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태 사법농단 폭탄 맞는 보수 野, ‘억울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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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8.11 00:05:58 | 수정시간 : 2018.08.11 00:08:57
  • “진보 의원들도 로비 전략 대상” 지적도

    보수 야당, 양승태 사법농단 문건 ‘불똥 튈까’ 조마조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 박근혜 청와대-당시 보수 여당 ‘맞춤 전략’ 상당수

    대법원 로비성 전략 대상, 다수 진보 의원들 포함돼

    “여야 막론한 상고법원 입법 우군 포섭하려 했다”
    •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의 불똥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여당에 튈 조짐이 보이면서, 국회 내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양승태(70)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며 국회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현 여당은 이 사건이 박근혜(66ㆍ구속기소) 정부 및 전 여당과 양승태 대법원 사이의 상고입법 추진을 거래 대상으로 한 ‘사법농단’으로 규정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보수 야당은 이번 일에 대해 비교적 조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보수 일각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촉발시킨 문건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로비성 전략들도 다수 제시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건에 나름대로의 대응논리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내용이 담긴 미공개 문건을 모두 공개했다.

    이날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조사한 문건 410개 가운데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228개 문건 중 중복된 32개를 제외한 나머지 196개 문건을 비실명화해 사법부 전산망에 게재했다.

    앞서 지난 6월 5일 특별조사단이 공개했던 98개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지만, 문건들 속에는 당시 양승태 대법원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법원행정처의 로비성∙회유성∙압박성 전략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문건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법원행정처는 당시 청와대, 국회, 법무부, 언론 등을 상대로 한 맞춤형 전략을 세웠다.

    실제로 법원행정처는 청와대를 상대로는 로비성 전략을 마련하면서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국회와 법무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청와대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관련 문건 속에서 법원행정처는 청와대 측에 ‘협상 카드 제시’ 그리고 ‘BH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 제시’라는 문구를 써가며 박근혜 정부가 당면하고 있던 각종 현안에 대해 사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추가 문건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현 여권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사법부가 정치권과 유착을 시도해 3권분립의 원칙을 져버렸다며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 있어 법원이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특별재판부 도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도 나오고 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
    반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현 보수 야권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이 현 보수 야권이 여당이던 새누리당 시절 발생한 일로, 관련 문건 중에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판결과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 등에 대한 당시 청와대와 여당 중심의 분석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에 대한 민원을 위해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현 무소속) 의원과 면담을 나눴다는 내용의 문건 그리고 이병석 당시 새누리당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후화된 대구법원 청사의 이전 추진이라는 그의 관심사를 공략하고, 경북 포항의 법원 내지 지역 발전을 위한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 등이 공개됐다.

    또 법원행정처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유승민(현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해서도 유 의원의 지역구가 대구 동구을인 점을 지적하며 “K2군사공항이전, 공기업 유치 등 혁신도시 발전사업이 지난 총선 공약이었다”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법원종합청사 이전에도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라는 취지로 사실상 로비성 전략을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법사위 내 상고법원 입법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당시 여당 내 실세들이었던 이정현 의원과 윤상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하는 방안도 구상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 커넥션뿐만이 아닌, 당시 보수 여당과의 유착 의혹까지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보수 야당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동’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문건과 관련돼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로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본지가 국회 관계자 등에 취재한 바에 따르면, 보수 야당 일각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새누리당과 연결 짓는 움직임에 대해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기무사 문건 논란과 관련된 발언을 하고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논란 등에 대한 수습과 '반격'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사진=연합)
    사실 현재까지 공개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의 내용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여당인 새누리당뿐만이 아닌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전략도 다수 담겨 있다.

    관련 문건 내용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국회를 상대로는 회유와 압박 중심의 전략을 짰고, 상고법원 입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대해 각 의원별 성향을 분석해 상고법원 입법에 대한 찬성파(派)와 반대파로 분류했다. 또 대(對) 여당 및 대 야당 전략을 따로 마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목해 볼 부분은 당시 양승태 사법부가 대 야당 전략으로 유대 관계 강화 그리고 로비성 방안 검토가 상당수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3월 17일 작성된 ‘상고법원안 법사위 통과 전략 검토’ 문건에서 법원행정처는 이춘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그의 지역구인 전북 익산의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공략해 고등법원 즉 항소심에서 해당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보다는 당분간 사건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또 지난 2015년 10월 3일 작성한 ‘정기국회 이후 성공적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대응전략’ 문건 내용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대 야당 전략으로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지속적 접촉과 정서적 접근으로 유대관계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문건에서 전병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해서는 ‘상고법원에 대해 전폭적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라고 표현하며, 상고법원 입법에 회의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았던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인물로 적시하고 있다.

    특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지난 2015년 5월 6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 문건에서는 전병헌 전 의원에 대해 “최근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이라며 “민원이 해결될 경우 이를 매개로 접촉·설득 추진”이라고 기재돼 있다.

    최근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지난 2010년 민주당 동작구청장 경선 과정에서 2억 1000여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전병헌 전 의원의 보좌관 임 모씨의 재판 관련 문건을 작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임씨의 관련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사진=연합)
    법원행정처는 임씨가 1심과 항소심까지 구치소에 갇혀 있던 시기 그리고 징역 8개월을 선고하면 추가 구금 없이 석방될 수 있다고 분석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고, 대법원이 임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해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얄궂게도 서울고등법원은 그에게 법원행정처 문건에 적힌 형량인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보수 야당 내부에서도 현 여당이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지나치게 새누리당, 즉 현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양승태 대법원과의 유착 의혹까지 지적하는 점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야당은 그저 대법원이 세웠던 회유성 및 압박성 전략의 대상이었을 뿐,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법원을 돕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당시 민주당 측 의원들 역시 대법원의 로비성 전략 대상으로서 문건에 올라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이 청와대와 새누리당뿐만 아닌, 여야를 막론하고 상고법원 입법에 필요한 국회의원들 모두를 ‘우군’으로 포섭하려고 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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