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우성 '이중간첩' 논란… 3국 스파이?
  • 탈북자 신원 北에 유출 배경 의혹… 檢 유씨 관련성 수사, 본인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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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기자 jjpark@hankooki.com
입력시간 : 2014.04.05 07:01:28 | 수정시간 : 2014.04.05 07:01:28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기소된 유우성(34)씨에 대해 '이중간첩' 논란이 일고 있다. 탈북자 유씨가 국내법상 간첩 혐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의 스파이 역할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씨는 간첩 혐의 등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증거조작에 의해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유씨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탈북자가 자신의 신원과 증언 내용이 북한에 유출돼 피해를 봤다며 유출 과정을 조사해 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씨의 이중간첩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본지는 지난 호(2518호, 2014년 3월18일 자) '유우성 뇌관 터지나, 이중간첩-증거조작 논란' 제목의 기사에서 유씨 사건의 실체를 조명한 바 있다.

    유우성은 간첩인가, 아닌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2013년 1월 국가정보원이 유우성씨를 전격 체포하고 검찰이 기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유오성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씨는 함경북도 회령 출생으로 부모가 북한에 정착한 화교(중국인 자손)로 전해졌다. 유씨는 함북 경성에 있는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회령에서 준의사(의사 보조역)으로 일했으나 경제난에 시달리다 2004년 3월 탈북했다. 중국ㆍ라오스ㆍ태국을 거쳐 1개월 뒤 한국에 들어 온 유씨는 중국 국적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자신을 북한 이탈 주민 '유광일'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책 지원에 관한 법률' 대상자가 돼 한국 국적을 얻었다.

    유씨는 2007년 3월 연세대 중문과에 편입해 학내외 각종 탈북자 관련 모임에서 활동했으며, 2011년 대학 졸업 후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돼 북한이탈주민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유씨가 작년 1월 국정원에 체포된 것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포섭돼 탈북자 명단 등의 정보를 북측에 넘겼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여권법 위반 등 9개 죄목으로 기소했다.

    검찰이 유씨를 기소한 데는 여동생인 유가려(27)씨의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여동생 유씨는 2012년 10월 입국,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유우성씨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된 간첩이었다는 사실을 매우 구체적인 정황과 함께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여동생 유씨는 "오빠는 남파 공작원으로 2007년 8월, 2011년 7월, 2012년 1월 세 차례 북한에 드나들며 탈북자 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고 증언했다. 또한 수사기관에서는 "2011년 2월과 2012년 7월 중국에서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오빠로부터 탈북자 신원 정보를 받은 다음 북한 회령시 뱀골초소 인근에서 두만강을 도강해 회령시 보위부 요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 2월 16일 서울 중앙지검에서 윤웅걸 2차장 검사가 브리핑을 하며 증거조작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유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말을 바꿨다. 유씨는 국정원의 강압과 회유에 의해 거짓 증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8월 재판부는 "여동생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작년 12월 북한 보위부 공작원 출신 A(44)씨를 항소심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A씨는 유씨 여동생이 수사기관에서 했던 말이 사실이고, 1심 재판 과정에서 한 말은 거짓이라는 것을 증언했다.

    A씨는 법정에서 과거 회령 지역 보위부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여동생이 도강했다는 회령시 뱀골초소 인근이 수심이 얕고, 다른 지역에 비해 경계가 소홀한 편이기 때문에 도강하기 좋은 곳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유우성씨가 중국 화교라서 국경 통행이 자유롭다는 유씨 변호인의 말도 북한 현실(이동 및 방문 제한)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증언 탈북자 탄원서에 담긴 것

    A씨의 법정 증언 사실은 28일 만에 북한 보위부에 그대로 전달됐다. 이같은 사실은 A씨가 지난 1월 14일 자신의 신원과 증언 내용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유출됐다며 항소심 재판부에 유출 과정을 조사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밝혀졌다.

    당시 항소심 심리공판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서울고법 청사 404호 법정에서 열린 공판에는 재판부와 검사 2명, 유씨와 유씨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측 변호인단 5명 등 10명 안팎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탄원서에서 유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사실이 북한 쪽에 알려져 북한내 가족들이 함경북도 안전보위부 반탐(反探ㆍ대간첩)처의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탄원서에 따르면, 지난 1월 6일 북한 함경북도에 거주하는 딸이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다니는 직장으로 공장 담당 보위지도원과 도 보위부 반탐처 사람들이 찾아와 아버지가 남쪽에서 재판에 나갔던 일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보위부 직원들은 딸에게 A씨가 남한에서 이름을 바꾸고 재판에 나가 북한의 권위와 위신을 훼손시키는 일을 했다며 앞으로 북한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할 경우 남매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A쎄에게 전하라고 위협했다.

