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찌질남에게 연애 기술 알려 드려요"
  • ● '픽업아티스트' 강습소 실태 추적
    연애 고민 상담도 이제 '산업'… 수업료만 한 달에 100만원 육박
    전화상담료는 1시간에 5~10만원… 상담자 대부분 전문성 결여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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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입력시간 : 2014.04.14 12:14:14 | 수정시간 : 2014.04.14 14:22:01
    • 연애 기술을 가르쳐주는 '연애 코칭 학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픽업아티스트'출신 연애 코치 곽현호씨가 수강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모습. 퍼시드 제공
    바야흐로 '연애의 계절'이다. 창 밖을 바라보면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벚꽃 잎이 흩날리며 완연한 봄을 알린다. 겨우내 잠들었던 연애 세포들이 깨어나자 이곳 저곳에서 "썸(이성과 사귀기 전 서로 알아가는 관계를 일컫는 은어)타고 싶다"며 아우성이다.

    문제는 사랑을 나눌 상대를 만나기 쉽지 않다는 점. 이러한 이유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연애 코칭'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길거리 즉석 만남 비법, 이별한 연인을 다시 만나는 방법, 이성이 좋아하는 옷 코디법, 이성과 대화를 이끌어가는 '유혹 멘트' 등 각종 강좌가 넘쳐난다. '사랑을 가르쳐 준다'면서 기술 연마만 권해도 되는 걸까. 새로운 연애 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았다.

    연애상담 전문 앱도 등장

    "34년간 모태 솔로 남자 사람입니다. 직장에서 맘에 드는 여자 후배가 생겼는데 말만 걸어도 도망갈 기세예요. 이 여자랑 사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지난 8일, 스마트폰에 한 연애 상담 전문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자 고민 상담 글이 여럿 눈에 띄었다. 대개 연애경험이 전무한 '모태솔로' 남녀나 짝사랑을 하는 이들의 SOS. 간혹 이별한 연인을 잊지 못하는 사연도 있었다. 상담은 유료. 1시간에 7만원을 내면 유료 전화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각종 게시판의 '비법 강좌' 콘텐츠를 클릭하면 유료 회원 결제 페이지로 넘어갔다.

    친구에게 미주알고주알 연애 고민을 털어놓던 시대는 지났다. 영화처럼 연애 상담을 전문으로 내세운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만족 100%', '비밀보장 100%', '24시간 상담 가능', '연애는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등 저마다 솔깃한 문구를 내세운 연애 상담 학원들이 즐비하다. 강남역이나 신촌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엔 아예 학원을 차려놓은 곳도 있다.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해 연애에 목마른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연애 기술 가르쳐드려요"

    연애 전문 학원에선 대체 어떤 비법을 알려주는 걸까. '국내최초 연애전문 교육기관'이라는 A사이트에 들어가보았다. 교육 대상은 평소 이성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만 듣는 사람, 이성을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면 할 말이 없어지는 사람, 연애경험이 없어서 상황별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밀고 당기기를 잘 못하는 사람 등. 정규과정, 특별과정 등으로 수업이 나눠져 있는데 수업료는 한 달에 100만원 선. 대개 주 1~2회 수업이 기본인데 단체 수업보다는 1대1 과외가 인기가 높다고 한다.

    A학원 수강생 김모(33)씨에게 수업 내용을 전해 들었다. 그는 2개월 동안 주 1회씩 총 8번의 1대1 수업에 200만원을 지불했다. 첫 1~2주는 인생상담이 주를 이뤘다. 왜 지금까지 연애에 실패했는지 하소연을 하는 시간이다. 3~4주차에는 외모 변신에 신경을 썼다. 일단 외모 변신을 위해 A학원에서 추천하는 쇼핑몰에서 상담사가 권하는 스타일의 옷을 구매했다. 물론 헤어스타일도 바꿨다. 5주차부터는 상담사와 함께 거리로 나가는 현장수업. 길거리에서 맘에 드는 여성을 만났을 때 행동하는 방법이나 말을 거는 법 등을 전수 받았다.

    김씨는 "연애 상담을 하려면 내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데 친구들이나 지인에게 털어놓기는 조금 부담스럽다"면서 "실전연애이론을 듣고 생각보다 별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본전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연애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픽업아티스트가 연예 상담사로

    연애 상담 학원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이유는 따로 있다. '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자 상당수가 연애 상담 전문 학원을 개설해 업종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본래 픽업아티스트는 남성이 남성을 상대로 여성을 유혹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을 해왔다. 주로 길거리에서 여성을 유혹하는 방법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이성을 만나 잠자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등을 전수했다.

    자극적 콘텐츠를 앞세운 픽업아티스트들은 '연애 기술자'로 불렸지만 상당수는 말 그대로 여성을 픽업(Pick-up)해 각종 잠자리 기술을 연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해 6월, 대구여대생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 조명훈(26)이 평소 클럽을 찾아 다니며 자신을 '여자 유혹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원나잇스탠드를 즐긴 것으로 알려지자 대중의 반응은 더 냉담해졌다.

    대구여대생살인사건 이후 픽업아티스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질 즈음, '픽업아티스트' 곽현호(29)씨도 '연애코치'로 변신했다. 곽씨는 "픽업아티스트들이 잠자리 기술만 전한다는 오해를 벗어나 건전한 연애 기술을 전하기 위해서 연애 코칭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곽씨는 "이성과의 만남을 주저하는 남성들의 경우 대개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수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심리학이나 상담기법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이들이 '연애 상담 학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연애코치로 활동하는 데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전문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상담으로 연애에 목마른 남녀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곽씨는 "일부 픽업아티스트들의 폐단에는 깊이 통감한다"면서도 "기존의 연애 상담사들이 심리학 이론 등에만 초점을 맞춰 현실에서 동떨어진 상담을 했다면 픽업아티스트 출신의 연애 강사들은 실전 연애에 필요한 비법을 알려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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