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 이재용 승계작업 입증에 주목하는 ‘CEO면담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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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4.14 10:56:59 | 수정시간 : 2018.04.14 11:03:54
  • “삼성물산 합병이 승계작업 근거”… 사활 거는 檢

    특검·검찰, 최순실 항소요지에서 JY 경영권 승계작업 존부에 집중

    재판부에 ‘CEO면담자료’ 판결에 반영해 줄 것 촉구

    시너지 효과와 주주가치 제고였다는 JY… 얄궂은 現 상황
    • 지난 2월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담담한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특검과 검찰이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그의 경영권 승계작업 존부 입증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유무가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국정농단 사태 재판에 걸린 다른 인물들의 뇌물죄 혐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원심, 항소심 재판 그리고 검찰은 다른 관련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을 입증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최근 법원으로부터 세 번의 고배를 마셨다. 이에 특검은 법원이 ‘CEO면담자료’ 문건에 보다 주목해 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박근혜(66·구속기소)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공판 이후, 여론의 이목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형량만큼이나 다른 부분에도 집중됐다.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는지를 둘러싼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앞서 지난 2월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재판부는 승계작업의 명확성과 관련 증거에 의한 합리적 의심의 문제를 들어,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한 사건의 뇌물공여 혐의의 핵심 쟁점이다.

    검찰과 특검 측의 공소사실에는 두 사람이 세 차례의 단독면담을 가지며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 뇌물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이에 응하는 대가로 자신의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안정적 경영권 승계작업에 있어 청와대로부터 도움을 받겠다는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뇌물죄 혐의는 크게 세 가지로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2·구속기소)씨에 대한 승마지원과 영재센터 자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부분 등이다.

    검찰과 특검은 이중 승마지원에 대해서는 단순 뇌물수뢰죄를 그리고 나머지 영재센터와 재단 지원에는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

    단순 뇌물죄의 경우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수뢰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면 성립하는 반면, 제3자 뇌물수수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뢰자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이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여 최순실씨라는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 청탁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야 제3자 뇌물수수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검찰과 특검 측은 그 부정한 청탁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1심 재판부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부는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특검이 주장하는 개별현안에 관해서 삼성그룹 측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시에 따르면 실제로 당시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법리적 판단에서 승계작업의 개념은 보다 명확해야 하며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당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개별현안이라고 불리는 절차들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 목표를 위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진=연합)
    설령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박 전 대통령이 과연 자신의 직무집행 중 어떤 부분에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뚜렷하게 인식했다고 볼 수 없고, 이재용 부회장 역시 대통령에게 어떤 구체적 청탁을 했는지 이에 대한 상호 의사의 합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영재센터 및 재단 지원에 대한 뇌물 혐의 공소사실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특검이 재주목하는 ‘CEO면담자료’… 경영권 승계작업 존부 입증 가능할까

    검찰과 특검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1심 판결 중 제3자 뇌물수수 관련 공소사실이 무죄가 선고되자, 이 부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지난 11일에는 최순실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이 진행됐고, 특검 측은 항소요지를 설명하며 다른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특검 측은 이 사건 1심 및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됐던 ‘CEO면담자료’를 제시하며 해당 증거에 대한 재판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CEO면담자료 문건은 지난 2015년 7월 7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전실 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전실 전략팀장 등 삼성 사람들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및 기타 관계자들의 면담에서 나온 이야기를 국민연금 측이 정리한 자료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에 삼성그룹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된다면 주식 손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날 면담에서 이재용 부회장 측에 합병비율 조정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해당 자료가 ‘승계작업은 있지도, 필요하지도 않았다’는 이재용 부회장 측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특검 측은 “CEO면담자료에는 이재용 등 삼성 미래전략실 핵심 멤버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지주사 전환 그리고 향후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과 특검 측은 이 사건와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공소사실에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필요했던 주요 개별현안으로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적시했다.

    정리해 보자면 이재용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이 경영권 승계작업의 핵심 내용이라는 의미였다.

