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코레일네트웍스 역장 대거 감축…시끄러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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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1.08 15:04:29 | 수정시간 : 2018.01.09 10:56:45
  • 코레일, 코레일네트웍스 위탁역장 88명 가운데 67명 직급 강등 예정

    코레일 “새로운 역 등급 기준으로 나온 결과…직원 전체 복지를 위한 길”

    철도노조 “최저임금 인상 회피 꼼수…역장 임금 감소 불가피”

    전문가 “변종 형태의 노동인권탄압…국토부 실태 파악해야”


    • (사진=연합뉴스)
    코레일이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의 역장 88명 가운데 67명을 아래 직급으로 강등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코레일은 21명의 역장만 남기고 78%에 해당하는 인원을 총괄매니저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확정지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레일과 코레일네트웍스(KN)간의 역 업무분담 규정은 지난 12월 19일 개정됐다.

    역장 축소 방안이 알려지자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당사자인 역장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역장 직급에서 총괄매니저로 내려앉음으로써 급여 삭감이 불가피하고 역 운영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 내부에서는 모회사인 코레일이 코레일네트웍스에 제공하는 위탁 금액을 줄이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역들이 하향 등급 조정되면서 책임자인 역장이 사라지면서 역무원 업무 부담이 전반적으로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106개 역 중 85개 역 등급 하향…역장 사라지는 역 64곳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 12월 19일, 코레일네트웍스 측에 ‘역 업무분담(위탁) 분류기준’ 개정 내용을 통보했다. 새롭게 신설한 ‘역별 업무량 산출 기준’에 따라 코레일네트웍스 측이 위탁 운영 중인 106개의 역 등급을 재조정하고 등급에 따라 역에 배치되는 직원의 수와 형태를 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등급은 기존의 A, B, C, D, D-1, E 등급(2016년 8월 개정)에서 A, B, C, D, E과 E-1 등급을 신설했다. 외관상 D, E, E-1 등급에 배치되는 인원은 1~2명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새롭게 등급을 산정한 결과, 등급이 오른 역은 5곳(구일, 연수, 벡스코, 기장, 대모산입구), 등급이 유지된 역은 16곳(서울숲, 영통, 수원시청 등)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역은 등급이 하락했다. B등급에서 D등급으로 한 번에 두 단계가 떨어진 역도 있었다. 이 경우, 역에 배치되는 인원은 3명이 줄어든다.
    • (사진=허인회 기자)


    등급 재조정 결과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역장이 필요 없는 D등급(4명, 조장3·직원1)에 해당하는 역이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코레일네트웍스가 위탁하는 106개 역을 담당하고 있던 88개의 역장 자리가 개정 이후 21개로, 78%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역장 자리가 67개가 사라지는 대신 총괄매니저(조장)의 수는 66명이 늘었고 매니저(일반 직원)의 수는 7명 늘었다. 이 같은 결과를 코레일은 코레일네트웍스에게 통보했고, 코레일네트웍스 측은 오는 3월 경 공모를 통해 21명의 역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 “67명 역장 없어지면 코레일, 약 6~7억 비용 절감 효과”

    역장 축소 내용이 알려지자 코레일네트웍스 내부에서는 코레일이 코레일네트웍스에게 지급하는 위탁금액을 줄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이 밝힌 두 회사 간의 계약 내용에 따르면 코레일은 역장과 역무원으로 기준을 나눠 인건비, 부가세, 관리비, 4대보험료, 이익 등이 포함된 예정가격을 산정한다. 이는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근거한 금액이다. 이 가운데 직원들의 인건비는 직종별 노임단가를 적용해 위탁역장은 안전관리사, 총괄매니저는 작업반장, 매니저는 보통인부에 해당하는 임금으로 계산된다. 이후 입찰을 통해 예정가격의 88%선에 낙찰돼 코레일네트웍스 측에 지급된다.

