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무 장기 대기자 병역면제 되나
  • 올해 전시근로역 대상자만 1만여 명...기다리기만 하면 ‘면제’된다?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입력시간 : 2019.01.16 15:06:15 | 수정시간 : 2019.01.28 11:22:03
    •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병역 의무자들이 신체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
    작년 12월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으로 판정됐으나 복무기관에 배치 받지 못한 장기 대기자 1만 1000여 명이 자동으로 ‘병역 면제’ 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병무청이 수정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9000여 명이 장기대기자로 분류돼 면제된다. 실제로 올 1월에만 1000여 명이 소집 면제가 됐다. 병무청이 정한 ‘사회복무 장기대기 소집면제’ 제도에 따르면 병역판정 검사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판정받고 3년 이상 장기 대기하면 병역이 자동으로 면제된다. 병역법 제65조 제9항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가 장기 대기할 경우 전시근로역에 편입함'이라 명시돼 있다. 전시근로역이란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소집에 의한 군사지원업무는 감당할 수 있다고 결정된 사람이다. 전쟁이 나지 않는 이상, 평시에는 사실상 병역 '면제'가 되는 것이다.

    사회복무 장기대기 소집면제 제도는 사회복무 소집을 위해 오랫동안 대기하므로 인해 학업, 생업 등 개인 생활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되는 점을 고려했다. 현행 병역판정 검사에서 1~3급은 현역 복무자로 판정받고, 특정 질병을 앓거나 수감이력, 저학력자, 정신질환자 등은 4급 보충역 판정을 받는다. 사회복무요원(과거 공익근무요원에서 용어 변경)으로 병역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2020년까지 장기 대기자는 2만 1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복무요원 예정자는 병역 이행을 앞두고 두 가지의 입영 ‘연기’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대학생의 경우 입영이 자동으로 연기되는 ‘입영연기’에 해당하는데, 따로 입영 신청을 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미뤄진다. 단 본인이 직접 입영신청을 하지 않고 대기하는 시간은 장기대기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으로 정해진 자동 연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입영을 위해 직접 신청을 접수하고도 입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때부터 장기대기 시간으로 추산된다.

    ‘기일연기’는 질병이나 국가시험에 의해 입영일자를 자발적으로 늦출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경우도 장기대기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방부 대변인실 측은 “기일연기는 통지서가 나왔음에도 법이 정한 사유로 사회복무를 미루는 것이기에 장기대기에 제외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대기의 기준 시점은 본인이 소집대상이 된 후 다음해부터 1년차로 계산된다. 입영연기에 해당되지 않고 기일연기도 하지 않았다면 판정 다음해부터 1년차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3년차가 지나면 장기대기자로 분류돼 병역이 완전히 면제된다.

    과거에도 장기대기에 따른 병역면제 제도가 존재했다. 지금 시점에서 장기대기자 수가 늘어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인구가 일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구는 병역자원과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방개혁으로 현역 수요는 아직까지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복무요원 판정 수는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4급부터는 보충역으로 분류돼 사회복무요원을 해야 하는데 늘어난 숫자만큼 장기대기도 증가한 상황이다. 정성득 병무청 부대변인은 “면제기준이 변하지 않는 한 출생인원에 따라 병역자원이 영향을 받는다”며 “90년대 중반에 늘어난 세대가 지금에 와서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출생 숫자가 많아 생긴 현상