    특히 검찰과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있어 가장 핵심적 현안이었고,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살펴봤을 때 승계작업의 존재 역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는 합병으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다. 실제로 당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제일모직에 대해서는 약 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1.4%의 지분밖에 없었는데, 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4%나 가지고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있어 삼성그룹 내 핵심 계열사는 자신이 소속된 삼성전자로 삼성 경영권 지배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주식 4%를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을 확보하는 문제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선결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개인 자산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다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였지만, 역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진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
    다른 방법으로 각 삼성 계열사들이 신규순환출자 방식으로 삼성물산 취득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 들어 신규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시행됐고, 삼성그룹 내에서도 순환출자 고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남은 한 가지 방법이 삼성물산을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제일모직과 합병시켜 저절로 신(新)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있었다.

    특검 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막대한 개인 자산을 사용하지 않고도,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그리고 이어 진행되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의 현안이 곧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핵심이었고, 이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 및 승마와 영재센터, 재단 지원 등 뇌물 공여 시기와 겹쳤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한 청탁에 속한다는 의미였다.

    특검 측은 CEO면담자료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주요 자료라고 거듭 강조했다.

    JY가 강조한 ‘시너지’… 얄궂은 삼성물산의 현 상황

    앞서 언급했듯이 CEO면담자료 문건은 이미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증거로 제시된 바 있었다.

    여기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면담에서 “플랜(Plan·계획)B를 묻는다면 플랜B는 없다고 하겠음” “이번에 무조건 성사시켜야 함”이라고 말하는 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특검 측은 CEO면담자료 문건 중 다음과 같은 부분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건 내에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측이 “지배구조 개선방향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지주사 체제로 갈지 준지주사 체제로 갈지 그것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이 대체적으로 그쪽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장악하거나 혹은 다음 세대로 넘겨주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또한 다 합쳐도 17%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경영을 잘 해야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다”라고 언급했다는 부분이 적시돼 있다.

    특검 측은 이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지주사 체제라는 방향성과 목적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그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목표이자 이것이 존재했다는 증거라는 입장이었다.

    또 특검 측은 삼성전자 지분을 다 합쳐도 17%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 점에 대해 “결국 이들(이재용 부회장 등)이 중요시하는 것은 삼성전자 지분으로 삼성전자 지분 과반수 이상을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을 통해 보유한 지분도 있다”라며 “결국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목적은 삼성전자 지분이며 그 지분을 어떻게라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특검의 이런 주장을 반박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있어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가치 증가 그리고 삼성물산의 신용도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실제로 당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는 “양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약 6% 정도 증가하는 효과로, 합병 발표 이후 양사의 시가총액이 약 9% 정도 상승했다”라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의 영업시너지와 재무시너지를 반영한 신용등급이 합병 전 AA-에서, 합병 후 AA+로 상승했다. 법인의 신용등급이 오르면서 회사채 금리도 인하되며, 해외 공사 입찰 및 은행 단기차입에서 보다 유리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또 제일모직의 당시 증권신고서를 바탕으로 합병으로 인해 건설사업이 통합돼 핵심역량 확보 및 수주 경쟁력 강화,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해외 인프라 활용, 제일모직 패션 사업 등의 해외진출 추진 등 다양한 시너지가 제시됐다.

    무엇보다 합병에 찬성했던 국민연금 측도 합병 의견 직전 이 부분을 모두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검 측은 CEO면담자료를 통해 보더라도 당시 합병의 주목적이 시너지 효과와 주주가치 제고였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해명을 시장과 금융당국에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지배력 강화에 목적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얄궂게도 삼성물산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에버랜드 땅값 조작 등의 이슈로 주주들의 상당한 불만이 제기됐다.

    또 국민연금이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와 이영호 건설부문장 사장에 대한 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며 주주들로부터 “합병을 주도한 임원은 나가라”는 항의를 들어야만 했다.

    앞서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최치훈 대표와 이영호 사장에 대해 주주가치를 훼손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주도한 당사자가 재선임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물론 이들의 이사 선임은 무리 없이 통과됐지만, 앞서 언급한 에버랜드 땅값 조작 문제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진 상태다.

    특히 최근까지 삼성물산의 사업 시너지가 해외 건설수주 외에 다른 시장에서 확연히 다가오지 않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사진=연합)
    특검 측은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보더라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입장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현재 삼성물산의 상황이 본의 아니게 이재용 부회장의 주장에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반면, 특검 측 주장에는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다른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 여부가 사실상 배척되며 이 역시 대법원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과 특검이 최순실씨에 대한 2심 판결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 존부에 대해 입증하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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