    문제는 역장과 역무원의 위탁지급액이 약 16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이는 올해 코레일은 역장 67명에 해당하는 위탁지급액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또한 역장에서 총괄매니저로 강등된 직원은 금전적 손해가 즉각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역장 직위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관리사’가 아닌 그보다 낮은 ‘작업반장’에 준하는 임금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코레일네트웍스 직원은 직종별 노임단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적용받는다.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노임단가도 자연스레 상승하고 역장의 임금도 올라가게 된다”며 “최저임금 상승률을 고려하면 88명 역장의 위탁금액보다 21명 분의 위탁금액을 코레일네트웍스에게 지급하는 것이 코레일로서는 비용절감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가 2016년 국감에서 철도공사가 밝힌 위탁금액 내역을 기준으로 추산한 절감액은 6~7억 원 수준이다.

    • 개정된 역 업무분담 규정을 토대로 자료 재구성.
    역장이 사라지면서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휘 체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업무 떠넘기기가 발생할 수 있고 직원 관리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존 역장의 업무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분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 과정에서 역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것이 현장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번 업무분담 개정에 대해 코레일네트웍스의 한 직원은 “역 등급과 인원을 코레일에서 코레일네트웍스와의 협의 없이 정하고 변경된 내용에 맞춰 위탁 금액만 지급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추가로 투입되는 인력에 대한 재원 부담은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알아서 하라는 태도는 자회사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역장들 “역장,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큰 혼란 초래할 것”

    하루 아침에 강등될 위기에 처한 역장들은 심란한 분위기를 전했다. 기자와 통화한 A 역장은 “기존 역장이 맡았던 업무를 누가 맡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보고체계는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인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동등한 위치의 총괄매니저가 3명이 생길 경우 업무를 떠넘기는 등 근무 태만이 생길 수도 있다. 직원들끼리는 벌써부터 역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냐고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역장은 또 “전에 없던 역 업무분담 규정 변경으로 역장들 사이에서 술렁이는 분위기다. 대다수는 역 관리가 부실해지고 안전사고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얘기한다”며 “강등 소문이 돌자 몇몇 역장들은 본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 항의했지만 본사는 ‘코레일이 갑이고 우리는 을이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역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B 역장은 “역장이라는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본사(코레일네트웍스)에서 현장으로 업무가 하달되면 누가 나서서 진행하겠는가”라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자진해서 총대 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책임을 지라고 역장을 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 역장은 임금 삭감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직급이 떨어져도 기존 임금을 지급하겠느냐”며 “매일 인력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역장이라는 직급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텨왔다. 이제는 그 보상마저 빼앗으려는 행태”라고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직원 평가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C 역장은 “중간 관리자인 역장이 사라지면 극소수 역장과 본사가 직원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함께 업무를 하지 않은 직원들을 얼마나 잘 알 수 있겠는가. 인사 평가에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본사를 향한 줄서기 문화가 팽배지고 이로 인해 본사와 현장 간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역장은 “당장 닥친 새 21명의 역장을 뽑는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본사와 친하고 잘 보이는 사람들이 유리하지 않겠나”고 씁쓸해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을 하다 보면 승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역장 나오라’다. 역장이 없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생각해봤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졸속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코레일·코레일네트웍스 “전체 직원 복지는 향상될 것”

    역장 축소 방안에 대해 코레일은 맞다고 인정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2017년 하반기 감사 결과, 기존 역 업무분담에 문제가 있다는 처분을 받았다”며 “리프트 설치 여부, 출입구수, 지하역사 등 역별 업무량 산출 기준을 만들어 역 등급을 재조정했고 그에 따른 설계 결과”라고 밝혔다.

    역장 감소 방안의 취지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규모가 큰 역은 코레일이 직영으로 운영하고 작은 역을 코레일네트웍스에 위탁하는 형태”라며 “감사 과정에서 이용객이 적은 역에 있는 역장이 일반 직원들보다 많은 월급을 받아갈 만큼 일을 하는지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역장 수를 줄이는 대신 업무량이 많은 역에서 근무하는 일반직원들의 처우를 개선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코레일네트웍스에 지급하는 총 위탁 금액이 작년보다 상승했고 상승분이 반드시 일을 많이 한 직원들에게 골고루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코레일은 인력 운영의 기준을 잡아주는 것일 뿐이다. 인력을 운용하는 것은 코레일네트웍스의 재량”이라며 “단순히 역장 인원 감소 문제라기보다 전체 직원의 보수와 복지가 향상되는가의 문제로 봐달라”고 말했다.

