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실형에 한숨짓는 文…웃음짓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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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2.26 07:01:53 | 수정시간 : 2018.02.26 10:35:17
  • 신동빈 부재에 엇나가는 文의 기대… 일본 중심 롯데로 가나

    신동빈 항소심 감형 기대(?) 만만치 않은 이유, ‘故 이인원의 부재’

    신동빈 경영권 공백으로 文 기대와 어긋난 동계올림픽에서의 롯데 역할

    사드보복에서 기껏 살아난 롯데… 한국롯데 지배구조 ‘휘청’에 日만 이득 보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신동빈(63·구속기소) 롯데그룹 회장의 실형선고에 따른 롯데 경영권 공백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을 결정했고, 창립 이래 최초로 일본인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동시에 ‘형제의 난’ 재점화 조짐까지 보이며, 신동빈 회장 중심의 롯데 지배구조가 불확실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동빈 회장의 공백과 롯데 내 혼란 상황에 문재인 정부 역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2·구속기소)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같은 사건의 피고인으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에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롯데그룹의 최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의 뇌물공여 부분에 대해 신동빈 회장과 박근혜(66·구속기소) 전 대통령 사이 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에 따르면,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모해 롯데그룹 측에 최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1차로 45억원을 출연한 바 있고, 이 70억원의 추가 출연금은 최씨가 추진했던 하남 5대 거점 체육시설 건립 사업의 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2016년 3월 14일 박 전 대통령은 신동빈 회장과 청와대에서 단독면담을 가지며, 하남거점 체육시설의 건립자금을 위해 롯데그룹의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의 추가 출연을 요구했다.

    신동빈 회장은 대통령의 뇌물공여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당시 신 회장 자신과 롯데그룹의 최대 현안이었던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신청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지만, 결국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셈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호텔롯데 상장을 발표했다. 이는 당시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일본 주주 지분을 낮춤으로써,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이에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비롯해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기에, 당시 신 회장에게 있어 호텔롯데의 상장은 분명히 중요한 현안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 2015년 11월 월드타워 면세점이 특허 심사에서 탈락했고, 호텔롯데에서 면세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과 월드타워점의 면세 사업부에서의 큰 비중을 봤을 때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신청은 롯데그룹에게 더욱 중요한 현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당시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신청이 롯데그룹뿐만 아니라 신동빈 회장 개인에게도 중요하면서 시급히 해결돼야 할 현안으로 바라봤다.

    이후 롯데그룹 측이 청와대와 국회, 관세청 등과 접촉해 이를 위한 노력을 해온 점을 참고했을 때, 신 회장이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 부정한 청탁을 했을 필요성이 충분했다는 판단이었다.

    이날 선고공판 이후 신동빈 회장은 법정구속되면서, 롯데 내부는 큰 혼란과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특히 지난해까지 신동빈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소위 ‘형제의 난’을 지속해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곧바로 언론 등을 통해 신 회장의 사임·해임을 요구했다.

    이어 신 회장의 경영권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섞이며, 지난 21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정기 이사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을 결정했다. 신 회장이 스스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사회에 의한 강제 해임이 결정되면, 경영권에 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 회장 입장에서는 스스로 해임하는 것이 더 옳은 판단이었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신동빈 회장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하며 즉각 항소했고, 1심 형량이 뇌물공여 액수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항소심에서 감형과 집행유예가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신동빈 회장과 롯데 측에게는 안타깝게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크게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 회장이 이 사건에서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재판부에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1심 재판부의 판단처럼 당시 신 회장은 면세점 특허 재신청이라는 중요한 현안에 직면한 상태였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에서 오고 갔음은 명백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단독면담을 마친 직후 신동빈 회장이 회사로 돌아와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을 만나 K스포츠재단 지원 관련 이야기를 전달한 점에 주목했다.

    이어 이인원 부회장이 이석환 롯데그룹 상무에게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연락이 올 것이라며 사업제안을 챙겨보라고 지시했고, 계속해서 협상 과정을 지켜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사진=연합)
    결국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했고, 이 재단에 추가 자금을 출연했던 기업이 롯데가 유일하다는 사실은 단독면담 자리에서 뇌물요구와 청탁이 오고갔을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는 판단이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보다 신 회장 측의 주장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의 흐름 상 반드시 필요한 인물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고 이인원 부회장이다.

    사실 같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항소심에서 피고인 전원 감형을 받은 삼성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내가 다 했다”며 십자가를 대신 져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같은 인물이 있었다.

    실제로 최지성 전 부회장은 삼성 1심 재판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단지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챙겨보라고 말했을 뿐, 향후 최순실씨에 대한 구체적 지원에 대해서는 자신이 다 알아서 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감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었다.

