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카페 여주인 살해범 검거, ‘중형’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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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7.01 09:29:01 | 수정시간 : 2017.07.01 09:29:01
  • 장기미제사건 10년 만에 ‘단죄’…과학수사의 ‘힘’

    사건현장 DNA 일치에도 범인 자백 번복해 ‘미궁’으로

    살해범 버린 ‘피묻은 휴지’ 결정적 단서…징역 15년 선고

    경기도 수원의 한 카페 여주인을 살해한 30대가 10년 만에 재판에 넘겨져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9일 수원지법 형사12부(이승원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35)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5년 부착을 명령했다.

    박씨는 2007년 4월 24일 오전 6시쯤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카페를 찾아 술을 마시다가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한 데 화가 나 여주인 이모(당시 41)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범인을 찾지 못해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피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발견해 의심 가는 400여명의 DNA와 대조하고 숨진 이씨의 통화내용을 분석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살해범이 무심코 버린 ‘피묻은 휴지’가 결정적 단서가 돼 사건을 해결하게 됐다.

    실마리는 사건 발생 6년 뒤인 2013년 7월 수원에서 새벽에 귀가하던 여성을 폭행하고 6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박씨가 구속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박씨의 여죄를 수사하던 경찰은 박씨의 DNA가 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박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낸 뒤 살인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박씨가 자백을 번복하면서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그는 검찰에서 “죽은 여주인의 카페에 간 적은 있지만, 여주인을 죽이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박씨의 말대로 단순히 DNA가 묻은 담배꽁초는 그가 이씨의 카페를 방문했음을 의미할 뿐 이씨를 살해했다는 증거는 될 수 없었다.

    결국, 검찰은 박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는 데 실패했고 사건은 그렇게 잊혔다. 그러던 지난해 말 수원지검 형사3부(박종근 부장검사)는 이 사건 기록을 재차 검토하던 중 사건 현장에 피 묻은 휴지가 있었다는 점에 주시, 이 휴지를 보관 중이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이 휴지에는 숨진 이씨와 박씨의 피가 함께 섞여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가 피를 흘릴 당시 박씨가 현장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증거였다.

    검찰은 이에 더해 이 사건을 박씨 자신이 저지른 것처럼 말했다는 지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씨가 자신의 범행을 동료 수감자에게 털어놨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5월 23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승원) 심리로 열린 박)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2013년 중순부터 이듬해 초까지 박씨와 함께 수원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박씨가 나에게 구치소에서 카페 여주인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접견을 받았다고 말했다”며 “당시 여주인이 자신을 무시하고 술값 때문에 다툼을 벌여 살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물류센터에서 일할 당시 주워 평소에도 소지하고 다녔다”며 “범행 후 몸에 묻은 피를 닦고 지문이 묻은 흉기와 맥주병 등은 가방에 담아 인근 하천에 버렸다”고 박씨가 자신에게 말했던 내용도 증언했다.

    이어 “처음에는 박씨가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반복해 자신의 범행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진짜 살인을 저질렀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당일 최후변론에서 “A씨에게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며 “범행을 인정한 것은 당시 상황이 어려워 자포자기 심정으로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의 변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고인은 경찰에서 자백한 뒤 검찰 단계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자백을 번복,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자백 당시 범행 도구와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해 허위자백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피가 혼합 검출된 휴지 등에 비춰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술을 마신 상태에서 피해자로부터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듣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이지만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하고 이후 범행 사실을 숨긴 채 수년간 일상생활을 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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