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명당' 주인은 누구
  • '용꿈' 꾸는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 일찌감치 '대권 명당'에 둥지 틀어
    김황식·이혜훈 후보 대하빌딩 정몽준 후보는 용산빌딩에 '대권 명당'선거 캠프 차려
    친박 대하빌딩 vs 친이 용산빌딩 캠프 대결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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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입력시간 : 2014.03.29 07:01:25 | 수정시간 : 2014.03.29 07:01:25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대로 68길과 70길사이에는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빌딩이 몰려 있다.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새누리당사가 있는 한양빌딩(사진 오른쪽) 맞은편에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대하빌딩(사진 왼쪽)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이 입주했고, 바로 옆 용산빌딩에는 정몽준 의원이 자리 잡았다. 박인영 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정치1번지' 여의도가 6ㆍ4 지방선거 열기로 뜨겁다. 6ㆍ4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들이 잇따라 선거사무소(캠프) 를 차리고, 여야 당사에도 사람이 몰리면서 활기가 넘친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예비 후보들은 일찌감치 명당에 자리를 잡고 전선을 가다듬고 있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은 대권으로 향하는 지름길이기에 각 후보들의 전투는 치열하다. 이들 후보들의 후방 기지인 여야 당사도 전시를 방불케 한다.

    '용꿈'을 꾸는 후보들이 바람대로 대권의 기운을 받을 수 있을지 캠프와 얽힌 사연들을 살펴봤다.

    후끈 달아오른 정치 중심지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대로 맞은 편 빌딩 밀집지역은 '정치골목'으로 불린다.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을 중심으로 반경 1km 안에 각 당의 당사와 정치인들의 선거사무소 등이 몰려있어서다. 현재 국회대로 70길과 68길을 사이의 한양빌딩엔 새누리당, 대산빌딩엔 새정치민주연합(구 민주당)이 입주해있다.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골목이 더욱 시끌벅적하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서울시장 자리다. '소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고 '차기'의 1순위 후보감이기 때문이다. 실제 초대 서울시장을 지낸 윤보선 대통령(제4대)과 서울시장을 거쳐 곧바로 대권을 잡은 이명박 전 대통령(제17대) 등 국가 최고지도자를 2명이나 배출했다.

    서울시장이 '대권 징검다리'나 다름없다 보니 후보들간의 다툼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레 서울시장 선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여권의 후보 3인방장의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출마선언은 곧 캠프 개소"

    권력쟁탈전의 시작은 선거사무소 사무실 확보에서 시작된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카더라통신'이 떠도는 가운데 '캠프 개소'가 정치인 출마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김황식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는데, 선거사무실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관계자들 사이에 오르내리면서 출마가 확실시 된 바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도 모두 진지를 구축했다. 김 전 총리는 대하빌딩 6층에 495m²(150평)규모에 선거사무실을 차렸고, 이혜훈 최고위원은 바로 위인 7층에 같은 평수의 선거사무실을 쓰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용산빌딩 3층에 선거사무소를 차렸다.

    본선을 위한 당내 경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세 예비후보들의 사무실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 전 총리와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 색으로 실내를 장식해 놓았다. 반면 정 의원의 사무실은 차분한 분위기다. 세 후보 모두 실무진 사무실과 기자실, 방문객을 위한 접견실 등을 마련해 놓았다. 기자실과 접견실이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면 실무진 사무실은 철통 보안이 이뤄지고 있다.

    '전통적 명당' 대하빌딩

    세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오래 전부터 정치권에서 '명당'으로 불렸던 곳이어서 눈길을 끈다. 정치권에서는 서여의도 빌딩 숲 중에서도 중앙부에 캠프를 차리면 좋다는 속설이 있다. 권력의 중심에 우뚝 서겠다는 여망을 담아 모퉁이 보다는 중앙부를 선호한다. 대하빌딩과 용산빌딩 모두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킨데다 대통령을 배출한 전력이 있어 명당으로 불린다.

    대하빌딩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다.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평민당을 창당할 당시 대하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1992년 정계를 은퇴했던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정계복귀 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대하빌딩 맞은편에 있는 한양빌딩(현 새누리당 당사)에서 새 생활을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대하빌딩에 국민회의 캠프를 차렸고, 정권을 거머쥐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하빌딩과 사연이 있다.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대하빌딩 2층에 캠프를 차렸다. 박 대통령 측은 대선을 치르면서 건물 7~8층도 함께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경선에서는 엔빅스 건물에 캠프를 차렸다. 그러나 대하빌딩 2층에 캠프를 차리면서 '명당을 찾아갔다'는 추측이 돌았다. 공교롭게도 김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 당시 캠프를 차렸던 곳이 대하빌딩 2층이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은 경선 승리 후 7~8층도 함께 캠프로 사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극동VIP건물은 대하빌딩을 마주보고 있다.

