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그룹 사장단 인사로 본 2014년 전망은?
  • 처한 상황, 향후 계획 따라 다른 잣대 휘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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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
입력시간 : 2013.12.28 07:01:49 | 수정시간 : 2013.12.29 01:04:38
    삼성그룹: 지배력 여전한 이건희 회장, 그룹에 삼성전자 색 덧입혀
    현대차그룹: 진노한 정몽구 회장, 부품사에 품질경영 강력 주문
    SK그룹: 최태원 회장 부재의 SK그룹에 최신원 회장 그림자 짙어져
    LG그룹: 구본무 회장, 실적보다 시장선도에 방점 찍고 2014년 준비


    LG그룹을 시작으로 11월 말부터 이어진 4대 그룹 사장단 인사가 현대차그룹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재계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4대 그룹의 올해 성적 평가와 내년 계획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니만큼 각 그룹별 인사 결과를 두고 의미 찾기에 저마다 분주한 모양새다.

    언제 어느 회사의 인사에라도 일괄 통용되는 부분이겠지만 4대 그룹이 2014년 사장단 인사에서 동일하게 적용한 원칙은 '신상필벌'이었다. 실적이 좋은 사람에게는 승진 포상을, 한 해 농사를 망친 사람에게는 경질 조치를 한다는 기본 명제를 내세운 것이다. 재계 전체에 어려운 시기이니만큼 폭넓은 변화 대신 조직안정을 추구한 점도 같다.

    다만 그룹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사장단 인사 형태도 미묘하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몇 년째 삼성전자만 독주하는 삼성그룹, 품질관리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현대차그룹, 총수가 구속 중인 SK그룹, 확실한 시장선도가 필요한 LG그룹 등 각자의 현실에 맞게 진행된 사장단 인사의 의미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그룹별 2014년 전망을 짚어봤다.

    삼성전자 출신들로 다 바꿔

    삼성그룹은 지난 2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삼성전자 출신 부사장들의 약진이었다. 제일모직 사장 자리는 부품 분야 전문가인 조남성 삼성전자 부사장이 차지했고 삼성카드 사장으로는 인사ㆍ조직분야 전문가인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이, 삼성벤처투자 사장에는 재무분야 전문가인 이선종 삼성전자 부사장이 각각 승진 발령됐다. 또한 김영기, 김종호 부사장은 각각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세트제조담당 사장 겸 무선사업부 글로벌제조센터장으로 내부 승진했다.

    이처럼 사장으로 승진한 8명 중 6명이 삼성전자를 거쳤던 인물들이었고 금융, 건설 등 비삼성전자계열사의 수장으로 옮겨간 이들 중에서도 삼성전자 출신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올해 사장단 인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삼성전자 그 자체였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 출신들의 부상과 더불어 금융ㆍ건설계열사 수장들의 몰락도 주목됐다. 금융계열사들의 경우 안민수 삼성화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삼성물산 사장으로 수평 이동한 것 이외에는 대부분이 실적 부진으로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건설계열사에서도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지난 8월 경질된 데 이어 이번엔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삼성전자와 금융ㆍ건설계열사의 올해 성적표를 감안할 때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제대로 적용된 것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삼성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 출신 인사를 계열사로 보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각 계열사의 문화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된 것에 비해 이번에는 그 규모가 사뭇 다르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계열사들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불만이 강하게 표출된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출신들로 교체된 금융ㆍ건설계열사들의 향후 모습이 주목된다. 삼성전자에서 북미총괄, 디지털미디어총괄을 거쳐 본사 인사팀장까지 역임했던 원기찬 신임사장을 새 수장으로 맞은 삼성카드의 경우 대규모 인적 쇄신이 있을 전망이다. 회계, 자금, 세무 등 재무관리 전문가인 이선종 사장이 새 사령탑을 맡은 삼성벤처투자는 글로벌 유망 벤처기업의 발굴과 해외투자 등에 더욱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저가수주 논란을 빚었던 정연주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 새로 앉은 최치훈 사장은 삼성물산의 무리한 해외수주를 전면 재검토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후계구도 초석까진 마련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승진소식이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을 맡게 된 이서현 사장은 같은 회사에서 경영전략담당을 겸임하고 있는 언니 이부진 삼성에버랜드ㆍ호텔신라 사장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서현 사장마저 자리를 옮기며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삼남매가 동시에 영향력을 미치는 복마전이 됐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김봉영, 윤주화 사장과 함께 리조트ㆍ건설과 패션 부문을 나눠맡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최대 주주로 영향력을 행사, 지배체제를 삼분하게 된 셈이다. 삼성에버랜드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현상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부분이다.

