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개혁 시나리오 남재준식 해법은?
  • 내부 단속 끝내고 판 뒤집을 카드 준비… 정보수집 등 본래 역할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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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
입력시간 : 2014.01.18 07:02:05 | 수정시간 : 2014.01.18 07:02:05
    여야 국정원 개혁 합의 무산 위기
    국정원은 지금 내부 정보유출과 전쟁 중
    남 원장 정국 전환용 카드 준비 소문

    개혁논의 표류하며 국정원 위축
    몸 낮추고 내부 단속에만 집중해
    '지방선거용 파일 준비' 소문도


    국가정보원 개혁을 놓고 여야의 팽팽한 신경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가 2단계 개혁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작년 12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금지 등을 골자로 한 7개 국정원 개혁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최근 다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해 합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차가 가장 큰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를 둘러싼 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남재준 국정원장이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 하기 앞서 서상기 정보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 동상이몽

    여야는 국정원 2단계 개혁의 최우선과제가 '대테러 대응능력과 국외ㆍ대북정보능력 제고'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휴대전화 감청을 지원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국정원에 사이버 안보 총괄 역할을 부여하는 사이버테러 방지법 등을 통과시키자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이 대북ㆍ해외 정보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대공수사권을 검찰과 경찰에 넘기고, 보안업무 기획ㆍ조정권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넘기는 등 집행권을 분산시키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내 파트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대신 해외ㆍ대북파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새누리당은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면 안보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여권은 일단 대공수사는 일반 수사기관이 수행할 수 없는 특수 영역으로, 국정원이 계속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대공수사권은 특위 의제도 아닌 만큼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재명 성남시장
    또 정보위 개선 방안에 대해 민주당은 정보위의 인력 증원, 이들의 비밀열람권 보장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정보위원의 비밀누설에 대한 처벌 강화를 집중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국정원을 소관하는 국회 정보위의 전임 상임위화에 대해서도 같은 듯 다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여야는 일단 큰 틀은 합의하면서도 세부내용을 놓고는 정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보위의 비밀누설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전임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야가 이미 전임화에 합의한 만큼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기관 출입 정보관(IO)의 활동규제에 대해서도 여야는 극명한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나친 규제는 정보관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국정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정원이 '정보관의 금지행동'을 내규에 구체적으로 기술해 불법활동을 적극 차단하도록 특위가 나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원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불법행위를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2013년 1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주관으로 국회 정보위원회 제도 개선 방안, 국가정보원 예산의 민주적 통제 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처럼 주요 쟁점과 관련해 양당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이대로 계속 진행될 경우 결국 아무런 합의안도 도출되지 못한 채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정치권 합의 숨죽인 국정원

    일부에서는 정치권의 개혁논의가 표류하면서 국정원의 활동 위축이 장기화 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정치권 개혁 논의에 따른 국정원의 활동 위축은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 주변 소식통들에 따르면 개혁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은 자칫 국정원의 사소한 실수 행동 하나 하나가 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직원들의 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정원 직원들의 내부정보 유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정원과 관련된 여러 사건과 논란들이 원 내 정보유출이 원인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야권으로 흘러가는 정보를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정원 내에서는 직원들이 야권인사와 접촉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아울러 국정원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야권인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직원들을 색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장성택 비서관 숙청 사건에 즈음해 탈북인사에 관한 정보가 유출된 이후 내부 정보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대북파트의 활동은 국정원 개혁 논의와는 별도로 대대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강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대북감시활동 영역을 넓히고 그동안 거의 소멸되다시피 한 대북정보 수집목적의 휴민트(민간정보자원)를 적극 육성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국정원 내부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국정원은 대내활동을 소극적으로 전개하는 반면 대외정보활동 특히 대북활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사실상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국정원의 정보업무 부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북정보 수집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정치권의 개혁논의와 무관하게 대외, 대북정보파트를 정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금지된 국정원 직원의 OB(전직 국정원 요원) 접촉도 다시 활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은 내부정보 유출을 이유로 외부 활동 요원들이 OB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했다.

    당시 이를 두고 국정원 안팎에서 "정보수집의 기본도 모르는 처사"라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정보의 연속성과 예비인력파워에서 비롯되는 정보력을 감안하면 국정원 정보활동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데도 이를 금지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처사라는 것이다.

    이에 남 원장은 최근 OB파워를 적극 활용하고 휴민트 부활을 적극 추진해 국정원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정국 주도 카드 준비 소문

    최근 국정원 개혁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가 제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국정원이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카드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 국정원 소식통은 "북한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는 만큼 국정원의 역할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정원이 대북정보활동을 통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국정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설득력 있는 활동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성남시장의 발언으로 국정원은 또 한 번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의 활동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7일 오전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국정원 개혁특위에 합의해 국민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국정원의 정치사찰과 선거 개입행위가 다시 드러났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 시장은 2013년 5월부터 12월까지 성남시를 담당했던 국정원 K정보관이 국정원법(제3조 직무·제9조 정치 관여금지)을 어기고 일상적인 정치사찰과 선거 개입을 진행해왔다고 폭로했다. 이 시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자신의 개인사와 논문 표절 논란 등과 관련한 정보를 불법 수집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야권 등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국정원이 지방선거용 파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심지어 "국정원이 사정기관과 공조해 그동안 축적된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지방선거의 야권주자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K씨, P씨 등 국정원 직원들이 수개월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다닌 정황이 조금씩 포착되고 있다"며 "국정원 직원들이 지자체장 방을 들락거리는 일이 없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 개혁논의와 관련, 반대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은 지난 17일 국가정보원 앞에서 '2.0 신년 시국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은 헌법에 명시된 '국정원개혁법률안'에 관한 거부권 행사로 국정원 사수 의지를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안보수호의 최후 보루는 국정원과 군"이라며 "그러나 국정원은 국정원개혁법안 통과로 마비 상태에 직면해 있고, 군은 복지예산 등으로 인한 국방비 삭감으로 무기 도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민생은 도외시하고 자익만을 추구한 국회의원들이 이뤄낸 성과"라며 "가장 큰 피해자인 국정원은 여야 합의 사안에 대해 강력한 반발은 고사하고 미진한 대응을 보여왔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남재준 국정원장 및 고위 관계자는 직접 대통령에게 헌법 53조 2항에 명시된 법률안거부권행사, 즉 '국정원개혁법률안'에 관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정원 사수 의지를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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