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공작’에 ‘차은택’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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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9.07 19:58:04 | 수정시간 : 2018.09.07 22:22:54
  • 남북 합작 애니콜 광고 감독으로 활약…발탁 배경에는 ‘실력설’과 ‘인맥설’ 엇갈려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공작’이 장기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공작’은 1개월 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지난 7일 기준 490만 관객을 돌파해 5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 극적 재미를 확보한 ‘공작’에는 흥미로운 대목들이 다수 등장한다. 특히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삼성전자 휴대폰 광고에 동반 출연하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런데 이 광고 영상을 촬영한 감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영상제작자 겸 광고감독 차은택 씨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끈다.

    영화 ‘공작’은 안기부 흑색요원 박채서 씨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어 개봉 직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실존 인물을 그리는 만큼 주인공은 물론이거니와 당시 벌어진 다수의 사건 등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그 가운데서도 영화 중반부 이후부터 줄거리의 축을 이뤄 엔딩까지 장식한 ‘남북 합작 광고 제작’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다. 윤종빈 감독은 “많은 분이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나왔던 휴대전화 광고를 기억하실 텐데, 그 광고와 영화 ‘공작’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거기에서 시작한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광고는 지난 2005년에 공개된 삼성전자 휴대전화 ‘애니콜’ 광고다.

    ‘공작’의 주인공 박채서 씨는 안기부 퇴직 후 중국으로 건너가 컨설팅 사업을 하며 지내다 노무현 정권 때 대북 비선으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효리와 조명애가 함께 출연한 애니콜 광고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자신이 성사시킨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주인공 박채서, 차은택을 소환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는 다소 경색된 상태였다. 박채서 씨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에게 자문 요청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북측은 미사일을 쏘다가 평화 모드로 가려면 명분이 필요하니 이벤트를 만들자고 했다. 처음엔 남남북녀 결혼을 추진했는데 국정원의 방해로 무산됐고, 급하게 찾은 대안이 남북 합작 광고를 재개하는 것이었다. 차은택 씨가 이 광고의 감독을 맡았다”고 밝혔다.

    당시 남북 합작 광고는 박씨의 기획에서 시작돼 정부와 삼성의 협력으로 성사됐다. 삼성은 애니콜 광고를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았고, 광고 제작 역시 삼성 계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이 맡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광고를 제작한 감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차은택 씨라는 점이다. 차씨는 당시 광고업계에서 자신의 영상제작 능력을 어필하고 있었고, 제일기획에도 나름대로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차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에 위촉됐고, 같은 해 인천 아시안게임 영상감독을 맡았다. 2015년 4월에는 민관 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임명되면서 ‘문화계 황태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한꺼번에 명성을 잃어버리는 신세가 됐다.

    ‘차은택 인맥’ 송성각이 제일기획 출신

    차은택 씨는 2015년 2월 최순실과 함께 광고대행사이자 포스코 계열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제로 넘겨받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소 광고회사 대표 한모씨를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회부됐다. 그는 지난 5월 18일 열린 2심에서 1심과 동일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차씨와 동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차씨가 남북 합작 애니콜 광고의 감독을 꿰찰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광고업계 일각에서는 “차씨가 당시 광고업계에서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에 남북 합작 광고의 감독이 되기 위해 ‘수’를 썼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한편에서는 “차씨가 실력이 워낙 좋았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커넥션’ 같은 게 있었다고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광고업계에서는 차씨가 당시에도 많은 일감을 가져갔는데, 여기에는 특정한 인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차씨 인맥으로 분류되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 출신이다.

    강민경 기자 klk707@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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