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년 외길인생' 통화정책 전문가, 朴정부와 정책공조도 무난할 듯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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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
입력시간 : 2014.03.14 17:18:00 | 수정시간 : 2014.03.14 17:18:00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 3일 서울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밝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로 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를 내정했다. 이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의 주요 보직을 거쳐 통화정책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데다, 정부와 정책공조도 무리 없이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 인사청문회도 무사 통과하리란 분석이 많다. 부총재를 지내면서 사실상 검증이 완료된 상태고, 내부 출신인 까닭에 야당이 반대할 명분도 마땅치 않아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각종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35년 몸담은 정통 한은맨

    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가 지난 3일 한국은행 총재에 내정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내정자는 한국은행 업무에 누구보다도 밝으며 판단력과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식견과 감각을 갖췄다"며 "합리적이고 겸손해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내정자는 이날 한국은행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행에 요구되는 역할을 올바로 수행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통화정책 운용방향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내정자는 1977년 한국은행에 입사한 이래 2012년 퇴임까지 35년을 한국은행에 몸담았던 '정통 한은맨'이다. 또 한국은행의 핵심 보직으로 통하는 조사국의 전신 조사1부와 2부를 두루 거친 조사분석 전문가이기도 하다.

    실제 이 내정자는 1998년 조사부 국제경제실장과 2002년 조사국 해외조사실장을 거쳐 2003년 조사국장을 역임했다. 2005년 현 통화정책국장에 해당하는 정책기획국장을 맡았고, 2007년에는 부총재보에 임명됐다.

    이어 2009년 부총재에 선임돼 3년간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 활동하며 기준금리 등을 결정하는 통화정책을 직접 수행했다. 따라서 이 내정자는 한국은행 내부적에서 조직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적임자로 꼽혀왔다.

    내부서 중도ㆍ소신파 평가

    이 내정자는 한국은행 내부에서 '중도파'로 분류된다. 물가 안정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매파'도, 성장을 중시해 금리 인하에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비둘기파'도 아니다.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합리적으로 맞춰가는 스타일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런 유연한 업무 방식은 통화정책에 관한 이 내정자의 행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행 부총재로서 당연직 금통위원일 당시 이 내정자는 금리 인상이나 인하 어느 한쪽을 강조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행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굳이 나누자면 매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내정자가 물가안정을 기치로 한 한국은행에서 오래 근무한 점을 들어서다. 이 내정자의 내정 발표가 난 직후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며 채권금리가 급등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 내정자는 '소신파'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조사국장에 재직하던 중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반기업 정서를 지적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청와대가 진상 파악에 나서는 바람에 이 내정자는 적잖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2012년엔 부총재 임기 만료로 한국은행을 떠나면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 정면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김 총재 취임 후 추진한 개혁으로 조직의 질서가 훼손됐다는 내부 불만을 대변한 것이다. 이는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한국은행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 내정자는 당시 퇴임사를 통해 "글로벌과 개혁의 흐름에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온 과거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김 총재에게 "그간의 개혁으로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가를 이제는 냉철하게 짚어볼 때가 됐다"며 "리더와 구성원이 조직의 가치를 서로 공유해가며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의 변화가 모색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키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소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은행 총재 자리를 민간 경제학자가 차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다른 인사가 진행돼서다. 미국에 잠시 근무한 경험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국제금융 네트워크를 쌓을 기회가 없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청문회 무사통과 예상

    이처럼 이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넘어야 할 산이 있어서다. 이 내정자는 역대 한국은행 총재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2012년 한은법 개정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때문이다.

    국회 인준이 필요하지 않아 청문회가 끝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첫 공개검증을 받는 총재 후보인데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통화정책을 이끌어갈 예정이어서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 쏟는 관심이 적지 않다.

    그러나 무혈입성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부총재를 지낸 이력으로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 내부 출신이어서 야당이 반대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 이 내정자 발탁 배경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 무엇?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정식으로 임명될 경우 이 내정자는 2018년 3월까지 통화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이 내정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간단치 않다. 당장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지난 5년간 기축통화국들이 양적완화로 상징되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대거 펴왔다. 그러나 향후 점차 이를 되돌리는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 등 국제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20개국(G20)과의 정책 공조 등이 중시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등 문제까지 고려해 금리, 환율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고차원 방정식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균형감도 필요하다. 정부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는 행보를 취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정책금융공사에 연 0.5% 금리로 약 3조4,590억원 규모의 대출을 해준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한국은행은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가계부채 구조개선안을 지원하고자 영세자영업자 바꿔드림론 자격을 완화하고 주택금융공사에 추가 출자를 하기로 해 논란이 제기된 적도 있다.

    물론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당장은 이에 따른 비용이 가시화되진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은 화폐 가치의 하락과 물가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독립성의 중요도가 재차 강조되는 이유다.

    내부적으로 김 총재의 개혁에 흔들리는 조직을 추스르는 일도 이 내정자의 몫이다. 이를 위한 선결 과제는 인사다. 김 총재는 임원 승진의 1순위로 꼽혀온 조사국과 통화정책국 국장들을 보직 해임하고 젊은 인사들을 주요 국장에 전면 배치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김 총재는 자신이 발탁한 인물들을 당시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내부 보직을 거치지 않고 부총재보에 올리는가 하면 전례에 없던 초특급 승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김 총재의 행보를 두고 한국은행 내부에선 불만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은행 안팎에선 이 내정자가 조직을 다시 재편하고 대폭적인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이 많다. 다만 서열 파괴나 철밥통 타파 등 김 총재 개혁의 긍정적인 면마저 되돌리지 않을까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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