    올해 이어진 계열사 간 사업조정과 이번 인사를 함께 놓고 볼 때 삼남매가 향후 그룹을 나눠가질 후계체제의 기초를 완성한 것으로도 해석되지만 이것이 앞으로 이건희 회장의 지배력이 줄어들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삼성전자 출신을 여타 계열사들의 대표이사로 대거 앉히고 금융ㆍ건설 등 실적 부진 계열사 수장들을 갈아치우는 등 당분간 전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보이는 까닭이다. 그럴 경우 삼남매의 경영수업이 당분간 계속될 것은 물론이다.

    다만,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후계구도는 점차 강고해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인 전동수 사장을 삼성SDS의 사령탑으로 세운 것도 이를 방증한다. 올해 진행된 삼성SNS와의 합병을 거치며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11.26%로 늘어났다. 재계에서는 부회장설까지 나올 정도로 경영역량을 검증받은 전 사장을 삼성SDS로 이동시킨 것이 실적 개선을 이룬 뒤, 기업공개 및 상장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실탄을 마련해주기 위함이 아니냐고 전망하고 있다. 그밖에 최지성 부회장을 비롯, 이 부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진 삼성미래전략실 인원이 모두 유임된 점도 이 부회장 후계구도에 힘이 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품질경영 위해서라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악재의 늪에 빠졌다. 주력계열사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하락했고 기아자동차는 아예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200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현대자동차의 해외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감소해 더욱 충격을 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시장에서 총 5차례 리콜을 실시하고 연비 과장 소송에서 패소했으며 현대제철의 안전사고까지 겹치는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룹의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폭이 그리 크지 않으리라 전망했다. 문제가 생길 경우 즉시 문책인사를 하고 마찬가지로 잘한 일이 있을 때는 바로 상을 내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특성상 오히려 정기인사에 실리는 무게감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싼타페 누수, 제네시스 리콜 등 품질 논란이 거세지자 남양연구소의 권문식 현대ㆍ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김용칠 설계담당 부사장,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전무) 등을 전격 경질한 바 있다.

    재계의 예상대로 18일 진행된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대열에 오른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정명철 현대위아 사장은 현대모비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윤준모 현대다이모스 부사장이 현대위아 사장으로. 여승동 현대ㆍ기아자동차 파이롯트센터장(부사장)은 현대 다이모스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됐다. 또한 김흥제 HMC투자증권 IB본부장(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그룹과 마찬가지로 부회장 승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부품계열사 수장들을 물갈이하는 것으로 표명된 정 회장의 품질경영 의지와 경고였다. 당초 현대위아를 맡고 있던 배인규 사장이 지난달 사임한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는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도 고문으로 물러났다. 특히, 전 사장의 경우 지난달 불거진 현대모비스 부품 밀어내기의 여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빈자리에 새롭게 자리잡은 정명철 현대모비스 사장과 윤준모 현대위아 사장, 여승동 현대다이모스 사장은 품질에 있어서는 전문가라는 평을 듣는 인물들로 이번 인사에 담긴 정 회장의 복심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새 수장을 맡은 계열사들은 새해부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에 보조를 맞출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9월 가동한 터키 모듈공장을 통해 3대 핵심 모듈을 공급하고 현대위아는 현대ㆍ기아자동차의 중국 3공장 증설과 함께 외형 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현대다이모스 역시 중국 쓰촨성 상용차 공장 착공에 맞춰 변속기 및 엑셀 생산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금융업계에서는 HMC투자증권의 새 사령탑을 맡게 된 김흥제 사장이 현대차그룹의 현대증권 인수전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 한국대표 등을 역임하고 HMC투자증권 내에서도 투자은행(IB) 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 사장이니만큼 현대증권 인수를 전담하기에는 적격이라는 관측이다.

