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이재용 마주한 정유라 증언, ‘허점’ 발견에 역풍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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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7.15 09:05:24 | 수정시간 : 2017.07.18 11:09:28
  • 갑작스럽게 돌변한 정유라 폭로…이재용 혐의 입증할 ‘한 방’ 역부족

    ‘결정적 한 방’ 없었던 정유라 폭로… ‘들은 이야기 의존’에 모순만 수두룩

    정유라 증언 특검 측 주장에 힘 실어줘… ‘들은 이야기 의존’ 한계도

    석연치 않았던 말 매매 및 교환 계약, 정유라가 다 불었지만…

    삼성에 결정타 날리기 부족했던 정유라 증언, 여러 ‘허점’에 신빙성 결여돼
    •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출석한 정유라씨의 폭로에 여러 허점이 발견되며 역풍이 불 전망이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가 삼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승마지원 의혹과 관련된 의혹을 밝혔다. 그러나 정씨의 갑작스러운 출석만이 주목을 받았을 뿐, 재판 후 그의 증언 내용이 삼성 측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결정적 역할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씨의 증언에 대해 여러 허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의 39차 공판에는 정유라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지난 7일 같은 심리의 재판에서 박영수(65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정씨에 대한 증인 신청을 하자, 정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68ㆍ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라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때문에 12일 아침 재판 방청을 위해 모인 이들 대부분은 개정 직전까지도 이날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보좌관이었던 김 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 후 김진동 판사가 “정유라씨 나오셨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피고인 출입문을 통해 정씨가 입정하자, 방청석이 한동안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정씨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특검 측과 삼성 측 변호인석의 표정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삼성 측은 당황한 듯한 분위기였던 반면, 특검 측 박주성(39ㆍ사법연수원 32기) 검사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증인신문을 이어나갔다.

    이날 특검 측은 공소사실에 포함된 핵심 쟁점인 삼성 측이 최순실씨에 뇌물을 제공할 목적으로 최씨가 설립한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점 그리고 정씨만을 단독으로 승마지원을 한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말의 이름을 바꾸거나 말 교환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신문했다.

    이에 정씨는 특검 측의 원하는 방향에 따라가듯 사실상 어머니 최씨와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을 전부 쏟아냈다.

    우선 그는 최씨가 설립한 코어스포츠가 설립 취지와는 다른 목적으로 세워진 회사라고 밝혔다.

    코어스포츠는 지난 2015년 8월 초 최씨가 독일의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진 ‘마인제’라는 회사를 인수해 자본금 2만 5000유로, 한화 약 3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의 주 업무는 승마 전문 매니지먼트였고, 삼성전자와는 같은 해 8월 26일 213억원대의 승마 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코어스포츠가 겉으로는 국내 선수들이 독일로 전지훈련을 오면 이동과 숙박 그리고 코칭 등에 관한 지원을 주 업무로 두고 있었지만, 실제로 자신의 독일 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라고 밝혔다.
    •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정씨는 코어스포츠에 소속돼 있던 2015년 9월경부터 지난해 8월까지 급여명목으로 월 5000유로(한화 약 650만원)를 자신의 독일 현지은행 계좌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같은 해 말에는 최씨가 ‘선물로 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에게 코어스포츠의 주식까지 넘겼다고 증언했다.

    이는 특검 측이 삼성 측의 혐의 입증을 위해 필요한 답변이 분명했다. 코어스포츠라는 회사가 설립 목적과는 다르게 실제로 삼성 측으로부터 용역대금을 받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해 급조된 회사였고, 삼성이 이런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와 거액의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은 뇌물 제공이라는 의혹의 근거라는 주장이다.

    특히 정씨는 코어스포츠에 소속된 직원들 중에는 업무를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급여를 받는 이들도 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전 남편이었던 신주평씨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월 급여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 측은 “신주평씨는 놀면서 코어스포츠에서 급여를 지급받은 것인가”라고 묻자, 정씨는 “그렇다”라며 “신주평은 맨날 놀았다”라고 답했다.

    이에 특검 측이 “코어스포츠는 정유라씨의 비자문제 때문에 설립된 회사로, 해외전지훈련에 대한 업무를 한 내역이 없고, 실제로 일하지 않은 이들에 허위급여가 지급됐다”라며 “코어스포츠는 최서원(최순실의 본명)이 지배하는 회사로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은 정유라 혼자만의 승마지원을 가장하기 위함이라는 공소사실에 부합한다”라고 주장했다.

