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리콜제도 현주소… 과제와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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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7.31 15:52:13 | 수정시간 : 2018.07.31 15:57:42
  • “업체에 유리한 ‘리콜’” 소비자 불만…불충분한 보상제도 개선 요구돼

    • 법적인 책임을 지는 리콜제도.(연합)


    약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현대기아차의 에바가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에바가루가 차량의 송풍구를 통해 나온다는 건데, 명백한 리콜 대상이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에 국토부는 에바가루 관련 차량에 대해 ‘무상수리’를 권고했다.

    무상수리와 리콜은 엄연히 다른 조치다. 리콜제도란 제품의 결함 때문에 소비자가 생명, 신체상의 심대한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제품의 제조사(수입자) 혹은 유통업자 등이 스스로 제품의 결함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제품 전체를 대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무상수리, 교환, 환불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포함된다. 이를 자발적 리콜이라고 부르는데, 제조사가 제품의 심대한 결함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정부차원에서 실시하는 강제 리콜 제도가 있다. 이는 모두 소비자의 권익과 생명을 보호하는 적극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현재의 리콜제도는 소비자의 권익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행 리콜제도의 과제와 대안을 짚어봤다.

    리콜제도 최대 대상은 자동차…피해자, 보상 불만

    소비자들의 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접수 현황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리콜과 A/S, 계약과 관련된 소비자의 전반적인 민원) 접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684건, 2016년엔 778건, 2017년엔 828건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리콜제도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리콜’을 통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또한 리콜을 대신한 무상수리 권고로 업체에 유리한 법적용을 한다는 불만도 많다.

    무상수리는 사실상 서비스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강제성이 따르는 리콜과는 달리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서비스센터를 찾지 않는다면 기간 내에 무상수리 기간이 끝날 수도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제조업체는 무상수리 대상 차량에 대한 법적인 의무도 없다.

    하지만 리콜은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리콜 대상 마지막 한 대까지 모두 처리가 돼야 리콜 기간이 끝난다. 따라서 절차의 복잡성은 물론 투입되는 비용도 무상수리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리콜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업체의 브랜드 가치는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래서 제조업체는 최대한 리콜을 피하려고 한다.

    리콜제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제품은 자동차다. 자동차는 안전부문에 결함이 생기면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민감한 제품군에 속한다. 자동차 리콜이 발생되려면 자동차의 부품 장치 등에서 구조적인 결함이 발견돼야 한다. 그래서 리콜 명령이 떨어지면 제조업체가 무상으로 수리하거나 환불을 해주는 등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서 구조적인 결함이란 소비자의 생명에 중차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장치로, 에어백, 엔진, 조향장치(핸들)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엔진과 같은 중요 부위의 결함이 아니면 리콜이 나오지 않는다.

    앞서 말한 리콜 기준은 국토부와 자동차 관련법에서 명확히 제기하는 가이드라인이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하는 리콜 기준 중에는 논란이 되는 것도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리콜 기준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일반적인 불편사항이라 할지라도 사태가 심각하다면 리콜 대상”이라는 주장이 등장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확인한 결과 “자동차 리콜은 구조적인 결함에만 한정될 뿐이며 저러한 기준은 명백히 없는 거짓된 정보”라고 밝혔다.

    이번 현대기아차의 에바가루 문제도 마찬가지다. 에바가루 사태는 명백한 리콜 조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에바가루는 치매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유해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베퍼레이터라는 증발기를 지칭하는 약어로서, 증발기 표면의 알루미늄 막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 에바가루는 보통 에어컨 송풍구를 통해 분사된다. 이것이 엔진과 조향장치와 같이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분명히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시키는 유해물질로 알려졌다. 하지만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식약처와 함께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며 “에바가루가 인체에 얼마나 위해가 되는 유해물질인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에바가루는 식약처 기준으로 유해물질은 맞지만 국토부가 제시하는 리콜 기준에 부합하는 구조적 결함은 아니다. 그래서 강제 리콜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현대기아차는 에바가루에 대한 거센 비난에도 6개월 동안 적극적인 조치 없이 대응할 수 있었다. 소비자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토부도 6개월이 지나서야 무상수리를 권고했다. 강제 리콜 조치가 아닌 무상수리를 ‘권고’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도 자동차관련법에 따른 정상적인 행정조치였다. 이런 합법적인 절차가 진행됐음에도 ‘무상수리 권고’는 적극적인 대응 조치가 아니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에바가루 피해를 호소한 한 피해자는 “2018년 5월식인데 벌써 에바가루가 나왔다”며 “소렌토와 K7에서 에바가루가 나온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K5는 처음이다. 3000만 원이 넘는 차에서 한 달 만에 에바가루가 나오다니 웃음도 안 나온다.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소비자원 민원은 물론 언론사에 제보할 예정”이라고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

    •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관련법에 의거해 리콜 명령을 내린다.(연합)


    선진 리콜제도 한국형으로 적용 과제

    자동차 리콜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자동차관리법 제31조에 따르면 자동차 안전 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에바가루가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기 위해서는 시야를 뿌옇게 가릴 만큼 많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제도상의 맹점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리콜 명령이 떨어지기 위해서는 주행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엔진과 조향장치, 미션, 에어백 등 핵심 부품의 결함이 전제돼야 한다. 이번 에바가루와 같이 에어컨, 오디오 같은 편의 장치에 대해서는 리콜 명령이 떨어지기 어렵다. 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현대기아차의 에바가루 논란이 리콜조치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환경부와 에바가루의 위해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환경부에서 추천하는 전문가의 의견도 들으면서 화학물질의 영향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동차 리콜은 기계적 결함에만 해당된다”며 “이런 사례로 자동차 리콜 명령을 실시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고 덧붙였다.