    보수적 인사에 유독 SKC만 튀어

    SK그룹은 총수와 수석부회장의 동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상태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이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이끌고 있지만 사장단 인사까지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직안정을 위해서라도 SK그룹의 사장단 인사가 보수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의 경우 임원 인사는 많았지만 사장ㆍ부사장급 승진자는 없었고 SK하이닉스 의장도 겸하고 있어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높았던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승진 대열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6개 위원회 위원장도 모두 유임됐다.

    12일 진행된 SK그룹 사장단 인사에서는 김정근 SK가스 사업부문장(부사장)과 김철 SK케미칼 수지사업본부장(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기화 SK에너지 마케팅본부장(전무)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사장으로 두 단계 승진 발령됐다. 업황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SK증권 사장으로는 김신 전 현대증권 사장이 선임됐다.

    보수적으로 진행된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박장석 SKC 사장의 부회장 승진과 정기봉 SKC 화학사업부문장(부사장)의 사장 승진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으로 SK가의 장손 격인 최신원 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SKC의 경우 소속은 SK그룹이지만 여타 계열사들과는 미묘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박 부회장과 정 사장의 승진 배경에 최신원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 강화 의도가 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 형제의 구속이 길어질 경우 최신원 회장이 어떤 식으로 행보를 넓혀갈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상필상 인사로 더욱 주목

    LG그룹의 사장단 인사에서도 기본적으로 '실적 있는 곳에 보상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LG그룹의 경우 단순 실적보다 '시장선도'에 무게를 싣긴 했지만 큰 틀은 다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진수 LG화학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었다. 석유화학과 정보전자소재, 전지 등 기존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선도한 공로를 인정, 대표이사를 맡긴지 불과 1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연구ㆍ개발 분야를 이끌며 전기차 배터리, 메탈로센 촉매 기술, 3D FPR(편광필름패턴) 등 성과를 낸 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장(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카메라 모듈, 터치 윈도 등 고부가가치 부품사업 경쟁력 강화에 의한 시장 선도를 평가 받은 이웅범 LG이노텍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나 그룹의 싱크탱크인 LG경제연구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사업혁신,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김주형 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마찬가지로 읽힌다.

    그러나 실적이 뚜렷하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했음에도 오히려 더욱 큰 책임을 지우는 모습도 눈에 띄어 주목된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박 사장이 품질 경쟁력 향상을 이끈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난 결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전자 MC사업본부가 지난 3분기 797억원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시장 점유율도 떨어져 화웨이에 글로벌 3위 자리를 내줬음에도 박 사장을 승진시킨 것은 '신상필벌'이라기 보다는 시장선도에 방점을 찍은 '신상필상'의 인사로 해석된다.

    올해 LG그룹 인사에서 가장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선임한 점이다. LG그룹이 지난 6월 산업자원부 장관을 거쳐 한국무역협회장, STX에너지ㆍ건설ㆍ중공업 회장 등을 역임한 이 부회장을 영입했을 때 재계에서는 STX에너지를 인수하기 위한 일회성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LG그룹은 이 부회장을 고문역에 두지 않고 LG상사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하면서 재계를 놀라게 했다. 해외 자원개발 분야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왔던 LG상사호의 선장을 맡은 이 부회장이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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