    대통령뿐 아니라 소통령의 꿈을 이룬 인사들도 대하빌딩을 거쳤다. 조순 전 부총리와 고건 전 국무총리가 각각 1995년과 1998년에 이곳에서 서울 시장에 당선됐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민주노동당도 이곳에서 첫 원내 진입의 꿈을 이뤘다.

    이 외에도 각종 선거가 있을 때마다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대하빌딩을 찾았다. 정동영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출마할 당시 이곳 6층에 캠프를 꾸렸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도 2007년 대선을 이곳에서 치렀다. 2012년 대선에서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경선 둥지를 틀기도 했다.

    떠오르는 용산빌딩

    용산빌딩에 '대권의 기운'을 불어넣은 건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앞둔 경선에서 용산빌딩 3층과 10층에 캠프를 차렸다. '이명박-박근혜' 경쟁구도로 진행된 경선에서 승리를 거둔 후 이곳에서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는 기쁨을 누렸다. 당시 용산빌딩에는 민노당 대선주자였던 노회찬 의원이 4층에 입주해 있어 적군과 아군이 동거하는 기현상을 만들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이후 용산빌딩은 친이(친이명박)계 정치인들에게 인기를 누렸다.

    2010년 치러진 한나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곤 친이-친박이 나눠서 용산빌딩돠 대하빌딩을 차지하기도 했다. 친이계 대표인사인 안상수 전 대표는 용산빌딩에, 친박계 대표인사인 서병수 의원과 이성헌 전 의원은 각각 대하빌딩에 사무실을 얻었다.

    이번에 정 의원이 용산빌딩에 자리를 잡으면서 '친이-친박' 명당 대결이 재연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당 내에서 대표적인 비박(비박근혜)인 정 의원은 용산빌딩에 자리를 잡고 '원조친박'을 자처하는 이 최고위원과 친박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총리는 대하빌딩에 둥지를 튼 탓이다. 김 전 총리 캠프 측 관계자는 "대하빌딩에 입주한 특별한 이유는 없고 시기가 맞고 지리적으로 편리해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거의 성지'가 된 대하빌딩과 용산빌딩의 소유주가 같아 관심이 높다. 빌딩의 주인은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도 하남산업 회장이다. 김 회장은 대하빌딩 대각선에 위치한 대산빌딩의 주인이기도 하다.

    돌고 도는 정치인들

    여의도 정치골목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빌딩은 이들 두 건물뿐이 아니다. 한양빌딩도 대표적인 명당 건물로 꼽힌다. 1997년 대선 당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가 입주해 있었다. 200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속된 한나라당 당사가 자리잡았다. 2012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새누리당이 입주해 지금까지 있다. 이 밖에 2004년 10개의 의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민주노동당 당사도 그때는 이곳에 있었다.

    정치인들이 줄줄이 낙방해 비운의 빌딩으로 장소로 불리는 곳도 있다. 극동VIP빌딩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곳에 둥지를 틀어 199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끈 이후 좋은 소식이 드물다.

    명당이라고 불릴 만한 빌딩이 한정된 만큼 여러 빌딩에 입주한 경험이 있는 정치인도 흔하다. 현재 용산빌딩에 캠프를 차린 정몽준 의원도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대하빌딩에 사무실을 차렸다. 정 의원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남중빌딩 9층에 사무실을 열었다. 남중빌딩은 6ㆍ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거캠프를 차려 당선된 곳이다.

    여의도에서 20여년 동거동락한 공인중개사 A씨는 "선거철만 되면 대하빌딩이나 용산빌딩, 한양빌딩처럼 특정 건물로 정치인이 몰린다"면서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라고 소문난 곳도 선호하지만 직전에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선거에서 승리한 사무실이 있던 곳이 인기가 더 높다"고 귀띔했다. 여의도 빌딩의 평균 임대료는 평당 3만2,000원에서 4만원 선. A씨는 "여의도 빌딩이 워낙 공실이 많아 정치인들의 1~2개월 단기임대도 환영하는 편"이라면서 "몇몇 정치인은 입주 소식을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 건물주와 따로 계약을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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