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베스트코, 정부 '미운털' 박힐까 전전긍긍
  • 불량고기 사태, 골목상권 침해 겹쳐
    베스트코 강원지사장 구속… 미국산을 한국산으로 둔갑
    무항생제 돼지고기 20%만 섞어 친환경 삼겹살 유통
    재포장해 유통기한도 속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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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
입력시간 : 2014.03.28 11:23:29 | 수정시간 : 2014.03.28 22:20:05
    • 대상베스트코가 입주한 서울 중랑구 대상빌딩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대상그룹 계열 식자재 유통업체인 대상베스트코가 원산지를 속이거나 유통기한을 조작한 축산물을 대량으로 팔다가 적발됐다. 얽혀있는 혐의만도 한둘이 아니다. 이번 일이 '불량축산물범죄 종합세트'라는 검찰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대상베스트코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칫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박근혜정부는 식약청을 식약처로 격상시킬 만큼 안전한 먹거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에 이번 일의 배경이 골목상권 논란과 맞닿아 있어 부담은 더욱 크다.

    돼지고기 속여 팔다 적발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합동수사단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대상베스트코 강원지사장 김모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운영실장 양모씨 등 7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등 혐의가 덜미를 잡힌 데 따른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먼저 미국산 돼지갈비를 국내산으로 허위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 값이 오르자 납품 단가를 줄일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설명이다. 국내산으로 둔갑한 미국산 돼지갈비는 강원도 원주의 한 대형리조트에 1.7톤 납품됐다.

    •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일반 돼지고기에 무항생제 돼지고기 20%정도를 섞은 뒤 '친환경 삼겹살'로 둔갑시켜 25톤을 유통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2억6,000만원 규모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무항생제 돼지고기는 일반 돼지고기보다 kg당 최고 3,000원 정도 비싸다.

    유통기한도 속였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원제품을 단순 가공하거나 재포장하는 방식으로 유통기한을 늘린 불량 축산품 29톤을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올린 부당이득은 4억4,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상베스트코가 거래처에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매출액의 3~5%에 이르는 거액을 지급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 등은 이 돈으로 한 뷔페식당에 축산물을 납품하는 대가로 이 식당 주방장에게 2,400여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대상베스트코는 개인 비리라는 입장이다. 대상베스트코 관계자는 "개인 비리로 발생한 문제로 내용을 알지 못했다"며 "정기적으로 지침서를 통해 위생점검 등을 하고 있으나 이를 어긴 직원에 대해선 합당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골목상권 침해 배경 지목

    • 장녀 세령씨.
    문제는 이번 사건이 골목상권 논란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무리하게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실적 위주의 경쟁에 치중한 결과로 벌어진 범행이라는 게 검찰의 견해다. 대상베스트코는 식자재 유통업에 진출하면서 골목상권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국내 식자재 유통업 규모는 약 20조원. 이중 이미 대기업에 넘어간 단체 급식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의 식자재 시장 등을 제외한 나머지 92%는 2,000여개의 개인사업자나 중소 도매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구조였다.

    대상그룹 입장에선 치열한 경쟁 없이도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먹잇감'인 셈이다. 이에 대상그룹은 2010년 자회사 대상베스트코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70%를 보유한 대상이다. 나머지 30%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과 두딸 세령ㆍ상민씨가 각각 10%씩 갖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이후 지역 식자재 유통업체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대상베스트코는 대기업의 이름을 감춘 채 골목에 숨어들었다. 인수한 지역업체 이름으로 신규 매장을 내는 방법을 동원했다. 이는 상생법의 사업조정제도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에서 김씨도 대상베스트코 골목상권 침입의 피해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원주 지역에서 식자재 유통업체를 운영했던 김씨는 자신의 업체를 인수합병한 대상베스트코와의 재계약을 위해 실적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 차녀 상민씨.
    정부에 미운털 박힐라

    박근혜정부에서는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의 하나로 규정하고 식약청을 식약처로 격상했다. 식품안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이를 두고 식품업계에선 위생적으로 식자재를 유통하는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리란 관측이 나왔다.

    대상베스트코 역시 박근혜정부 수혜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훈훈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배경으로 지목된 점도 부담이다. 역시 이번 정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서다.

    자칫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는 상황. 문제는 사건이 여기서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검찰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의 판매 행위가 일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단속을 확대할 방침을 밝힌 때문이다.

    만일 조사 결과 추가 혐의가 드러날 경우 대상베스트코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단기 악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전한 먹거리를 유통하겠다며 골목상권에 진출한 대상베스트코의 행보에 제동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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