    A씨는 탄원서에서 "비공개 공판이고 신변이 보장된다고 했는데 출석한 지 한 달도 안 돼 북한 보위부에서 내가 개명한 것과 재판에 출석한 것을 알고 내 북한내 가족을 조사했는지 매우 이상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A씨는 실제로 지난 2003년 귀순한 후 특별보호 '가'급 대상으로 경찰관 3명에게 24시간 밀착 경호를 받아왔고, 이름과 주민번호를 모두 바꾸고 휴대전화도 다른 사람의 명의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에 참석했던 누군가가 북한에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유씨 측이 정보를 제공했다고 단정할 물적 증거는 없다"고 했다.

    탈북자 정보 북한에 유출

    국정원과 검찰은 여전히 유우성씨가 '간첩'이라는 데 확신을 갖고 있다. 사정 당국 관계자들은 유가려씨의 증언보다 유우성씨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그러한 결론(간첩)에 이르렀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통해 남한 정부를 비난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재입북한 탈북자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유우성씨와의 관련 가능성을 엿보았다는 것이다.

    탈북자의 재입북 문제는 2012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2006년 입북한 박인숙씨가 2012년 5월 중국을 통해 재입북했고, 6월에는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던 전영철씨가 북한에 다시 들어갔다. 11월에는 김광혁ㆍ고정남씨 부부가 남한에서 태어난 두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재입북을 감행했다.

    이들은 북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결같이 남한 생활이 노예나 다름없었고, 남한 정보원들의 유인전술에 휘말려 탈북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탈북자들의 잇따른 재입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관계 당국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관련 부서 책임자들에게 탈북자 관리와 재입북 방지에 관한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재입북한 박인숙씨의 경우 북측이 재북 가족을 이용해 협박한 정황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측이 박인숙씨를 협박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남한 내 소재지를 알고 있기에 가능했다. 다시말해 탈북자들에 대한 신상 정보가 유출돼 북한으로 전해졌던 것이다.

    앞서 탈북자 A씨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밝힌 대로 탈북자의 신원이 누군가에 의해 북한에 유출되고 있었다.

    정부 당국은 이러한 부분을 주목하고 관련 가능한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탐문했다. 탈북자 출신으로 서울시에서 탈북자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유우성씨도 대상에 올랐다. 유씨가 2011년부터 서울시청에 근무하면서 탈북자 지원 업무를 담당한 이후 탈북자들의 재입북이 갑자기 늘어난 게 단초로 작용했다.

    사정 당국은 유씨의 국내외 동선과 중국내 휴민트들의 정보를 토대로 유씨를 의심했다. 그리고 유씨의 여동생인 유가려씨가 2012년 10월 탈북자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왔을 때 유우성씨의 밀입북 사실과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제공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유가려씨는 유우성씨가 수차례 밀입북한 사실과 탈북자 정보를 누구에게 주었는지 등에 대해 자세한 사실을 진술했다.

    휴민트-다중 스파이 논란

    유우성씨에 대해 직간접으로 알고 있다는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유씨에 대해 국정원이 활용한 휴민트(HUMINT, 인적 네트워크 활용 정보수집)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몇몇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공안 당국도 유씨에 대해 뒷조사를 했다. 중국에서는 '특무(간첩)'는 사형에 처할 정도로 엄격하게 다룬다. 그럼에도 유씨가 중국을 경유해 북한을 비교적 자유롭게 오간 것은 그가 중국 국적자라 할지라도 중국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1997년 탈북한 탈북 여성 1호 박사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은 "북한 보위부는 중국 조선족들이 남한을 방문한 후 3년 이내에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철저히 금지시키고, 남한 방문 경력이 있는 조선족이 북한에 오게 되면 설사 세관을 통과했더라도 찾아내 반드시 중국으로 추방시킨다"면서 "북한 거주자로서 한국에 와 주민등록증까지 받고 생활해 온 유씨가 북한을 제집 드나들 듯 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 밖의 일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씨가 한국을 비롯 중국, 북한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은 이들 3국이 어느정도 신변을 보장해줬기 때문에 가능하다. 다시말해 한국 관계 당국은 유씨를 휴민트로, 중국과 북한은 그를 스파이로 활용했을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유씨를 활용해 대북 정보를 입수한 반면, 유씨가 더 많은 대남 정보(탈북자에 관한 내용 등)를 북한에 전달하는 것을 뒤늦게 알고 유씨를 '간첩'으로 몰아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유씨는 간첩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유씨는 3월 12일 변호인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간첩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며 "1년 넘게 억울한 삶을 살고 있는데 하루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유씨는 최근 검찰의 세 차례에 걸친 소환 조사에 모두 불응했고, 앞으로도 출석 요청에 일절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3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해 "간첩 조작사건이 아니라 간첩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이 공소장을 다시 제출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이날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사건의 본질은 피의자 유모(유우성)씨가 북한을 드나들며 탈북자 정보를 넘기고 간첩행위를 했다는 것이 수사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아직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유우성씨'이중간첩' 논란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정국지형은 물론, 사회 진영(이념) 대립 등 전반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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