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신포역 화재 사고, 예견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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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1.29 07:01:26 | 수정시간 : 2018.01.29 09:02:42
  • 지하철 역사 내 잇따른 사고…왜?

    신포역 사고, 은폐에 이어 후속조치도 차일피일

    광역전철 역사 3달 연속 사고 발생…교대근무 폐지 영향?

    “소방설비 인력 외주화로 사고 위험 가능성 높아져”


    지난달 13일, 수인선 신포역에서 집수정실 내 전동기 제어판 판넬이 누수로 인해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결과 수도사업소 생활하수 누수로 인해 전동기 제어판 판넬 내부로 누수가 유입돼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집수정실 전체가 화재연기로 가득 찼지만 집수정실 화재감지기는 미작동했고 화재시 담당 설비원에게 전송돼야 할 문자는 발송되지 않았다. 화재 사실은 관제시스템에 집수정 오류 표시가 뜨자 현장으로 출동한 역무원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선로에는 물이 유입된 상태였다.

    사고 이후 판넬 교체 등을 전문 인력 투입 등 후속 조치가 필요했지만 이는 한 달 가량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코레일네트웍스 위탁관리역 역무원이 코레일 측의 업무요청으로 수동으로 집수정펌프를 가동시키기 위해 오전 6시, 낮 2시, 밤 10시 등 직접 집수정실로 가야 했다.

    집수정 펌프 관리 업무를 맡은 설비원들은 일근 근무로 업무가 끝나면 퇴근하기 때문에 해당 업무 담당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역무원은 집수정 펌프를 수동 취급할 권한이 없다.

    • 누수로 인해 전소된 신포역 집수정실 내 제어판 판넬.
    문제는 여기서도 발생했다. 집수정 배수를 위해서는 역무원이 선로를 오가야 했으며 신포역의 경우 2인 근무역이라 홀로 선로를 지나가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자신의 업무가 아닌 일에 투입돼 위험을 무릅쓰고 매일 3회 총 6차례 운행선상에 투입돼 업무를 처리한 것이다.

    사측은 전소된 판넬을 교체하고 전문 인력이 집수정 가동 상황을 면밀히 체크해야 했지만 이를 모두 처리하지 않았다. 한 달 가량이 지나 현장제보를 받은 노조에 의해 현장 조사가 실시된 이후 판넬은 바로 교체됐다.

    노조 측은 “지난 10월 1일 설비인력 교대근무가 일근으로 전환됨에 따라 평일 야간 및 휴 일에 관제 모니터 상주인원 및 순회점검인원의 부재로 인한 화재이며 화재이후 사 측의 대응 방식도 심각하다”며 화재감지기 등 소방설비 전체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한 1건의 사고가 아닌 예견된 사고?

    최근 들어 철도공사가 운영 중인 역사에서 연달아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0월 25일, 오전 6시 경 분당선 수서역 전원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를 발견한 신호 직원이 소화기로 불을 껐으나 불길이 잡히지 않아 연기는 역사 내부로 들어왔다. 이로 인해 30분여 분간 열차는 수서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지난 11월 17일, 오전 7시 반 경에는 범계역 출구 에스컬레이터 하부 모터가 소손돼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연기가 지하 승강장으로 유입돼 열차가 출발하지 못했다. 신포역 화재 사고까지 포함시키면 3달 연속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들의 공통점은 모두 설비담당자가 없는 시간대에 발생됐다는 점이다. 화재수신반 작동, 고객대피 등 초동대처는 역무원이 할 수 있지만 역 구내에 꽉 찬 연기를 빼내기 위해 공조기를 수동 기동시키고, 소방기계, 전기설비를 작동해 사고에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건 설비원이 직접 해야 더욱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6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부상당한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다. 비록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당시 인근 역에서 근무하던 설비 직원들이 빠르게 행동해 피해 규모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대곡역에 교대 근무 중인 설비원들은 터미널과 연길된 백석역에 긴급 투입돼 방화셔터 및 터널구간환기 배기모터를 수동기동시키고 각종 소방설비를 작동시켜 백석역 내 연기확산을 막아 피해를 최소화시켜 수많은 인명을 구하고 표창도 받았다.

    “교대근무로 전환해야 철도 안전 확보할 수 있어”

    현장에서는 현 시스템으로는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 10월, 철도공사는 기존 건축시설물 순회점검 3조2교대 근무를 일근으로 전환하는 등 인력운영 변경을 단행했다. 주된 이유는 늘어나는 승강장 안전문(PSD) 유지 관리였다. 그러나 인력 충원이 아닌 기존 건축 설비 66명 인력 가운데 19명을 스크린도어 관리 인력에 배치하는 편법을 썼다. 철도공사는 줄어든 인원으로 3조 2교대 근무가 불가능해지면서 일근 근무로 근무 형태를 바꿨다. 교대근무가 사라지면서 심야, 새벽 시간 건축 설비 인력은 역사 내 존재하지 않게 됐다. 철도공사는 대신 SMS문자를 이용해 비상시에 현장에 출동시킨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대근무가 폐지된 이후 발생된 지난 10월 수서역 사고 당시 설비 인력은 1시간 2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교대근무 중이었다면 인근 역에서 근무하던 인력이 5분 안에 출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 김용술 철도노조 서울건축지부장의 주장이다.

    일근 근무 조치도 산업안전보건기준의 ‘열차통행 중의 작업제한’에 저촉되자, 철도공사는 야간 시간외 근무를 통해 일부에 대한 점검으로 근무 형태를 바꿨고, 순회점검 주기도 늘렸다. 야간 시간외 근무를 진행하면서 일근 근무 후 연이어 근무를 서게 되면서 근로 조건은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 김용술 지부장의 의견이다.

    서울시 산하 궤도사업장인 서울교통공사(구.서울메트로과 도시철도)는 건축관리원이 24시간 상주하여 상황근무 및 비상대기근무 실시 중이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안전관리시스템 강화를 위해 인소싱 및 인력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철도공사와는 다른 행보다.

    철도공사는 통합관제시스템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 광역전철 지하구간 중 과천선, 일산선, 분당선 선릉~보정 구간 등 개통된 지 20년이 넘은 터널 설비는 노후화돼 자동제어시스템 상당수가 작동불량 수준이라는 주장이 있다. 분당선, 용산선, 수인선 등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지하구간은 심도가 깊고 더 많은 기계설비가 있어 최소한의 상황근무자가 상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방설비 인력 외주화로 사고 위험 노출 가능성 높아져

    김 지부장은 “인력 재배치 이전부터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며 “전환점은 2016년 9월부터 시작된 소방 전기, 설비 외주화”라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외주화를 비롯해 교대근무 폐지가 사고 발생 가능성을 크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신포역 집수정 사고에 대해 “건기인 겨울철에는 선로 침수 가능성이 낮지만 우기에는 상시적으로 체크를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집수정 점검 주기를 늘리고 역무원에게 일을 떠넘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외주화의 부작용으로 소방배관 동파사고 처리 문제를 언급했다. 소방배관은 화재 사고 발생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동결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김 지부장에 따르면 외주업체들이 겨울철 소방배관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파 복구 후 재동파를 우려해 아예 보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역에서는 소화전앵글밸브가 또 다시 동파될 것을 예상해 소화전펌프가 자동기동이 안되게 꺼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인회 기자 underdo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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