    코레일네트웍스도 비슷한 입장이다. 지급받는 총 위탁금액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코레일네트웍스 측은 “설계상 역장 수는 줄었지만 총괄매니저와 조장 인원이 늘었다. 이들의 임금 총액이 감소한 역장 67명의 임금 총액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코레일로부터 받는 위탁금액은 작년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레일과 코레일네트웍스가 강조하는 총 위탁금액 증가 역시 자체적인 직원 처우 개선 방안이 아닌 정부 지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자연인상분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12월, 기재부는 ‘2018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취지에 맞도록 기간제·무기계약직에 대해 급식비,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하도록 명시했다. 이른바 복리후생비와 기타 상여금 증가분을 위탁금액에 포함시켜 총 금액이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직원 개인에게 해당되는 임금이나 근무 조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총 금액이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증가분이 직원들에게 제대로 지급될지 역시 미지수”라고 밝혔다.

    한 코레일네트웍스 직원은 “2013년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위탁비가 19.23% 증가했지만 실제 직원들의 임금이나 수당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위탁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수년째 같은 임금과 수당을 받는 직원들이 부지기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코레일네트웍스 “인력 배치는 우리 재량권”…실상은 달라

    코레일네트웍스는 역장 감소 방안이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아직 코레일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코레일네트웍스 주장이 사실이라면 역장의 대폭 감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역장의 규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코레일은 설계(역장 21명, 총괄매니저303명, 매니저 305명)에 맞게 위탁 금액을 지급하고 코레일네트웍스는 그 예산 안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역장 인원을 늘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코레일과 코레일네트웍스는 인력배치 관련 재량권이 철저하게 코레일네트웍스에 있다고 한 입으로 얘기한다. 그러나 운영하기 위한 위탁 금액을 코레일에서 지급하는 상황에서 코레일네트웍스가 자유롭게 회사를 운영하기는 힘들다. 코레일의 인력 ‘설계’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역장의 동요 분위기에 대해서는 코레일네트웍스 측은 “운영과정에서 역장 TO가 없는 역이라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재량으로 역장을 선임해서 운영할 수 있다. 직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2017년에도 코레일의 설계대로 인력을 운영하지 않았다. 실제로 역장이 필요한 역에는 직원들 사기 진작 차원에서 역장 직위를 부여하고 배치했다. 대략적으로 10여개 곳 정도 설계상 역장 TO가 없는 역에 추가적으로 역장 직위를 부여했다”고 해명했다.

    본지 확인 결과, 지난해 역장 TO가 없는 역에 역장을 배치한 곳은 4곳(파주역, 운길산역, 신둔도예촌역, 상동역)에 불과했다. 그마저 역장1명을 투입하는 대신 기존 인력인 총괄매니저를 줄이는 방식으로 배치 인력 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인 셈이다.

    전문가 “文 정부 정책 역행하는 처사…국토부 실태 파악해야”

    코레일과 코레일네트웍스의 역장 축소 움직임에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원 오선근 연구부원장은 “역장은 철도 서비스와 안전관리의 총괄책임자”라며 “이미 역장이 사라진 역에서는 관리 측면에서 부실한 모습이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부원장은 이어 “코레일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직급 강등과 수당 감소 등 노동 조건이 후퇴하면서 업무적으로는 똑같은 역할을 요구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코레일은 코레일네트웍스에게, 코레일네트웍스는 역장에서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변종 형태의 노동인권탄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에 대해 안전과 대국민 서비스 및 공공성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라며 “주무기관인 국토부에서 해당 사안을 파악해 시정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사회연구소 박용철 연구위원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가 있고 모범을 보여야 할 코레일이 민간기업처럼 자회사에 일방 통보를 내린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예산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직급 전환 문제를 단순히 인건비 차원이 아니라 안전과 직원 개인의 삶 보장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인회 기자 underdo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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