    살시도의 실제 소유자 두고 공방

    정씨는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이 체결된 이후인 지난 2015년 말경, 삼성 측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일행이 자신이 승마훈련을 하고 있던 독일 비블리스 예거호프 승마장에 찾아왔다고 밝혔다.

    특검 측의 증인신문과 정씨의 증언 내용에 따르면, 당시 정씨는 박원오 전 전무로부터 “중요한 손님이 온다”라는 말을 듣고 마장에 나갔고, 그곳에는 황 전 전무를 포함해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감독도 함께 찾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박 전 전무의 요구대로 말에 시승을 했고, 그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황 전 전무가 “직접 말을 타는 것을 보러왔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황성수 전무가 저에게 ‘말 열심히 타라’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라며 “황성수 전무가 가고 나서 박원오 전무가 저에게 삼성에서 선수들 지원문제로 온 것이라는 설명을 해줬다”라고 밝혔다.
    •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사진=연합)
    이후 정씨는 최씨와 박원오 전 전무로부터 삼성이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와 관련해 6명을 선정해 훈련을 시킨 뒤, 하위 2명을 떨어뜨리고 4명을 단체전에 출전시킬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이 “그(4명) 중 한 명은 증인이라는 설명을 들었는가”라고 질문하자, 정씨는 “그 중에 한 명이 저라고는 안 했지만, 한 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라고 증언했다.

    특히 정씨는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지원한 명마(名馬) ‘살시도’에 대해서도 삼성 측이 아닌 사실상 최씨가 소유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나갔다.

    실제로 살시도는 지난 2015년 8월 14일에서 9월 11일 사이에 삼성 측 지원으로 최씨와 정씨가 함께 골라 10월 20일 최씨가 최종적으로 구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가 이 말을 사들인 것은 맞지만, 말의 소유권은 삼성 측에 있었다.

    물론 정씨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살시도가 삼성이 지원해주는 말이 아닌, 최씨가 개인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그가 말 판매상에게 말 값 흥정을 하는 것을 보고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정씨는 같은 해 12월 최씨가 “국제승마협회 홈페이지에 살시도가 삼성 소유로 등재돼 있어 시끄러워질 수 있다”라는 이유로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최씨가 “삼성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토 달지 말고 이름을 바꾸라”라고 했다며, 코어스포츠 직원들과 함께 S로 시작하는 이름을 몇 가지 고른 뒤 살시도의 이름을 ‘살바토르’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그는 살시도가 삼성이 지원해 준 말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이후 정씨는 지난해 1월경 최씨에게 “살시도를 우리가 삼성에서 구입하자”라고 말하자, 최씨가 “그럴 필요 없이 내 것처럼 타면 된다. 굳이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된다”라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엄마가 저에게 ‘살 필요 없이 계속 타도 된다’고 말했기에 ‘내 말이구나’라고 정도는 생각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에게 말을 지원한 것이 아닌, ‘최씨에게 말을 사준 것’이라는 의혹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증언이라는 취지로 신문을 이어갔다.

    특히 특검 측은 살시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삼성 측 관계자를 만난 적도 없었고, 이후에도 삼성 측이 마장에 와서 살시도의 상태나 건강 상태 등을 점검한 적도 없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삼성 측이 살시도의 소유권을 최씨에게 뇌물로 제공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정유라 “안드레아스, 삼성이 돈 안 준다고 말해”… 말 세탁 여부 구체적 진술

    이날 특검 측이 정씨로부터 가장 중점적으로 이끌어 내려고 했던 것은 바로 삼성 측과 최씨 간의 말 교환 계약, 소위 ‘말 세탁’ 부분이었다.

    최씨는 지난해 2월경 말 중개업자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로부터 그랑프리급 마필인 비타나V와 라우싱1233을 사들였다.

