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시티 비리, 아직 풀리지 않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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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4.08 08:42:57 | 수정시간 : 2017.04.08 08:42:57
  • 엘시티 부지 원계약자가 얻지 못한 허가… 이영복이 얻은 내막

    이영복 회장이 아닌 ‘내과의사 등 5명이 엘시티 부지 원계약자’

    제보자 “이영복 회장, 초기 엘시티 부지 사업에 신뢰하지 않아”

    엘시티 개발 위한 사실상 지자체의 ‘기부채납’ 특혜 의혹… “특검에서 풀어야”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 구속기소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가운데). (사진=연합)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사업 비리에 대한 특검 수사를 앞두고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초 부산지방검찰청은 해운대 엘시티 사업 비리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 24명을 무더기로 기소하며 사건이 일단락됐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부터 수백억 로비 자금 운용 등으로 잘 알려져 있던 이영복 회장은 705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으로 운용하며 엘시티 사업 특혜를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자유한국당 배덕광 의원 그리고 허남식 전 부산시장 등이 이영복 회장의 로비 리스트에 속하며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통해 하나은행이 엘시티 대출에 참여해 줄 것을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은 여러 가지가 남아있다. 실제로 검찰은 이영복 회장 비자금 가운데 현금 사용처는 밝혀내지 못했고, 로비 리스트에 오른 정·관계 인사들이 엘시티 사업에 어떻게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소명하지 못한 채 사건파일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영복 회장과 과거 엘시티 사업 초기부터 함께 해 왔던 그의 사업상 측근들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검찰 수사가 부족한 부분을 남긴 원인을 두고 다양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가 엘시티 사업 중반과 분양 시점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정·관계 인사들의 뇌물수수 등에만 초점을 맞췄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본래 국방부가 20년 이상 소유해온 징발토지였던 현재 엘시티 부지에서 부동산 개발 이야기가 처음으로 나돌기 시작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 말기로, 해당 징발토지의 최초 매입을 원했던 이는 이영복 회장이 아닌 서울시 중구의 한 내과의원 원장이던 박 모씨였다.

    박 원장은 당시 국방부 헌병대 내 고위 장교였던 지인을 통해 이 토지에 대한 지가와 용도변경 가능성 등에 대해 알아봤고, 평(3.3㎡)당 약 200만원에서 징발토지의 우선매수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박 원장은 동업자 5명을 모아 D건설 명의로 국방부 시설국을 통해 해당 징발 토지에 대한 최초 계약을 했다.

    본지의 확인 결과 박 원장은 자신이 서울에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매매해 마련한 자금으로 엘시티 부지 징발토지를 사들였다. 박 원장 등과 국방부가 합의한 총 매매금액은 약 494억원으로, 이들은 국방부에 총 매매금액의 10%인 약 49억 4000만원을 계약금 명목으로 우선 납부했다.

    그런데 박 원장 등에게 사업 초반부터 문제가 생겼다. 이들은 부산시와 해운대구에 이 징발토지를 주상복합 시설 부지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심사를 넣었지만, 해운대구에서부터 허가가 반려됐다.

    만약 박 원장 등이 원한대로 해당 부지를 주상복합 시설로 용도 변경할 수 있었다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으며 사업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청에서의 심사 반려를 통보하자 잔금조차 치를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복 회장 측이 박 원장 등 6명과 접촉한 시점은 그 직후였다. 당시 이영복 회장은 서울시 독산동 도하부대 징발토지 사업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오면서 징발토지 내 부동산 사업에서 경험을 쌓은 상태였다.

    이영복 회장과 사업상 교류를 많이 해왔던 제보자 A씨는 박 원장이 사들인 해운대 징발토지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이영복 회장에게 해당 부지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보자 A씨는 “이영복 회장이 김영삼 정부부터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라며 “당시 이영복 회장이 도하부대 이전으로 징발토지 사업에 경험이 있었고, 국방부 시설국 고위 장교와 특히 친했기 때문에 독산동 사업 이후 해운대 징발토지 사업을 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이 회장에게 제안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영복 회장은 엘시티 부지 징발토지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이영복 회장이 자신의 제안을 듣고 ‘사도 될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영복 회장과 독산동 사업도 성공했기 때문에 나와 함께 해운대 징발토지를 둘러보면서 그곳에 호텔과 오피스텔 등 상업지역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었다”라며 “이후 박 원장 등과 접촉했는데, 이들은 해운대구로부터 주상복합 시설 심사도 반려된 상태로 잔금 치르기에도 힘든 상태였음에도 이영복 회장에게 해당 토지를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영복 회장도 해운대 징발토지에 대한 사업성에 크게 신뢰를 하지 못하는 듯 보였고, 박 원장도 이 회장에게 해당 토지의 매각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사업은 끝나는가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런데 이후 부산시의 해운대 징발토지 인근 지역 개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실제로 2006년 11월 부산시는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온천센터 예정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고시했다.

