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 '거짓말' 김훈중위 두 번 죽이다
  • 법원 판결 억지 해석해 허위 주장 펼쳐
    대법원, 국방부 자의적 해석 정면으로 반박
    김훈 중위 사건 새 전기 마련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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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기자 jjpark@hankooki.com
입력시간 : 2014.04.12 15:21:05 | 수정시간 : 2014.04.18 22:17:31
    • 국방부 조사본부가 2011년 11월1일 작성한 ‘故 김훈 중위 사망사고 분석.판단’ 보고서는 대법원 판결을 자살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대법원 판결문을 자살 판결문이라고 허위 주장을 해 국회 와 국민을 우롱한 국방부를 용서할 수 없다."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초소(241GP)에서 의문의 총상을 입고 사망한 김훈 중위(당시 25세, 육사52기)의 유족은 국방부의 '거짓말'에 분노하며 법적 조치까지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훈 중위의 부친 김척 (70, 육사21기) 예비역 중장은 "국방부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판결까지 조작해 김훈 중위의 사인(死因)을 '자살'로 강변해 온 것은 훈이를 두 번 죽이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4대 국가기관 결정 무시한 국방부

    김훈 중위는 제15대 대통령(김대중) 취임식 하루 전인 1998년 2월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초소에서 의문사한 채 발견됐고, 그 사인에 대해 16년째 진실 공방이 이어져 오고 있다.

    • 2012년 10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국방부는 대법원 판결을 자살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국방부는 육군이 미군 범죄수사대(CID)와 합동으로 진행한 1차 수사(1998.2.24~1998.4.29)는 물론, 육군본부 검찰부의 2차 수사(1998. 6. 1~1998. 11. 29), 국방부장관의 지시로 설치된 특별합동조사단의 3차 수사(1998. 12. 9~1999. 4. 14.), 그리고 최근의 시험결과에서도 김훈 중위가 자신의 권총을 이용해 자살한 것으로 일관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자살의 물증은 제시하지 못했고, 군생활 부적응과 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로 귀결지었다.

    그러나 국방부와는 달리 국회(국방위원회), 대법원,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3개 최고 국가기관과 국민권익위원회는 자살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1999년 국회 국방위원회에 설치되었던 '김훈 중위 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는 그해 5월 31일 부실 수사에 대한 의문 15가지를 제기하며 '김훈 중위가 타살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의정 활동 보고서를 펴냈다. 대법원도 2006년 12월 김훈 중위 사건 관련 판결을 통해 "초동수사가 잘못돼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라고 판시했다. 3년간 사건을 조사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1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자살' 입장을 고수했다. 김훈 중위 유족은 2011년 9월 권익위에 사건 재조사후 순직 인정을 받게 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권익위는 국방부와 합의해 2012년 3월22일 총기 격발실험 등 쟁점 사안들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한 후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권익위는 그해 8월6일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에 따른 순직처리 권고안'을 육군본부에 보냈다.

    하지만 국방부는 3개월 뒤인 11월26일 유족에게 김훈 중위 사건을 타살로 결론지을 수 없다고 통보를 했다.

    • 김훈 중위 부친 김척 예비역 중장은 국방부가 대법원 판결을 왜곡해 '자살'로 여론몰이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이처럼 국방부가 김훈 중위의 사인을 고집스럽게 '자살' 로 규정한 이면에 대법원 판결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국회를 비롯 공신력 있는 기관과 단체, 국민을 호도한 사실이 최근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대법원이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중립적' 입장(자살 타살인지 알 수 없음)임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자살'로 판결했다며 허위 주장을 펴 온 것이다.

    실제 육군보고서(2009년 11월), 육군심의서(2009년 11월), 육사총동창회(2010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속기록 등에는 "대법원 판결문은 자살이다"라고 허위사실을 밝힌 내용들이 나와 있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싶다-JSA 김훈중위, 오른손의 미스테리'에서 방영된 바와 같이 2010년 11월9일 육사총동창회에서 김흥석 현 법무실장은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보고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201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당시 민주당 서종표 의원의 김훈 중위 사건 질문에 "대법원 판결 모두에서 자살로 인정돼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서 의원이 대법원 판결문을 읽으며 재차 질문하자 김 장관은 "판결문을 읽어 보지 못했다. 보고만 받았을 뿐이다"며 말을 바꿨다.

    2011년 10월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관진 국방장관은 "대법원 판결과 같이 검토를 하겠다"며 종래 군의 입장(자살)을 견지했다.

