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정말 최순실의 ‘페이퍼컴퍼니’에 자금을 지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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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5.13 08:41:06 | 수정시간 : 2017.05.14 11:15:13
  • 법인계좌로 급여수령·세금 및 보험료 납부… 페이퍼컴퍼니 주장에 ‘찬물’

    노승일 전 부장 “코어스포츠, 물리적 실체 없었다” 주장

    노 전 부장 후임자 “법인계좌 통해 급여지급 받고, 세금·보험료도 정상 납부”

    함부르크 프로젝트 예산서 작성했던 비덱 직원 증언, ‘정유라 단독 지원’ 주장 설득력 떨어져
    • 코어스포츠가 페이퍼컴퍼니였다는 주장과 엇갈리는 증언이 나오며 특검 측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혐의 입증이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 일가에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에 대한 재판이 반환점을 돌면서,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의 증언 내용이 엇갈리고 있다. 이는 지난 2일 해당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 17일 증인출석한 전 비덱 타우누스 호텔 및 비덱스포츠(코어스포츠의 바뀐 법인명) 직원들의 증언 내용에서 비롯됐다. 노 전 부장은 최순실씨의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에 대해 주로 불순한 목적에서 설립된 유령회사를 뜻하는 ‘페이퍼컴퍼니’라고 주장하며, 삼성이 이 기업과 거액의 컨설팅 용역계약을 맺었다는 점을 문제로 꼬집었다. 이는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삼성 측의 대가성 뇌물 공여 혐의 입증을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며, 공소 내용에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노승일 전 부장의 ‘페이퍼컴퍼니’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증언과 삼성 측 변호인단의 객관적 증거가 잇따르며 혐의 입증에 대한 특검 측의 과제 그리고 의혹만 더욱 커져가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삼성 임원들에 대한 뇌물공여 등 사건 제10차 공판에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서 노승일 전 부장은 최순실씨 모녀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에 대해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해 급조한 법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어스포츠의 전신이 페이퍼컴퍼니로 부실한 법인이었다는 것을 강조했고, 삼성전자와 승마훈련을 위한 용역비 및 말 구입 비용 명목으로 78억원과 213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 이것이 최순실씨에 대한 부정청탁 및 대가성 뇌물이었다는 특검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노승일 전 부장의 증언과 그가 특검 측에 밝힌 진술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월 최순실씨는 노 전 부장에게 “독일에 페이퍼컴퍼니 사이트가 있으니 변호사와 상의해서 인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노 전 부장은 같은 달 11일 독일로 출국했고, 그곳에서 최순실씨의 승마계 측근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최씨의 딸 정유라 등을 만나 ‘마인즈’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해 코어스포츠를 설립했다. 물론 설립 자금 지원과 향후 법인 관리를 위한 비용은 모두 최씨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어스포츠는 서류상으로는 박승관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등재돼 있었지만, 실질적 대표는 최씨였다. 이 회사는 정식으로 등록된 직원 명부도 없었고, 사무실도 없어 노 전 부장은 마구간 옆 방에서 업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노 전 부장은 사실상 급조된 페이퍼컴퍼니이자 제대로된 운영 능력도 갖추지 못했던 코어스포츠가 삼성전자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의아했다고 고백했다.
    •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사진=연합)
    이에 삼성 측 변호인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의 물리적 실체가 존재했다고 파악했기 때문에 페이퍼컴퍼니로 볼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페이퍼컴퍼니의 정의가 물리적 실체가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이라며 “코어스포츠는 사업장이 있었고 말 관리사와 경리직원 등 직원들이 존재했는데 페이퍼컴퍼니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밝혔다.

    이전부터 코어스포츠가 페이퍼컴퍼니임을 삼성이 알 수 있었음에도 대가성 계약을 맺었다는 특검 측의 주장에 대해, 삼성 측은 코어스포츠와의 컨설팅 용역계약이 비교적 신속히 진행된 것은 맞지만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질책에서 비롯됐다고 해명해왔다. 특히 청탁 및 대가를 목적으로 부실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강하게 일축했다.

    이날도 삼성 측 변호인단은 코어스포츠는 설립 시기부터 회사의 운영 목적 중 하나인 승마와 관련한 여러 관계자를 직원으로 채용해 업무 분담을 시켰고, 실제로 법인 소유 승마 훈련장 그리고 코어스포츠의 현지 행정법무법인 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비록 노 전 부장의 업무 장소가 제대로 꾸며진 사무실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관련 업무의 수행이 가능해 ‘물리적 실체’가 있는 법인이라는 입장이었다. 특히 삼성 측은 노 전 부장이 코어스포츠로부터 제대로 월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노승일 전 부장은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의는 맞지만, 코어스포츠의 물리적 실체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승마 매니지먼트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고, 4대보험 적용을 받는 직원이 등록돼 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세금과 4대보험을 내야 직원인데, 저는 직원이 아니었다”라며 “급여도 코어스포츠로부터 받지 않았고, 최순실씨로부터 받았다. 자주 사용한 계좌도 보여줄 수 있다”라며 코어스포츠가 페이퍼컴퍼니이자 부실하게 운영된 법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노승일 전 부장의 후임자가 코어스포츠 근무 당시 회계사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이 자료에는 코어스포츠 직원 명단과 급여 및 세금 내역 그리고 보험 관련 사항이 명백히 나타나 있었다.

    물론 노 전 부장은 “제가 근무하는 동안에 이런 것은 없었다”라며 “삼성에서 왜 실사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증언하며, 양측의 주장은 더욱 팽팽하게 맞섰다.