    정씨는 처음에 안드레아스의 마장에서 말을 고를 때 라우싱1233이 맘에 들었기에 최씨에게 비타나V는 나중에 사자고 권했지만, 최씨가 “삼성에서 그랑프리급 말을 지원하는 것이지 낮은 급의 말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랑프리급 말이 아니면 안 된다”라며 두 마리 말을 전부 구매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지난해 8월 22일 해당 마필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삼성 측은 살바토르(살시도)와 비타나V, 라우싱1233을 안드레아스에 매각했다. 그런데 앞서 최씨가 2월에 비타나V를 매입했을 당시 매입가가 150만유로였는데 8월 22일에는 160만 1250유로, 즉 10만 유로 이상을 더해 매각했다. 특검 측은 이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딸의 폭로에 궁지에 몰린 최순실씨. (사진=연합)
    실제로 정씨는 2016년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독일 하겐에서 개최된 승마대회에 비타나V를 타고 출전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정씨는 비타나V가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서 워킹테스트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이후 정씨는 안드레아스에게 해당 사실을 전했고, 안드레아스 역시 비타나V의 부상이 심하다고 진단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6월 워킹 테스트에서 걸렸을 때 바로 안드레아스에게 연락했고, 말 부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분명히 전했다”라며 “안드레아스도 그것을 들었기 때문에 그가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고, 6월 이후 시합을 만류한 것도 안드레아스였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특검 측은 안드레아스가 사실상 선수마로서의 생명이 끝난 비타나V를 삼성으로부터 10만 유로나 더 비싼 값에 사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자연스럽게 최씨가 지난해 8월 22일 마필 3마리에 대한 매매계약이 이뤄진 뒤인 9월 말 안드레아스와 비타나V, 살바토르를 이보다 더욱 비싼 명마인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 계약한 부분을 지적했다.

    정씨는 검찰 측에 당시 최씨가 자신에게 말 교환 이유에 대해 비타나V가 나이가 많으며 부상을 안고 있고, 살바토르의 경우 여러 가지 안 좋은 소문이 있다는 이유와 함께 ‘삼성 측이 시끄럽게 굴어서’ 바꿔야 한다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당시 9월 23일 국내 언론에서 삼성 측이 정씨에게 명마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삼성 측이 최씨에게 말의 교환을 제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 역시 9월 27일 덴마크 올보르로 이사를 한 뒤 자신이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를 직접 시승해봤다고 증언하면서, 말 교환을 한 이유 역시 정씨를 끝까지 지원하되 각종 의혹을 숨기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최씨 측은 말 교환계약을 체결하면서 비타나V와 블라디미르의 교환을 위해 40만유로의 차액을 그리고 살바토르와 스타샤의 교환을 위해 27만유로의 차액을 안드레아스 측에 더하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는 특검 측이 확보한 비덱스포츠(코어스포츠의 바뀐 이름)가 안드레아스 측에 보낸 지난해 10월 3일자 인보이스 문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정씨는 당시 10월 20일 덴마크 오덴제에서 열릴 마장마술 대회를 앞두고 안드레아스가 자신에게 “Samsung needs to pay me(삼성이 나에게 돈을 줘야 한다)”라며 삼성이 자신에게 줄 돈을 주지 않는다며 짜증을 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정씨는 지난달 마지막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자신의 독일 승마코치였던 캄플라데와 나눴던 전화통화 내용에 대해 밝혔다.

    정씨는 “(삼성이) 말을 바꾼다는 것을 듣지 못했고, 엄마가 독단적으로 했다고 하더라, 그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라고 묻자, 캄플라데로부터 말이 바뀌기 전날 코펜하겐에서 최씨와 황성수 전 전무 그리고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대한승마협회 회장)이 만났고, 삼성 측이 말 교환에 직전에서 해당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특검 측이 원한다면 당시 통화녹음 파일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설득력 떨어지는 정유라 증언 몇 가지

    특검 측은 정씨의 증언을 통해 지난해 8월 22일 안드레아스가 삼성 측으로부터 비타나V를 비싼 값에 매입한 것부터 9월 말, 말 교환 계약이 이뤄진 모든 과정이 개연성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인보이스 상 최씨가 부담해야 할 차액에 대해 안드레아스가 삼성이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정씨의 증언들 모두가 삼성 측의 혐의 입증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씨의 증언 중 몇 가지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도 포착됐다. 우선 코어스포츠 급여 부분이었다. 정씨는 자신이 2015년 9월부터 코어스포츠로부터 월 급여를 자신의 독일 현지은행 계좌로 받아왔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지난 5월 31일 열린 같은 심리의 2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원오 전 전무는 2015년 9월경 정씨는 아직 코어스포츠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직원으로 등재가 되지 않았고 당시에는 급여를 받지도 않았다는 증언을 해준 바 있다.

    실제로 당시 재판에서는 박 전 전무가 최씨에게 이메일을 통해 보낸 2015년 10월 20일자 코어스포츠 근로계약서 양식이 증거로 제시가 됐다.

