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친서의 비밀… 北 ‘평화협정’ 카드
  • 2차 북미정상회담 北 주도권, ‘의제’ 결정…유엔서 북핵 해결, 핵보유국 지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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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
입력시간 : 2019.01.18 23:59:15 | 수정시간 : 2019.01.18 23:59:15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가져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로써 2차 북미정상회담은 급물살을 타게 됐고, 북핵 문제 해결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북핵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시각차가 워낙 커 2차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해결의 해법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것과 다름없어 북핵이 아닌 다른 의제를 놓고 2차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2차 북미회담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면서 시기ㆍ장소ㆍ의제를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2차 북미회담의 ‘의제’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한다. ‘의제’와 관련해서는 종전선언을 넘어선 ‘평화협정’이 핵심으로 전해진다. 회담 장소는 베트남이 거론되고 있으나 북한은 판문점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시기는 2월 말에서 4월 사이가 유력하다. 한반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2차 북미회담의 막전막후를 짚어봤다.

    北, 사실상 ‘핵보유국’…2차 북미정상회담 ‘북핵’ 비중 떨어져

    작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북핵’이었다. 전 세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진전된 결과(비핵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하며 지켜봤다. 그러나 ‘세기적 회담’이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1차 북미정상회담은 ‘비핵화’에 대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별다른 소득 없이 막을 내렸다. 사실 1차 북미회담은 파국의 결과가 예고돼 있었다. 이는 작년 3월 5일 대북특별사절단대표단으로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한 것에서 비롯됐다.

    미국 등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정의용 실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고, 이를 철석같이 믿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의용 실장이 전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정의용 실장은 방북 후 귀국한 다음날인 3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말하는 ‘(완전한)비핵화’는 세계 핵보유국들이 핵을 폐기할 경우 자신들도 핵을 포기한다는 ‘핵군축’의 의미다. 다시말해 핵보유국들이 핵을 유지하는 한 북한도 보육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으로 정의용 실장이 밝힌 ‘비핵화’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뒤늦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의를 파악한 미국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관계자들이 북한과 접촉해 ‘비핵화’ 성과를 끌어내려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었다. 북한이 보유핵을 고수하고 미국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비핵화에 실패하면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갖게 됐다.

    그런 가운데 주일미군사령부(USFJ)가 북한을 핵 보유 선언국으로 규정하고, 핵무기 보유량을 15개 이상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USFJ가 지난해 말 제작한 동영상(USFJ Mission video)에 따르면 USFJ는 북한을 중국, 러시아와 함께 동아시아의 ‘3개 핵 보유 선언국가(three declared nuclear states)’로 분류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건 아니지만, 미군 당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6일 “미국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북한의 핵과 운반 수단의 보유를 사실상 인정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과 공동으로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ㆍ미의 외교o안보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편승한 북한이 미ㆍ북 담판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굳힐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한 만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가 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을 통해 최대 현안인 경제난을 해결한 북한은 북핵을 미국이 아닌 유엔에서 해결하려고 하기에 미국과의 2차 정상회담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바심이 나는 쪽은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고, 내년 대선을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주도권을 쥔 북한은 미국이 핵보유국을 인정하면 곧바로 회담에 나서겠지만, 대북 제재 완화와 같은 ‘선물’을 제시하지 않는 한 서두를 필요가 없고, 불가능한 비핵화를 다시 논의할 이유가 없다.

    北, ‘평화협정’ 카드 주목…2차 회담 ‘판문점’ 원해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시기ㆍ장소도 중요하지만 최대 관심사는 ‘의제’이다. 아직 의제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확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2차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1차 회담 때의 ‘비핵화’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빠진데서 유추할 수 있다.

    최선희 부상은 대미 북핵 협상 실무를 담당해온 인물로 1차 북미정상회담 막판까지 판문점과 싱가포르 등에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북핵 협상을 벌였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에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직무대행이 동행했다.

    최선희 부상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17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최 부상이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비핵화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확고해 미국이 바라는 ‘완전한 비핵화(CVID)’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

    더욱이 2차 북미회담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다시 논의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물론, 미국이 북핵에 대해 북한을 만족시킬 파격적인 제안을 하면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현실화에 어려움이 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2차 북미회담의 의제는 북한이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북한은 ‘종전선언’을 넘어선 ‘평화협정’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 북한은 스스로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면서 유엔에서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방안이다.

    북한이 실제 평화협정 카드를 제시하면 미국은 난감해질 수 있다. 북핵을 유엔에서 논의할 경우 북핵 논의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유엔으로 넘어간다. ‘북한의 비핵화’를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수렁에 빠지는 꼴이 되고, 2020년 대선에서 북핵 카드를 활용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간다.

    더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나 미국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핵 문제를 미국이 아닌 유엔에서 해결하는데 중국이 앞장서기로 묵계를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게서 식량 지원을 받고 북핵 해결의 주도권도 쥐는 효과를 얻고,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계산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시할 수 있는 ‘평화협정’은 북미관계나, 한반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선 한국에서 ‘철수’ 문제에 직면할 수 있고,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중국ㆍ러시아에 일부 밀릴 수도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에서 얻을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북 압박 카드도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밀려 제재완화로 선회해 별반 효력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회담을 통해 얻는 게 있다면 정치적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하는 정도로 보인다. 한편, 2차 북미회담 장소와 관련해 베트남이 거론되고 있으나 북한은 판문점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

    <박스> 김정은, 2차 북미회담 앞서 러시아 방문할 듯

    틴 만나 ‘군사’ 지원 약속받나…미국의 대북 군사 위협 억제

    김영철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이 방러에 나서는 것은 러시아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미국의 스텔스기가 평양을 자유자재로 비행했음에도 북한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과 당.군 관계자들은 미국 스텔스기의 평양 비행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단둥에서 곧바로 신의주로 넘어오지 않고 7기산가량 체류한 것도 미국의 군사적 위협 때문으로 전해진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를 통해 미국 전투기가 괌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실은 기차가 북한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북한은 경제난을 중국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군사적 위협에 대한 안전 보장은 중국이 한계가 있기가 때문에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러시아를 통해 대북 공격에 대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면 ‘경제’와 ‘군사’라는 두 축을 갖추게 돼 미국과의 2차 정상회담에 더 당당하게 나가 요구사항을 관철하는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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