    외국의 신속한 리콜제도와 비교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엔 “각종 결함에 대해서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조사하고 있다”며 “자기인증적합 조사를 하는데, 실제로 판매된 차량을 안전기준에 맞는지 직접 실험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리콜된 차량이 국내에 있다면 똑같이 리콜 조치를 해야하는 지도 살펴 본다”며 “작년에 도입된 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제작사에서 사고가 났을 시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돼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절차를 통해 리콜을 자발적으로 찾아낸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도로 사정이나 자동차환경이 미국과는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기인증적합 조사를 도입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한국뿐이다. 작년엔 국내에서 190만 대가 리콜 명령을 받았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200만 대 이상이 리콜 대상이 됐다. 실제로 리콜 대상이 되는 차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각에서 제기되는‘국내차업체와 수입차업체의 리콜 기준이 다르다’라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 자동차 리콜 제도는 국내 자동차관련법에 의해 정해졌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업체든 수입차 업체든 국내법에 동일한 적용을 받는다. 그래서 같은 리콜 기준으로 똑같이 대응하게 돼있다.

    국토부는 “현대차에서 이런 증상으로 리콜을 했다면 다른 자동차 업체의 차도 같은 증상이 있는지 확인한다”며 “동일한 부품이 사용됐거나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례로 다카타에어백 장착 GM차량에 대한 리콜 명령이 있다. 다카타에어백이 장착된 한국GM의 머스탱, 사브 등은 국토부로부터 강제 리콜 명령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에어백관련 피해사례가 없었으나 해외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같은 에어백을 달고 나온 차량에 대해 리콜을 요구한 것이다.

    다카타에어백을 달고 나온 차량을 만든 업체 대부분은 자발적인 리콜을 결정했다. 하지만 한국GM은 사고의 위험성과 해외에서의 피해사례도 없었다는 이유로 시간을 끌었다. 이에 국토부는 임원면담을 통해 강력히 리콜을 요구했고 공식적인 리콜 명령이 떨어졌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결함 시정 조치는 정해진 기준대로 강력히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유명 수입차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 차량도 리콜 예정이다. 후면 벨트라인 트림 결함이 있는 1만8000여 대의 2017-2018년형 C클래스 차량은 도로 주행 시 벨트라인 트림 분리 현상으로 충돌 위험이 커지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자발적 리콜 명령이 떨어진 가운데 국내에서도 리콜이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2017-2018년형 C클래스 모델은 국내에서도 판매 중이기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국내 수량을 파악해 리콜을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폭스바겐과 스코다 브랜드도 리콜이 실시됐다. 폭스바겐아메리카는 미국에서 판매된 2017년형 ‘더 비틀’과 ‘제타 GLI’를 리콜한다. 해당차량의 타이어 정보가 잘못 떠 심각한 주행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타이어를 장착하면 차량에 과부하가 걸리고 충돌 위험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브랜드도 통상적으로 심각한 구조적 결함 시에만 리콜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콜 제도의 개선 방향성에 대해 국토부는 “단계별 조기경보제도 등 여러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며 “리콜 제도에 문제가 발생되면 제도 개선은 꼭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리콜 제도 개선에 필요한 해외 사례도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 리콜 제도를 한국형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박스> ‘리콜’ 원하는 소비자, 업체는 ‘무상수리’ 주장 왜?

    사건 처리ㆍ보상, 법적 책임 등 ‘리콜’이 소비자에 유리

    무상수리는 제조사의 잘못으로 운행 중 불편을 초래하거나 지장을 주는 것의 부품에 대해 무상으로 수리해주는 제도다. 물론 결함을 발견한 차주가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직접 수리요청을 해야 받을 수 있다.

    리콜이든 무상수리 권고든 결함을 무료로 해결 받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왜 소비자들은 리콜을 주장할까. 무상수리는 리콜에 비해 처리 및 보상 기준이 낮다. 그리고 ‘권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제조사의 적극적인 법적 책임도 기대할 수 없다. 리콜은 해당 차량이 모두 수리 받아야 종료된다. 따라서 아주 늦게 수리를 받든 어떤 식으로든 소비자의 부담은 0원이다. 그리고 리콜 판정 이후에 해당 부위를 먼저 수리했다 해도 수리비용의 전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무상수리는 무상수리 기간 전에 수리했으면 비용을 돌려받을 수 없다. 무상수리 기간 안에 서비스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상수리가 소비자에게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지난 6월 27일 이전까지는 해당 무상수리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개별적인 통지를 받지 못했다. 통지를 해줄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 27일부터 자동차 회사는 무상수리 기간에 해당 모델의 차주 모두에게 의무적으로 통지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 된다. 또 통지기한을 5일 초과한 경우엔 1일씩 초과할 때마다 10만씩 추가 부과된다.

    이는 작년 말 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통과하면서 발효된 새로운 제도다. 차주가 관련된 하자 내용을 모르고 운행하면 안전에 심대한 위협이 생기기 때문에 ‘의무 통지’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 2012년 6월 자동차 무상수리 서비스 정보 통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로부터 6년이 지난 시점이다.

    무상수리는 자동차 업체의 이미지 관리와 리콜 기피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권익위에 따르면 “당시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 리콜보다는 불만을 제기해 소비자에게만 보상하는 무상 수리를 선호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무상수리 차량 중에는 안전운행과 직결되는 결함도 종종 발견되면서 제조사들이 의도적으로 리콜을 기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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