    박 전 전무는 이에 대해 “(최순실씨가) 정유라 선수를 코어스포츠와 계약을 시키려 했다”라며 “정유라 선수가 현지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필요한 수입이 있어야 했고 (코어스포츠와의) 계약을 하기 위한 계약서가 필요해서 (근로계약서)양식을 만들어 보냈다”라고 증언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유라씨와 법정 대면했다. (사진=연합)
    즉 2015년 9월부터 코어스포츠에 소속돼 월 급여를 받아왔다는 정씨의 증언과는 다르게 10월 20일까지도 정씨는 코어스포츠 직원으로 속해 있지 않았고 때문에 수입마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재판에서 정씨의 증언 중 엇나가는 부분은 또 있었다. 정씨는 신주평씨가 코어스포츠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급여를 받았다고 말했고, 특검 측의 코어스포츠가 업무가 없던 이에게도 급여를 제공한 회사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줬다.

    그러나 지난 5월 10일 열린 같은 심리의 11차 공판에서는 신주평씨가 승마관련 업무는 보지는 못했지만, 정씨가 훈련을 오고 갈 때나 최씨가 외출을 나갈 때 운전기사 역할을 담당했고 지난해 2월경 최씨가 비타나V와 라우싱을 매입하려는 자리에 신씨 역시 동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오 전 전무 역시 재판정에서 신씨가 말 관련 일은 할 줄 아는 것이 없었고, “일을 좀 배우라고 했다”라고 말했을 뿐 그가 정씨의 승마훈련을 돕기 위한 한 사람이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반대신문에서 살시도와 비타나V 등 삼성 측 소유의 마필에 대해 건강 상태 점검 등의 관리를 하지 않았고, 이는 최씨에게 소유권을 넘겼기 때문이라는 증언 등에 대해 반박했다.

    삼성 측은 2015년 8월 26일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가 체결한 계약서를 제시했다. 계약 조항 내에는 실제로 말의 관리에 대해서는 코어스포츠가 모두 책임 대행을 하도록 돼있다는 내용이 나와 있었다.

    이에 살시도와 비타나V의 건강 점검 등 모두를 코어스포츠 측에 위탁한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삼성 측이 해당 업무를 하지 않았더라도 문제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살시도에 대해 최씨가 “국제승마협회 홈페이지에 살시도가 삼성 소유로 등재돼 있어 시끄러워질 수 있다”라며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삼성 측이 확인해본 결과 해당 홈페이지에 살시도의 소유주가 삼성으로 등재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비타나V의 부상에 대한 정씨의 증언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었다. 정씨는 비타나V가 지난해 6월경 심각한 다리 부상이 발견돼 선수마로서 생명이 끝났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다.

    때문에 특검 측은 한국으로 들여온 후 승마용으로 쓸 수 없는 비타나V를 안드레아스에게 팔기로 했던 계약을 최근 해지하고 한국에 들여오기 위한 검역 절차 중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이 말이 되지 않고, 비타나V를 삼성승마단에서 장애인 재활승마나 회사 연습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삼성 측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정씨 역시 “굳이 아픈 말을 비행기 태워서 데리고 오는 게 굉장히 리스크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그런데 독일 승마전문 매체 ‘Horses.nl’의 올해 1월 21일자 ‘Marianne Helgstrand en Vitana V beginnen met bijna 70%’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안드레아스의 부인인 마리아니 헬그스트란드가 비타나V를 타고 승마대회에 출전해 70%의 성적을 거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 비타나V가 지난 1월까지 승마대회에 출전해 준수한 성적으로 거두면서, 비타나V의 부상에 대한 정씨의 증언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었다. (사진=Horses.nl 기사 캡처)
    특검 측과 정씨의 생각과는 다르게 비타나V가 재활을 통해 승마대회에 나가 그랑프리급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기량을 선보였다는 근거였다.

    특히 삼성 측 변호인들은 오늘 정씨의 증언을 통해 그동안 특검 측이 주장해 왔던 단독지원 의혹이 해결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황성수 전 전무가 정씨의 말 시승을 보기 위해 마장에 방문했을 때 정씨가 반드시 자신이 대표에 뽑히는 것이 아닌 ‘뽑힐 수도 있다’라고 말한 만큼 단독 지원이 아님을 스스로가 증명했다는 설명이다.

    또 정씨의 증언 대부분이 전문 증거로서 증언 상에 등장한 계약 부분에 있어 계약서 내용을 본 적이 없음에도 마치 그 구체적 내용마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때문에 재판 이후에는 그의 등장만이 거창했을 뿐, 삼성 측에 결정타를 날리기 위한 한 방은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 측은 “8월 22일 매매계약 체결 경위에 대해 의견서를 통해 철저히 밝히겠다”라며 “특히 정유라씨가 증언한 안드레아스가 삼성에서 돈을 받지 못해 짜증이 냈다는 내용이 교환계약과는 관련이 없다는 증거가 있으므로 이 부분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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