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녹음을 허하라” 공정사법에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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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4.15 08:35:23 | 수정시간 : 2017.04.15 08:35:23
  • 법률 단체, 법정 녹음 규제에 개선안 촉구

    법원조직법 상 녹음 행위, 감치 또는 과태료 부과 대상 아냐

    사법감시 배심원단, 녹음을 ‘등’에 포함시킨 법원에 “명확성·유추해석 금지 원칙 위배”

    美·英처럼 법정 녹음 안내와 녹음내용 복사신청 제도화 촉구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 법정에서의 녹음 허용 및 이에 대한 규제를 둘러싸고 법조계 안팎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한민철 기자)


    법정에서의 녹음 허용 및 처벌을 둘러싸고 법조계 일부에서 잡음이 들리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각급 법원에서 법정 녹음에 대해 감치와 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법정에서의 녹음은 ‘법 규칙’ 상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법원조직법 제59조에서는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와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하는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監置)에 처하거나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법정에서의 ‘녹음’의 경우 법원조직법 제59조 위반 행위에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처벌 사안에도 포함시킬 수 없다. 그러나 법정에서의 녹음으로 인해 감치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는 여러 차례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는 법정 내에서 재판장의 허가 없이 증인신문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을 한 이를 적발해 3일의 감치 결정을 내려 구치소로 보냈다.

    지난 2011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도 볼펜 녹음기로 재판 내용을 녹음한 이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또 같은 해 8월 광주지법 재판장에서 소형녹음기로 재판 내용을 녹음한 40대가 6일의 감치 신세를 지게 됐었다. 당시 이 40대는 “법률 지식이 부족해 재판장이 한 말을 기억할 수 없고 법무사 사무실에서 상담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녹음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례들은 법원조직법 제59조 내용에 배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마다 이 조항에서 ‘녹음’을 포함시키거나 누락시키는 등 일관성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복도에 걸린 ‘법정에서의 준수사항’에서는 법정 안에서 재판장의 허가 없이 할 수 없는 행위에 녹화와 촬영 등과 함께 녹음을 포함시키고 있다. 물론 녹음을 하다가 적발됐을 때는 20일 이하의 감치 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로 처분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법 복도에 걸린 ‘법정에서의 준수사항’ 안내판. 안내판 하단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의 내용처럼 법정 안에서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음을 하게되면 감치 또는 과태로 처분을 받는다. 이는 법원조직법 제59조의 내용과 배치되고 있다. (사진=한민철 기자)


    이에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한국NGO연합 사법감시 배심원단(이하 사법감시 배심원단) 등 시민단체들은 법원조직법 명시 사항 사실상 위배하고 있고,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론권마저 침해할 수 있는 법정 녹음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사법감시 배심원단 측은 “법원에서 당사자 등이 필요에 의해 재판 내용을 녹음을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면 헌법상 공개재판의 원칙을 무력화해 밀실재판을 강행하는 것으로 신형사소송법의 핵심인 공판중심주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공개법정에서는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진행을 하는 듯하지만, 절대적 증명력을 가지는 공판조서에 허위기재와 누락으로 법관의 생명과도 같은 진실 의무를 저버린 사법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 각급 법원에서는 법정 녹음 행위에 대한 감치 또는 과태로 처분에 대해 법원조직법 제59조 후단 ‘등’에 ‘녹음’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부 법률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법률규정(문언)에 없는 사항을 유사한 다른 조항을 통해 적용해 명확성의 원칙 및 유추해석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법정에서의 녹음 행위는 감치나 과태로 부과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대법원규칙에도 명확히 적시돼 있다.

    대법원규칙 제2714호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의 제3조에서는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음과 녹화, 촬영 등을 하는 자에 대해 해당 행위를 제지하거나 퇴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조항을 아무리 살펴봐도 법정 녹음 행위에 대해 감치 또는 과태료 처분을 한다는 내용은 나타나 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 대법원규칙에서는 소송 관계인의 수가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 수용인원보다 현저히 많아 법정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 있어서 공판 또는 변론을 녹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법감시 배심원단 측은 “(법정 녹음 금지 및 처벌이) 근거 규정도 없음에도 각 법정에서는 녹음을 일체 금지하도록 하면서 이를 어기면 큰 불이익을 줄듯이 경고하고 있다”라며 “재판 당사자의 사생활 침해나 법원의 존엄에 위해가 될 소지가 있어 녹음을 금지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변호인의 변론권을 행사하기 위한 자위적인 조치인 녹음까지 금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사법감시 배심원단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우리 사법부에 ‘법정에서의 녹음을 허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법원사무관 등이 작성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판조서의 경우 공판기일의 핵심이나 중요 부분이 누락되는 등 부정과 부실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녹음은 당연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의 사법기관에서부터 오래 전부터 행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수사과정의 녹음·녹화 테이프가 재판과정의 중요한 증거로 정착돼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변론기일의 녹음이 상설화돼있고, 당사자는 언제든지 비용을 내고 녹음한 내용을 복제 신청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사법감시 배심원단 측은 “민ㆍ형사소송에서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민사소송법 제159조에서 당사자가 변론기일의 전과정 또는 일부를 녹음해달라고 신청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라며 “당사자도 녹취서 작성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정 녹음이 가능하다는 사항에 대한 안내 그리고 녹음내용에 대한 복사신청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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