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노동자 외면한 악덕기업 비화 곤혹
  • 연이은 비판 영화 개봉에 골머리
    '탐욕의…' 영화제서 수상 제작 지원금 1,500만원 받자 메인 스폰서 삼성 자금 중단
    7년간 반도체 희귀질환 제보 190여명 가운데 70여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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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
입력시간 : 2014.03.14 17:16:16 | 수정시간 : 2014.03.14 17:16:16
    삼성 반도체 생산직 노동자들의 산재를 담은 영화 '탐욕의 제국'이 개봉했다. 문제 제기의 단초가 된 고(故) 황유미씨의 7번째 기일인 3월6일에 맞춰서다. 삼성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불과 한달 전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이 큰 파장을 낳은 터라 더욱 그렇다.

    '탐욕의 제국' 외압 논란

    다큐멘터리 영화 '탐욕의 제국'이 개봉했다. '모두가 부러워했던 꿈의 직장, 그 곳에서 나는 백혈병을 얻었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삼성 반도체 피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삼성의 어두운 면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 대부분은 인터뷰로 진행된다. 200명 가까운 반도체 피해 의심 환자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생활이 담겼다. 그러잖아도 삼성 기업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 이 영화의 개봉을 두고 외압논란이 불거져 더욱 그렇다.

    실제 이 영화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램 '옥랑문화상'을 수상해 1,500만원의 제작지원금을 받게 되자 삼성은 해당 영화제에 자금 지원을 중단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영화는 소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한 모금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배급위원회 결성으로 어렵게 개봉이 확정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언론 시사회가 예정된 CGV 왕십리가 갑자기 대관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부랴부랴 언론 시사회를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해야 했다. 같은 날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린 특별 시사회는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에서는 문제없이 대관됐다.

    '또 하나의 약속' 악몽 재현

    삼성은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불과 한달 전 비슷한 소재를 담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으로 비난을 산 악몽이 재현될 우려가 있어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지난달 6일 개봉 이후 48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 영화는 삼성 반도체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가 이 회사를 상대로 세계 최초로 산재 인정 판결을 받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직접적으로 사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영화라는 평가다.

    영화의 제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메이저 영화사나 대기업의 지원을 포기하고 제작두레 방식을 택했다. 개개인이 투자를 하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관객들의 후원금을 십시일반 모았다. 배우들은 무료로 출연했고, 스태프들도 재능을 기부했다.

    이 영화 역시 외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탐욕의 제국'과 마찬가지로 상영관 확보에 애를 먹으면서다. 당시 개봉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예매율을 보였다. 그러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가 상영관을 배정하지 않아 스크린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를 두고 '외압설'과 '눈치보기설'이 함께 나왔다. 동시에 관객들의 요청과 항의가 빗발쳤다. 그 끝에 개봉관은 전국 100여개관까지 늘었다. CGV 45개, 메가박스 25개, 개인이 운영하는 극장 21개, 롯데시네마 17개 등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자 삼성의 김모 부장은 공식 블로그인 삼성투모로우에 에 '영화가 만들어낸 오해가 안타깝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예술의 포장을 덧씌워 일방적으로 상대를 매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악덕기업' 이미지 우려

    삼성 반도체 노동자와 관련된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면서 SNS를 통한 찬반 양론이 점증하는 가운데 2012년 삼성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악덕기업 3위에 오른 사실이 재조명돼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상황이다.

    2년이나 지난 '오명'이 다시 구설에 오른 것은 당시 주된 선정 사유가 '공장에서 유독 물질을 사용해 140여명의 암을 유발했고 50여명의 젊은이들이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는 대목 때문이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스위스와 스위스 시민단체인 '베른 선언'은 2005년부터 인권ㆍ환경 문제를 등한시하는 악덕 기업 순위를 선정한 '공공의 눈(public eye)' 리스트를 발표하고 있다. 당시 삼성은 인터넷을 통한 투표에서 최종적으로 1만9,014표를 얻어 3위에 선정됐다. 그러자 삼성은 주최측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직업병과 환경오염, 노조탄압, 부패와 탈세 등의 내용들은 모두 허위다'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처럼 삼성은 반도체 노동자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2007년부터 7년 간 반도체 생산직 노동자들의 희귀질환 제보자는 190여명에 달했고, 이중 70여명이 사망해 책임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계는 '탐욕의 제국' 상영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개봉관이 적다 하더라도 삼성은 이미지에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해당 사안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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