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피아 공습 ‘낙하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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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기자 hmhs18@hankooki.com
입력시간 : 2017.03.11 11:17:35 | 수정시간 : 2017.03.11 11:17:35
  • 권력 공백 틈타 관피아 공공기관장 낙하산 기승

    최근 임명된 공공기관장 절반이상 전직 관료… 정경유착만큼 심각한 민관유착

    김영란법, 공직자윤리법 개정 절실… 금융기관종사이력제 등 대안 제시돼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로 생긴 권력 공백을 틈타 공공기관과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경제관료 등 전직 공무원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민관유착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시민단체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4개월 동안 공공기관장에 임명된 44명 중 24명(54.5%)이 전직 관료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6월 공공기관 295곳 중 108곳(36.6%)이 관료 출신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높은 비율이다.

    2016년 기준 현재 공공기관은 총 321개로 공기업 30개, 준정부기관 89개, 기타 공공기관 202개로 분류한다. 공기업의 수장은 주무부처 장관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준정부기관은 주무부처 장관이 임명한다. 장관이 임명하는 경우에도 청와대 등과 논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탄핵으로 인해 국정 컨트롤 타워가 사라진 상황에서 청와대ㆍ정치권 발 ‘낙하산’이 아닌 ‘자기 부처 사람 내려보내기’식 인사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재 하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출신 공공기관 득세

    관료 출신이 기관장으로 취임한 공공기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에너지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예탁결제원, 한국마사회 등이다.

    부처별로 살펴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을 뜻하는 모피아 출신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에 문창용 전 기재부 세제실장이, 같은 해 12월 예탁결제원 사장에 이병래 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각각 취임했다.

    올해 1월에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에 김규옥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취임했다. 김 이사장은 기재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지난 2일에는 수출입은행장으로 최종구 SGI서울보증 사장이 내정됐다. 최 사장도 기재부에서 국제업무관리관 등으로 일했고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지냈다. 기재부와 해수부 등 공직에서 오랫동안 일한 남봉현 전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월 인천항만공사장에 임명됐다.

    산업자원통상부 출신도 눈에 띈다. 문재도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아직 이달 말 주주총회 의결이 남아있지만 지난달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도 옛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이다. 이해평 한국지식재산보호원장,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최철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김흥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등 4명도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다.

    임정수 한국우편사업진흥원장, 서석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장, 김영수 우체국물류지원단 이사장은 미래창조과학부(옛 정보통신부 포함) 출신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출신 인사로는 오경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 김윤종 농업정책보험금융원장,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이 있다. 박명식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은 국토교통부 출신이다. 비경제부처 인사로는 고용노동부 출신의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과 이재흥 한국고용정보원장, 보건복지부 출신의 최영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장, 환경부 출신의 이희철 국립생태원장 등이 있다.

    기관장이 아닌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관료도 많았다. 이 기간 동안 공공기관으로 적을 옮긴 공무원 출신 55인 중 80%에 해당하는 44명이 행정관료 출신이었다. 기간을 넓혀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10년(2005~2014년) 동안 퇴직한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ㆍ국세청 등 경제부처의 국장급 이상 관료 678명의 약 83%가 퇴직 후 1년 이내에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퇴직한 경제부처 고위 관료의 절반 이상이 민간이 아닌 공공영역(공공기관 혹은 관련 협회조직)에 재취업하였다. 재취업한 곳은 공공부문(공공기관: 약 20%, 협회와 같은 공직 유관 혹은 반민-반관 단체: 약 19%, 공직: 12%)인 경우가 52%에 달했다. 특히 재취업 순서를 감안하면 퇴직 직후 공공기관 취업비율이 31%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공공기관이나 협회가 정부 기능의 일부를 위탁 혹은 대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기업의 로비스트라고 보기는 어렵고, 서구의 회전문 현상과는 자신의 과거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퇴직관료들이 재취업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재취업하여 받는 연봉 수준은 현직에서 받던 급여보다 높고, 이들이 퇴직하면서 승진의 숨통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관료들의 이해관계가 주되게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실장의 주장처럼 관피아가 수십 년간 관련 분야에서 정책을 수립·집행하면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공기관과 주무 부처 간 의사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이 기관장으로 가는 게 문제가 되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기관장으로 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며 "공공기관의 경우 보기에 따라서 능력 있는 모피아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치경영 우려와 주무부처와의 결탁 가능성 때문에 관피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윤석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외부에 능력 있는 사람이 있어도 자기들끼리 결정해서 하니 관료 출신이 아니면 사장으로 못 가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매번 낙하산이 내려오면 '줄서기 문화'가 생길 수 있고 새로 온 사장이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며 조직을 바꾸려 들다 보면 효율성이 무너지고 사기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낙하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뽑을 사람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공모 등의 틀을 끼워 맞춘다는 점”이라며 “법령 위반은 아니지만 법이 낙하산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공직자윤리법 개정해야

    관피아 현상을 막기 위한 논의도 활발하다.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제도적 개선이다. 일명 ‘김영란법’인 청탁금지법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추가하는 안이 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은 공무원들에 공적으로 부여된 직무수행상의 의무와 사인으로서의 사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것을 뜻한다. ‘이해충돌 방지’란 이를 피하기 위해 공직자나 그 가족이 이해관계에 있는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관예우나 퇴직 관료가 산하기관 또는 관련 업체에 취업하는 형태인 ‘관피아’도 퇴직한 동료나 상관이 현직 공직자를 통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해충돌’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퇴직 공직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도 요구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 직원 등이 퇴직한 공무원과 퇴직한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으로부터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한’ 청탁 또는 알선을 받은 경우 이를 소속 기관의 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확대해 업무와 관련해 퇴직 공직자와 접촉했을 경우 신고(등록)하도록 해 불필요한 접촉 자체를 줄이자는 의도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공기관 내 '최고경영자(CEO) 승계프로그램'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이사회가 현 CEO의 연임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면 내외부에서 발굴·육성된 CEO 풀에서 후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 CEO 임기가 끝나고서 부랴부랴 후보 추천위원회를 꾸려 후임자를 선임하다 보니 당국의 압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대안이다. 김상조 교수는 "관피아 경향이 최근 나타나는 것은 한편으로 정치권력의 공백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 CEO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관피아를 근절하려면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이사회가 평상시 CEO 프로그램을 구축해 시행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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