    또 부산도시공사는 이듬해 6월 호텔과 콘도 등 상업시설을 짓는 조건으로 민간 사업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A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A씨는 “해운대 구청을 통해 뒤늦게 확인을 해봤는데 박 원장의 계약이 해지돼 있었다”라며 “잔금을 내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것인지 자세한 정황은 모르겠지만, 그 사이 이영복 회장이 부산도시공사를 통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해당 부지를 계약한 사실을 알고 나서 깜짝 놀랐었다”라고 설명했다.

    주목해볼 점은 부산시가 박 원장 등이 해당 징발토지를 계약했을 때 주상복합 등 상업용지로의 용도변경을 반려했지만, 이영복 회장에게는 관련 심사의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이었다.

    박 원장 등은 자신들이 낸 계약금과 투자한 설계비 및 운영비 등 수십억원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본지가 박 원장이 운영하고 있던 내과 의원 등에 확인해봤지만,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원계약자들은 징발토지에 대한 원칙을 지켰던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심사 허가를 반려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해를 입고 계획을 무산시킬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해운대 징발토지 사업에 큰 관심이 없었던 이영복 회장은 손쉽게 토지 용도변경 허가를 받으며, 해운대 엘시티 사업 구상을 해나갈 수 있었다.

    엘시티 사업 실행 이전과 관련된 이 내용들은 검찰 조사는 물론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자세히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다.

    부산시의 사실상 ‘기부채납’ 특혜 의혹… 진실은 아직도 먼 산에

    현재 엘시티 사업용지가 포함된 6만 5000㎡의 부지에는 본래 군 징발토지 2만 9000㎡와 민간 사유지 3만 6000㎡이 속해 있었다.

    부산시는 지난 2007년 1차로 5만㎡를 그리고 다음해 2차로 1만 5000㎡를 수용했다. 2차는 부산시 측이 공공개발 명분으로 강제 수용했다.

    당시 부산시 내 일부 시민단체들과 해운대구의회 사이에서는 부산시가 엘시티 사업장 연결 진입도로와 소공원을 시 소유부지로 대신 조성해 해운대 구청에 기부채납을 하기로 했다며 특혜 논란이 일었다.

    • 엘시티 특검에서는 이영복 회장과 정관계 인사들 간 로비의혹만이 아닌, 일반인들의 피해와 혈세 낭비 등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해운대 엘시티 공사 현장. (사진=연합)


    보통 민간 아파트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진입로와 주변 공원 등 공공시설을 자비로 부담해 관할 지자체에 기부채납 해야 하지만, 이때 부산시는 공공개발을 명목으로 팔고 남은 약 1만 5000㎡의 부지를 도로 및 공원 용도로 대신 조성한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시민혈세로 매입한 땅이 특정업체의 수익성 사업에 투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고, 당시 해당 부지의 가격은 1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잡음은 더욱 심하게 일기 시작했다.

    당시 부산시는 도로확장과 관련해 도시개발사업구역 내 도로는 사업자였던 엘시티가 그리고 사업구역에서 벗어난 곳은 도시교통정비기본계획에 따라 부산시가 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한다고 논란 진화에 나섰었다.

    그런데 당시 엘시티 측은 사업 구역 내 폭 약 20m, 총 길이 935m의 도로를 오는 2019년까지 개설해 부산시에 기부채납 하겠다고 밝혔다.

    수치상으로 따져봤을 때 엘시티가 부산시에 기부채납 하는 공원과 도로는 4000㎡에 달하지만, 부산시가 엘시티를 위해 공급하는 시설의 규모는 1만㎡를 훌쩍 넘게 된다.

    건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엘시티 특검에서 엘시티 부지 내 징발토지로 인한 피해와 기부채납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혀져야 된다고 주장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엘시티 부지 내 군 징발토지 2만 9000㎡의 경우 징발이 해제되면 피징발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부산시는 이곳을 공공사업용지로 쓰겠다고 하면서 헐값에 불하 받는 바람에 피징발자들이 해당 용지에 대한 권리를 내세울 수 없게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피징발자들에게는 엄청난 손해를 끼친 것이고, 부산시는 해당 용지의 ‘공공개발’을 강조했지만 결국 헐값에 산 토지를 비싸게 팔아 엘시티를 짓게 했다. 싸게 생선을 사서 회로 만든 뒤 이영복에게 비싸게 판 꼴”이라며 “부산시는 교통개선대책 수립이라는 명목으로 기부채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결국 엘시티 부지를 위해 사업자가 기부채납 하는 규모보다 시에서 마련해주는 시설의 규모가 더욱 크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엘시티 사업 비리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과 시민단체 사람들은 대선 이후 이뤄질 엘시티 비리 특검 수사에서 이영복 회장과 정·관계 인사 간 뇌물수수 문제만이 아닌, 엘시티 특혜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조사와 혈세 낭비 그리고 이 특혜에 가담한 이들에 까지 수사 범위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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