    신체등급에서 4급 이하를 받은 인원 중 고학력자는 대부분 먼저 소집된다. 하지만 저학력자나 전과자 등은 후순위로 밀린다. 정 부대변인은 “장기대기 면제제도는 국민편의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이라며 “사회복무요원 자원은 늘어나고 복무 자리는 고정돼 있는데, 장기대기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병무청은 국가당정협의를 통해 올해부터 3년간 1만 5000명의 사회복무 자리를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 추가로 배치되는 소요비용도 300억 원 이상을 책정했다. 주로 행정서비스 수요가 많은 공공기관과 소방, 경찰 분야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정 부대변인은 “사회복무 자원 동향을 미리 파악하기 때문에 적체가 시작되는 최근부터 사회복무시설인 국가기관 등에는 국가 예산을 추가 편성할 수 있었다”면서도 “민간 복무시설은 인건비 등을 추가로 감당해야 하기에 임의로 자리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복무 자리가 제한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사회복무요원 자원이기에 시간이 흘러야 해소가 될 뿐 그 외에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위해 기다리는 윤 모씨는 장기대기자로 곧 3년차에 접어든다. 그는 2016년 12월에 사회복무 판정을 받아 햇수로만 3년차다. 윤 씨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칠 즈음인 2016년 11월부터 신청했으니까 얼마 전에 떨어진 것까지 총 9번이나 떨어졌다”며 “주변에는 28~29살이 돼도 못 가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기 그만큼 어려워지다 보니 아예 20대 후반에 복무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봤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1년에 3번밖에 없는 사회복무 신청기간에 모두 입영 희망자로 신청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윤 씨는 “이제 사회복무 신청에서 선착순 신청이 아닌 나이와 떨어진 횟수가 많은 순으로 뽑는 것으로 바뀐 걸로 안다”고 말했다. 무작정 합격하기만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변화다.

    윤 씨는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나 일시적인 인구 증가 세대에 해당한다. 현재 사회복무요원 해당자가 늘어나면서 병역이행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현재 사회복무 신청을 위해서는 따로 병무청에서 공지가 내려오지는 않는다. 직접 병무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공지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공지사항에 따라 입영 신청을 할 때면 사회복무 요원의 수요가 구체적으로 나온다. 어느 지역의 어느 기관에서 몇 명을 뽑는지 현황도 볼 수 있다. 기관 옆에는 선발 할 인원과 함께 신청인원도 함께 나와 경쟁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현재 사회복무 신청제도는 3~4일 정도의 시간 안에 원하는 기관으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윤 씨는 “첫날 바로 신청했는데 경쟁률이 높은 곳은 16대1까지 올라갔다”며 “주변의 내 친구들과 지인을 포함해서 그 신청으로 딱 1명만 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착순으로 선발할 때는 서버가 다운될 정도여서 위성 시간을 켜고 실시간으로 접속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실제 윤 씨의 주변에는 그 후로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입영 신청해 합격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사회복무 소집을 위해 거의 다 대기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벌써 이번 달에만 1000여 명이 병역 면제 처분(전시근로역)을 받았다고 하자 윤 씨는 깜짝 놀라며 ‘그것이 진짜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 기찬수 병무청장(왼쪽)이 사회복무요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연합)
    사회복무요원은 병무청에 직접 신청해야

    윤 씨는 대학교 1학년 이후 병역 이행을 하려고 휴학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1년을 버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딱히 해결방안도 없는 것 같고 모든 사람이 그냥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신청 공지가 뜨면 또 다시 입영신청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 대기 숫자는 연말 기준으로 총 5만 8000여 명이다. 순전히 사회복무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숫자다. 병무청 사회복무정책과의 담당 사무관은 “대기인원이 예년보다 많아졌다”며 “대기 숫자가 평균 2만 명 정도가 적당한데 3배 가까이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 사무관은 “현재 병역 면제 대상이 되는 수는 1만 명 수준”이라며 “전시근로역이라고 해서 전시에는 활용되지만 평시에는 아예 면제되는 숫자”라고 말했다.

    장기대기에 따른 병역 면제는 병역법 65조에 근거한다. 1980년대에는 연간 3만~5만 명이 면제 대상자였는데 당시 베이비붐 세대 인구를 병역자원으로 충원하고도 소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90년대에는 연간 3만 명 수준이었고 2000년대 들어와서 3000~5000 명 정도로 확 줄었다. 현재 장기대기자가 늘어난 것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 보충역으로 판정받고도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때문이다. 올해에만 장기대기에 따른 병역 면제 예정 인원은 약 1만 여 명이다. 지방청별로 처리하는 면제 인원을 모두 합친 숫자다.