    노승일 부장의 주장과 엇나가는 후임자의 증언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제14차 공판에는 최순실씨가 소유한 독일 비덱 타우누스 호텔에서 커피숍 운영 및 영수증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김 모씨 그리고 비덱스포츠에서 노승일 전 부장의 후임자로 법인 계좌관리 및 영수증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장 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서 장씨는 지난 재판에서 노 전 부장이 주장했던 ‘급여를 법인 명의가 아닌 최순실씨로부터 받았고 세금과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라는 주장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장씨는 소속 직원들 모두가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모두 코어스포츠의 법인 계좌를 통해 급여를 지급받았고 세금과 보험료로 납부했다고 증언했다. 물론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직원들 모두가 정당히 취업비자를 받아 당국으로부터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씨. (사진=연합)
    삼성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을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장씨는 비덱스포츠에 근무하며 월급으로 1500유로에서 1800유로를 수령했다. 물론 이 급여가 코어스포츠의 계좌를 통해 계좌이체방식으로 지급이 됐다는 사실에 장씨도 동의했다.

    동시에 삼성 측 변호인 측은 코어스포츠 담당 회계사가 장씨에게 보낸 이메일에 첨부된 문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 문서에는 코어스포츠 직원들의 급여 지급에 대해 세전 급여 그리고 세금과 보험 등을 감안한 세후 급여가 현지 회계사를 통해 계산된 내역으로 나타나 있었다.

    특히 장씨에 따르면 자신이 노승일 전 부장이 맡고 있던 재무·회계 업무 관련 서류를 그대로 전달받았고, 코어스포츠가 비덱스포츠로 법인 이름이 변경됐을지라도 급여와 세금 등 재무·회계 업무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덱 타우누스 호텔에서 근무했던 김씨도 이날 재판에서 코어스포츠가 세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페이퍼컴퍼니였다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증언을 해줬다.

    김씨의 주요 업무는 비덱 타우누스 호텔의 업무와 함께 그 외에도 비덱스포츠의 승마 관련 영수증 및 인보이스 처리 업무를 담당했다.

    김씨는 “제가 회계 총괄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영수증과 인보이스를 직원들이 가져오거나 이메일을 통해 오면 세무사에 전달하기 위해 파일 분류·정리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주로 근무했던 비덱 타우누스 호텔뿐만 아니라 비덱스포츠의 영수증 등을 처리하며 이를 세무사에 전달해 세금 신고에 있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김씨는 “비덱 타우누스 호텔에서 사용되는 비용의 영수증 분류를 따로 했고, 비덱스포츠의 말과 관련돼 사용되는 지출 내역 등을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라며 “아무렇게나 합치면 독일 세무사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 독일 슈미텐에 위치한 비덱 타우누스 호텔. (사진=연합)
    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장씨와 김씨의 증언 중에서 코어와 비덱스포츠 직원들의 급여가 법인 계좌를 통해 정식 출금됐고, 세금 등의 납부도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정유라 한 명만을 지원하기 위한 페이퍼컴퍼니와 컨설팅 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통해 최순실 모녀에게 거액의 뇌물을 지원금 명목으로 지원하려 했다는 특검의 공소 내용에 보이지 않는 역공을 퍼부었다.

    ‘함부르크 프로젝트, 정유라 단독 지원 아니었다’는 주장에 쏠리는 증언

    17일 재판에서는 정유라를 포함한 승마선수들을 지원하는 독일 전지훈련 계획이었던 ‘함부르크 프로젝트’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함부르크 프로젝트는 삼성전자에서 국내 마장마술 승마 유망주 3명을 선발, 이들을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임대 마장에 전지 훈련을 보내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경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삼성이 함부르크 프로젝트를 명목으로 정유라의 독일 전지훈련을 단독으로 지원하고 있었고, 코어스포츠와의 컨설팅 용역 계약 및 정유라에 명마(名馬) 제공 소식이 퍼지며 잡음이 일었다.

    이후 특검 측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삼성이 다른 승마선수를 지원하는 것처럼 가장한 채로 사실은 최씨 모녀에 우회적 지원을 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지난 2일 이 사건 제10차 공판의 오전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던 전 국가대표 승마선수인 최준상(39)씨는 자신이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로부터 함부르크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을 받았던 사실에 대해 털어놨다.

    당시 최준상씨 등의 진술에 따르면 황성수 전 전무는 함부르크 프로젝트가 국정농단 사태와 함께 언론 등을 통해 잡음이 일자, 최준상씨에게 “언론에서 제기하는 의혹이 억울하니 일전에 이야기했던 해외전지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위에서 결정했으니 2016년 12월 1일 독일에 가서 삼성이 지원해주는 전지훈련을 받을 수 있겠는가, 마장마술 선수인 김00와 최00에게도 이야기를 해놨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사진=연합)
    특검은 최준상씨에 삼성의 정유라에 대한 단독 지원 사실이 크게 알려지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여러 명의 승마선수를 지원하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함이 아니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최준상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날 재판에서 함부르크 프로젝트가 애초부터 정유라 단독 지원에 맞춰있던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이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

    그런데 17일 재판에 참석했던 김씨는 함부르크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서 작성 업무를 담당했던 일에 대해 증언하며, 이 프로젝트가 정유라 단독 지원이었다는 주장에 찬물을 뿌렸다.

    김씨는 “2016년 3분기와 4분기 예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함부르크 프로젝트를 본 적이 있고, 두 예산서를 동시에 수정했었다”라며 “함부르크 프로젝트의 계약관련 부분은 직접적으로 모르지만, 예산서 내용에는 선수들의 말 비용, 숙소비 등의 항목이 나열돼 있었는데 정유라씨는 이미 덴마크에 훈련을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함부르크의 또 다른 곳에서 다른 선수들의 훈련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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