    만약 이인원 부회장이 이 사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 이후 K스포츠재단 지원에 대해 단순한 검토 수준으로 자신에게 말했고, 지원액수 책정 및 전반적 과정 모두 스스로 결정했다고 증언을 해줬다면 신 회장의 부정한 청탁 부분 역시 재판부로부터 다시 한 번 고려 대상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인에게는 말이 없고, 사실상의 핵심증인이 없는 상태에서 신동빈 회장은 항소심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신동빈 실형, 문재인의 악재(?)… ‘어부지리’한 일본

    그동안 국내 대기업 총수인 피고인이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로부터 들어왔던 양형감경 사유 중 하나인 ‘그동안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말을 신동빈 회장은 끝내 듣지 못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피고인(신동빈)의 뇌물공여 범행은 정당한 경쟁을 통해 국가로부터 사업 인허가를 받거나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기업에 허탈감을 주는 행위”라며 “피고인을 선처한다면 경쟁을 통과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실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뇌물공여라는 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뇌물 범죄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서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고, 그것이 정치권력의 최상위 층에 있는 대통령 그리고 재벌기업 회장 사이에서 이뤄지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정성’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목표로, 청와대와 현 여당은 재판부의 판결에 박수를 치는 것이 마땅했다.

    그런데 판결 이후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청와대를 비롯한 여당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에 대한 실형 판결에 난감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신동빈 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비리와 관련돼 실형을 피했고, 이후 정부에서도 롯데와 교류하며 박근혜 정부에서 하지 못했던 과제를 이루도록 사실상의 지지를 보내려 했다는 설명이다.
    • 신동빈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주자로까지 나섰지만,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올림픽 행사 등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사진=연합)
    실제로 롯데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스폰서로서 롯데월드타워 등에서 올림픽 홍보에 힘썼고, 신 회장은 10대 그룹 회장 가운데 최초로 성화 봉송에도 나선 바 있다.

    또 신 회장은 올림픽 기간 중 평창에 상주하며 정부의 올림픽 외교에 협조할 계획이었고 정부 역시 긍정적으로 발을 맞추려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신 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으며 모든 것이 중단돼, 청와대나 롯데 측이나 모두 난감한 상황이라는 목소리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친중 관계에 공을 들이며, 지난해 중국발 사드보복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호텔롯데의 면세 사업 등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면세점 특허 취소 위기에 놓인 상태다.

    이는 비단 롯데나 신동빈 회장에게만 가는 타격이 아니다. 지난해 롯데홀딩스의 경영권 분쟁 관련 회의에서 호텔롯데의 면세 사업 성장 및 상장 등을 통해 1200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논의된 적이 있었다.

    분명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문재인 정부에 산적한 주요 과제들 중 한 가지에 롯데가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마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신동빈 회장의 실형 선고에 따른 문재인 정부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이사직에서 내려오면서, 공동 대표였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롯데홀딩스 창사 7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인이 최고 경영자가 됐다는 의미였다.

    물론 쓰쿠다 사장은 소위 형제의 난 때 ‘친(親) 신동빈’을 고수한 인물로 분류되지만, 신 회장의 경영권 공백이 장기화되고 한동안 롯데홀딩스가 쓰쿠다 사장의 독자적 흐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주장하며 이사직 복귀까지 나선다면 상황은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호텔롯데의 100%에 가까운 주식 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가 쥐고 있는 만큼, 호텔롯데 상장에 더 이상의 차질이 생기고 한국롯데 지배구조에 불안감이 증폭된다면, 일본 롯데가 쥐는 사업 결정권이 커지며 향후 인수합병이나 투자 계획 등이 일본 롯데 중심으로 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사실 신동빈 회장의 당분간의 경영 공백이 일본 재계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은 오고 있지 않지만, 그 불똥은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 마린스에까지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신동빈 회장은 현재 아버지 신격호 전 롯데 회장을 대신해 지바롯데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을 맡고 있다.

    현재 신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일본 언론 등에서는 신격호 전 회장과 더불어 신동빈 회장의 구단주 자리를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번 신동빈 회장의 실형 선고 직후, 일본 프로야구 협약에 따라 지바롯데 마린스 구단이 도의적 책임을 지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도의적 책임이란 신격호 전 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구단주로서의 사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석간후지 역시 ‘구단주 대행’ 쇄신의 일환으로 형제의 난과 이번 신동빈 회장의 실형을 언급하며 신격호 전 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지바롯데 구단주 자리를 반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본 여론 내에서 지바롯데에 대한 일본인 구단주 중심의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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