사회통합실태조사’(9월1일∼10월 31일) 결과에 따르면, 진보 30.6%, 중도 48.4%, 보수 21%로 나타났다. 보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세간에서 말하는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아니라 중도가 두터워지는 이념지형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이념 지형의 변동적 상황에서 한국당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위축된 집토기를 잡는 전략에만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중도층이 한국당과 보수를 외면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41.1%의 득표를 했지만 집권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지지도가 70%대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중도가 철저하게 보수를 배척하고 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는 통상 개혁성과 도덕성에 큰 비중을 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5월 31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에게 견제할 힘을 주셔야만 이 정권의 망국적 폭주를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탄핵 사태 이후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 당의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낡은 인물들을 청산했고, 낡은 제도와 조직을 개혁했고, 낡은 정책들도 모두 혁신했습니다”라고 했다.

    반면, 유승민 비른미래당 공동 대표는 지난 5월 29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보수, 개혁 보수를 한다는 신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중도가 생각하기엔 ‘전략적 극단주의’에 도취한 자유한국당은 반공적 보수로 회귀했고, 개혁 보수와 새 정치를 표방한 바른비래당은 공천 파동에서 보여주듯 구태로 회귀했다. 오히려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여하튼 보수가 이렇게 열세를 보이는 근본 이유는 시대정신과 전략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참회와 책임은 없고 극한 대여 투쟁만 했기 때문이다. 만약 2016년 총선(여소야대)과 2017년 대선(정권교체)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진보 세력이 압승할 경우 이번 선거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 정치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올 ‘정초(定礎)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정초선거란 “새로운 정치 지형의 틀을 잡는 선거”다.

    한국 보수는 이제 “국민은 왜 보수를 신뢰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할 때다. 보수는 선거 이후 전개될 허황된 통합에 앞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미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진보와의 차별화를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공감 정치를 펼쳐야 한다. 단언컨대,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보수로는 결코 미래가 없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국회 개헌특위 전 자문위원

    한국정치학회 전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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