    • 군은 육사총동창회 회의(2010년 11월)에서 대법원 판결을 자살로 해석해 보고했다. SBS 방송 캡처
    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승장래 국방부조사본부장 역시 "대법원에서 최종 자살에 대한 판결까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법원 판결은 자살로 인정한 적 없다"고 묻자 승 본부장은 "군이 과학적인 수사를 했기 때문에 자살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법원 판결 자의적으로 해석

    군이 김훈 중위 사인을 '자살'로 결론짓고 이를 대외적으로 강변하고 알리는 데 가장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대법원 판결이다. 심지어 고등법원 판결까지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법원과 하급심 모두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타살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이다.

    대법원은 판결문(2004년 2월17일)에서 "만일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 대법원은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중립(현재 알 수 없는 상황) 입장이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JSA 김훈중위, 오른손의 미스테리’ 장면
    서울고등법원도 판결문(2004년 2월 17일)에서 ▦ 현장조사의 미흡 및 현장보존의 소홀, ▦ 현장 근거품에 대한 미비한 조사, ▦ 수사 초기의 형식적인 알리바이 조사, ▦ 2소대 상황일지 및 부소대장의 컴퓨터 등의 미확보, ▦ 사인에 대한 예단 정황에 관한 사정을 인정한 후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대법원과 고등법원이 군의 2차, 3차 수사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을 근거로 '자살'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2011년 11월1일 작성한 '故 김훈 중위 사망사고 분석.판단' 보고서에는 그러한 군의 입장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

    "대법원에서 군수사(2차, 3차)결과를 인정하였음에도 진실규명불능으로 처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원심(고법)에서 판결한대로 2차, 3차 수사에 대한 직무상 의무위반이나 인격적 법익 침해가 없다(자살 인정) 하였고, 다만 초등수사의 문제점으로 유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방부의 대법원.원심 판결에 대한 해석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

    대법원은 "군검찰에 의한 2차 수사 및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에 의한 3차 수사 등 전면적인 재조사조차 원고들의 진상은폐·사건조작의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한 채 당초의 부실한 1차 수사를 합리화하는 구실에 불과한 것이라는 불신을 가지도록 하였다"고 판시했다.

    고등법원은 "1차수사에 있어서 수사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2차, 3차수사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지 아니하였고 유족들의 의혹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도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바, 그렇다면 그 후 2, 3차수사가 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초동수사에 있어서 군수사기관이 소흘히 한 직무상 의무를 다한 것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마디로 군의 2차, 3차 수사는 초동수사 미흡에다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1차 수사보다 낫지만 김훈 중위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을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여전히 법원의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자살)해 대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2년 10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법원이 국방부의 초동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데 무슨 자살을 인정했다고 하는 것이냐"고 묻자 승장래 국방부조사본부장은 "법률자문가의 자문을 받았다"며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법원, 국방부에 일침 가하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국방부의 아전인수격 해석에 쐐기를 박았다.

    SBS는 지난 3월27일 대법원에 김훈 중위 사건의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질의 했다.

    "김훈 중위의 사망 원인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판결 선고 2006.12.7.)에 의하면, 1차 수사 시 군수사기관이 사고 현장을 훼손하고 대원들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발표하는 등 초동 수사의 미흡함을 인정하는 한편, 2차 및 3차 수사에서는 상당한 기간 동안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여 수사를 한 결과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흠이 없다는 최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판결문에 근거하여,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권익위원회는 잘못된 초동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으니 사망 원인이 불분명해 '최소한 자살은 아니다'는 주장을 하는 반면, 군 수사기관에서는 2차 및 3차 수사의 흠이 없었으므로 '자살이다'는 결론이 합리적인 판단임을 주장하고 있다. 양 측의 의견이 나뉘는 가운데 김훈 중위의 사망 원인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것인지 그 입장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3월31일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혀 왔다.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한 군수사기관의 수사상 직무소홀 행위가 유가족의 사인에 대한 알권리나 명예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 사안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원심을 수긍하였기에 대법원의 입장은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중립(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판결과 마찬가지로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알 수 없다'고 했다. 국방부의 자의적 해석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김훈 중위 유족은 대법원의 공식 입장을 토대로 '진실' 을 향한 발걸음을 계속하는 한편, 김훈 중위 사건을 왜곡해 온 국방부 및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해명 요구 및 법적 조치까기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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