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마천루의 꿈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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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1.06 09:23:30 | 수정시간 : 2018.01.06 09:23:30
  • 현대차 GBC 건립 ‘흔들’…국방부 제동

    심의 마지막 단계에서 국방부, 군사관련 영향평가 요구

    국방부 “방공무기, 레이더의 작전성 검토 필요”

    롯데월드타워 특혜 의혹에 몸 사리는 국방부?

    현대자동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총 105층 규모) 건립에 급제동이 걸렸다. 국방부가 비행안전영향과 군 미사일 레이더에 대한 영향평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제35차 건축위원회에서 수도권정비계획과 교통영향평가 등의 심의 결과를 반영하는 조건 하에 ‘조건부 보고’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4년 한전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사들이고 이듬해 1월 GBC 건립 계획을 발표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GBC 건설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착공 물 건너갈 위기, 이유는?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시는 건축위원회를 열고 ‘현대자동차부지 특별계획구역 복합시설(GBC) 신축 사업’에 대해 ‘조건부 보고’ 결정을 내렸다. ‘조건부 보고’는 통과는 아니지만 향후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소위에서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판단하겠다는 의미였다. 아울러 같은 달 22일 진행되는 국토교통부와의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는 국토부 장관 소속 심의기관으로 수도권의 토지이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업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기구다.

    그러나 당시 업계에서는 사실상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심의과정에서 가장 골칫거리였던 환경영향평과와 교통영향평가가 마지막 절차인 수권소위원회로 넘어갔고 국토부 수도권정비위 안건은 GBC가 삼성동에 들어서면서 생기는 인구 증가량과 영향, 보완 방안 등에 대한 것으로 쟁점사항으로 도드라지지 않았다. GBC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한 곳에 집결시키는 통합사업으로 인구 유발 요소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는 물론 정비 업계는 내년 1월 말 심의 과정이 종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통 통상 건축허가가 1~2개월이 걸리고 이후 착공하기까지 2~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오는 5월이면 GBC 건립의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지난달 22일 열린 수도권정비위에서 심의가 보류됐다. 뒤늦게 알려진 보류 사유는 현대차 계열사 인구이동 포함 인구유발효과 재분석 필요, 이전적지(수도권 내 15개 계열사 건축물) 관리방안 마련이었지만 국방부와 비행안전영향평가, 전파영향 평가 등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심의 통과에 발목을 잡았다.

    국방부는 GBC 건립을 본격 추진하기 전 비행안전영향평가와 전파영향평가 등을 거칠지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국방부는 수도 서울은 국방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만큼 105층 건축물이 들어섰을 때 전투비행과 레이더 이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수도방위사령부와 공군과는 협의했기 때문에 국방부 의견을 들어야 하는지는 몰랐으며, 필요하다면 국방부와도 협의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비행 안전성보다 레이더 영향 평가해야”

    갑작스레 국방부가 비행안전영향평가와 전파영향평가를 꺼내들고 나오자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방위사령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선 전혀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해당 지역은 법적으로 비행안전구역·전파영향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것처럼 GBC 예정지는 군이 통상 군 작전상 비행안전영향과 레이더전파영향을 평가하는 ‘비행안전구역’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는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 위원으로서, 관련 부대와 이번 사안을 검토한 결과 육군뿐만 아니라 공군의 작전성 검토가 필요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3월 공군 측과 관련 내용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훨씬 더 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30조에 시·도지사가 도시·군관리계획 결정 시엔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군 전체로 봤을 때 법률에 명시된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당연히 국방부 장관”이라고 밝혔다. 막판 국방부 장관이 태도를 바꿨을 가능성이 제시되는 대목이다.

    GBC가 서울비행장 북서쪽에 위치해 있고 일직선상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에 비행 안전성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군 당국에서는 ‘전파영향평가’에 더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어트 등 수도권에 위치한 방공무기 체계와 항공관제 레이더 등의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작전성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층건물이 들어설 경우 미사일과 레이더 운용을 위한 차폐구역을 새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GBC 건립 예정지 인근에는 2개의 방공포 부대와 1개의 관제레이더 부대가 있다.

    제2의 롯데월드타워 논란 의식한 국방부? 

    일각에서는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에 대해 본격 조사에 나선 여당의 움직임에 국방부가 차후 논란에 대비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5일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제2롯데월드 국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하는 등 MB정부 시절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 소속 박범계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은기 전 공군 참모총장을 포함해 공군의 모든 분이 안 된다고 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2롯데월드를 승인했다”며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안보를 팔아먹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의원은 또 “서울공항은 대통령 전용기와 전투기, 모든 군용기가 작전을 펴야 하는 기지인데 롯데월드에서 조망이 가능하다”며 “제2롯데월드에서 테러리스트가, 북한이 마음먹고 대통령 전용기를 요격하거나 군사시설을 요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논란이 재점화되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향후 절차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GBC 건립안 발표 이후 3년 넘게 착공에 나서지 못하자 금전적 손해가 막대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2015년부터 3년 동안 매년 2000억~3000억 원씩 1조원 가까운 금융이자를 날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금으로 지급한 토지 구매대금 10조5500억 원에 대한 이자손실도 2000억 원 가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한전부지 취득에 따른 취득세 4%를 비롯해 지방세 등 관련 세금도 수천억 원을 납부했다. GBC를 짓기 위해 필요한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의 용도 변경을 위해 부지 감정가의 36.75%(공공기여율)인 1조 7000여 억 원의 공공기여금도 현대차그룹에게는 큰 지출이었다.

    허인회 기자 underdo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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