    담당 사무관은 “현재 복무 자리가 병역 자원을 쫓아가지 못한다”며 “국무조정실 주도 하에 사회복무 자리를 5000여 개를 더 늘렸다”고 설명했다. 범 정부 차원에서 수요를 더 확충한 것인데 그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담당 사무관은 “특별한 시기별로 이런 장기대기 증가에 대한 불가피성이 있다”며 “외부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과거부터 있어왔던 제도가 다시 논란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 측은 일정 대기기간을 설정해놓고 사회복무요원 대상자를 무작정 잡아둘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듯 입영연기에 해당하는 대학생은 따로 신청하지 않는 한 장기대기 연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에 근거해 자동으로 연기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재학생이 입영 신청을 했지만 소집을 받지 못한 경우, 일반 사회인이 소집에 떨어져 계속 대기하는 경우는 장기대기 연수에 포함된다. 일반 사회인들은 경제생활을 하면서도 언제든지 소집명령이 나오면 입영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장기대기 시간으로 인정한다. 담당 사무관은 “일반인이 직장생활을 해도 한시적인 아르바이트 말고는 일반적인 취업이 어려울 것”이라며 “회사마다 일반적으로 병역을 마친 사람을 뽑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장기대기시간에 따른 면제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과거 장기대기에 따른 면제 기준은 4년이었지만 현재 3년으로 단축돼 시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담당 사무관은 “과거 대기 기간이 4년이든 3년이든 면제 인원이 많지 않아서 큰 의미가 없었다”며 “면제 인원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4년을 기다리게 하면 병역 이행까지 총 6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진출이 지나치게 늦춰지는 것을 개선해야겠다는 측면에서 장기대기 시간이 축소됐다는 뜻이다. 현재 사회복무요원 선정 기준은 선착순에서 오래 기다린 사람 순으로 바뀌었다. 순서도 1~4순위로 정해져 있다. 오랫동안 기다려 입영이 시급한 자, 반복해 입영에 탈락한 자, 고학력자 등이 우선순위다. 지방청장 직권으로 소집을 우선적으로 통지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소집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복무 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기대기에 따른 면제 제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복무기간 단축 논의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담당 사무관은 “복무기간 단축도 방안이 될 수 있지만 논란을 키우지 않는 방법은 그만큼의 수요를 늘리는 것”이라며 “병무청이 할 수 있는 방안은 모두 논의하는 등 수요 확대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기능요원으로의 편입을 유도하고 민간기관에 일부 재정을 지원하는 등이 그 방법이다. 장기대기 시간을 더 단축해 면제시키는 것도 다른 방안 중 하나지만 형평성 논란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 실제 자체적으로 병무청이 장기대기연수를 줄일 수는 있지만 검토된 사항은 아니라고 담당 사무관은 밝혔다.

    국회 차원에서도 장기대기에 따른 면제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담당 사무관은 “형평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 부분이긴 하지만 인구문제에 따른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여러 방안을 강구한다고 밝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병무청의 해명에 국회 차원에서 장기대기에 따른 면제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할지 주목된다. 인구문제로 인해 생기는 문제인 만큼 단번에 해소할 방안은 딱히 존재하지 않지만 병무청은 “2021년도가 지나면 넘치는 장기대기자 숫자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신체검사 기준 같은 경우는 국방부 장관이 정하는 만큼 면제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하지만 병역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병역기준 완화를 통해 신체가 좋지 않은 자들을 면제로 분류하는 것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병역의 의무 이행에서 어디 분야에서든지 형평성 문제는 뒤따른다.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해 갈 것인지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와 기관 차원에서 제도를 확정·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형평성’ 논란을 키우지 않기 위함이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