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총수 '제2의 직함' 들여다보기
  • '두 번째 명함' 들고 사회 곳곳 누비벼 기업 지원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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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
입력시간 : 2014.03.19 16:40:05 | 수정시간 : 2014.03.19 16:40:05
    • 박용현 메세나협회장(왼쪽)
    대기업 총수들 직함 대부분은 '회장'이다. 그러나 명함을 하나만 가진 이는 많지 않다. 대다수 총수들은 체육협회나 명예회장을 비롯해 '제2의 직책'을 가지고 있다. 과연 어느 기업의 어느 회장님이 어떤 직책을 가지고 있을까.

    체육협회장 직함 최다

    대기업 총수들이 가장 많이 가진 제2의 직함은 체육협회장이다. 실제 대한체육회 산하 61개 협회장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업인일 정도다. 해당 종목 발전을 위한 지원과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범현대가(家)가 많이 눈에 띈다. 먼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을 3선째 맡고 있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2~5대 대한양궁협회장을 지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부자가 30여년간 한국 양궁계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들 부자는 그동안 3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한국 양궁을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선전한 양궁 대표선수단에게 16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전경련회장단회의에 정몽구 회장과 정홍원 국무총리, 허창수회장이 입장하고 있다.(왼쪽부터)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대한축구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15년 간 축구협회장을 맡았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사촌동생이다. 정몽규 회장은 앞서 프로축구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에 이어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지낸 바 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비인기종목으로 소외받아온 아이스하키를 20년 이상 지켜오고 있다. 그 끝에 2012년에는 안양한라아이스하키단 선수 10여명을 핀란드 리그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범LG가도 체육단체 곳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한국야구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야구 선수 출신인 구본능 회장은 2011년부터 총재를 맡아 야구계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지난해 대한사이클연맹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자전거 전도사'로 유명한 구자열 회장은 3,000m 고지인 알프스를 7박8일 동안 650㎞ 완주해야 하는 '트랜스 알프스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자전거에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

    역시 범LG가로 분류되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은 대한골프협회장 명함을 갖고 있다. 대한골프협회와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을 지낸 부친 고(故)허정구 회장의 영향으로 골프를 접한 허광수 회장은 한국남자프로골프대회에서도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실력파다.

    삼성가에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메달 종목 육성차원에서 1997년부터 후원을 해온 삼성은 김재열 사장의 연맹 회장 취임 이후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본인도 1982년부터 15년간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맡아 300억원 이상 재정적 지원을 해온 바 있다. 현재 따로 직책을 맡고 있진 않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나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꾸준한 행보를 보여왔다.

    SK가에선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지난해 대한펜싱협회장에 연임했다. 손길승 명예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등 변방에 머물던 국내 펜싱을 세계의 중심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취임해 국제 핸드볼 대회 유치를 돕고 후원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2월 열린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받으면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밖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탁구협회장과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지난해엔 국제탁구연맹 특별자문위원로 위촉되기도 했다. 비즈니스 감각과 글로벌 마인드로 탁구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점을 평가받은 결과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사격에 큰 애정을 보이고 있다. 한화의 이름을 건 사격 대회를 만들고 전자표적지를 국내에 도입하는 등 힘써왔다. 다만 별도의 직책은 맡고 있지 않다. 대한사격연맹 회장 자리는 한화 고위 임원들이 번갈아 맡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체육단체장을 맡아 투자를 진행할 경우 기업 이미지를 상승은 물론 막대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총수 입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의 비즈니스 발판을 마련과 개인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명예교수 타이틀도 다수

    체육단체장 다음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타이틀은 '명예교수'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47조에 따르면 명예박사란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 문화의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학위논문과 관계없이 주는 학위다.

    명예회장 타이틀 보유율 역시 체육단체장과 마찬가지로 현대가가 단연 앞선다. 그 중에서도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돋보인다. 정몽준 의원은 1998년 명지대 명예체육학박사를 시작으로 국내외 대학 총 8곳으로부터 명예박사 타이틀을 받았다.

    1999년 메릴랜드대 명예법학박사, 2000년 뉴욕시립대 명예법학박사, 2000년 공주대 명예경영학박사, 2002년 한국체대 명예이학박사, 2002년 고신대 명예보건학박사, 2011년 전주대 명예경영학박사, 2011년 강원대 명예경영학박사 등이 정몽준 의원이 보유한 타이틀이다.

    이밖에 전남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예정돼있었으나 학생들의 반대로 세 차례 무산된 바 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압을 주도했던 신군부의 후신인 새누리당의 전 대표인 정 의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몽구 회장은 모두 3개의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 받았다. 1989년 미국 코네티컷대 1989년 명예인문학박사가 시작이었다. 이어 2002년과 2003년 몽골국립대 명예경영학박사 학위와 고려대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건희 회장도 마찬가지로 3개 명예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2010년 모교인 와세다대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앞서 2000년 서울대 명예경영학박사를, 2005년에는 고려대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의 오너답게 명예항공경영학박사 학위만 두 개를 갖고 있다. 조 회장은 1998년과 2006년 미국 엠브리리들항공대와 우크라이나국립항공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각각 수여받았다.

    이밖에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모교인 세인트루이스대에서, 김승연 회장은 서강대에서 각각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반면 최태원 회장과 구본무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명예박사 학위를 갖고 있지 않다.

    메세나협의회에 집중 직함

    문화예술 관련 단체에 적을 두고 있는 회장들도 적지 않다. 다만 다양한 곳이 아닌 한국메세나협의회에 집중적으로 몸을 담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과 동시에 재계 총수들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1994년 설립된 한국메세나협의회는 문화예술 지원을 통한 사회공헌에 뜻을 같이하는 기업 230여곳을 회원사로 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이 2012년부터 회장을 맡아 예술지원과 문화공헌을 위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용현 이사장 외에도 내로라 할 기업 총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 등이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 류진 풍산그룹 회장, 최충경 경남스틸 회장, 한영재 노루홀딩스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양귀애 설원량문화재단 이사장 등도 부회장단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총수 '전공' 살리기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사업 관련 협회나 경제 단체에 이름을 올린 경우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지켜오고 있는 허창수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허 회장은 2011년 회장에 추대된 데 이어 지난해 연임해 재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대한상의는 개인 및 법인회원을 회원으로 둔 최대 규모의 경제단체다. 두산가는 앞서 부친인 고(故) 박두병 회장과 형 박용선 전 두산 회장에 박용만 회장까지 삼부자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도 2005년부터 한중우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한중 관계에 기여해 왔다. 그동안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 원자바오 전 총리, 시진핑 국가 주석, 리커창 총리 등 중국의 최고 지도층들과 만나 민간 외교사절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김윤 회장도 최근 한일경제협회장에 추대됐다. 김윤 회장은 2005년부터 한일경제협회 부회장·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로 활동하면서 양국 재계의 주요 관심사를 논의하고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온 바 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도 최근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에 재선임됐다. 최병오 회장은 2010년부터 3년간 의류산업협회 회장직을 맡아오며 봉제 산업의 종사자의 근무환경 개선과 선진 시스템 구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 왔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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