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유재학과 함께라면…" 인화의 농구로 코트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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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5.08 14:07:52 | 수정시간 : 2007.05.08 14:07:52
  • "유재학과 함께라면…" 인화의 농구로 코트 평정
    현대 모비스 2006-2007 프로농구 챔피언 등극
    끈끈한 팀워크로 전력 극대화 이끌어낸 젊은 명장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한 울산 모비스 선수들이 유재학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재학(오른쪽) 감독이 MVP 양동근과 함께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에서 ‘스타 플레이어는 명장이 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자신의 현역 시절에 눈높이를 두기 때문에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기보다 단점을 들춰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정규시즌에 이어 올 시즌 통합챔피언을 일군 울산 모비스 유재학(44)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부상 때문에 유니폼을 일찍 벗기는 했지만 유 감독은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포인트 가드 중 하나였다. 선수 시절 농구를 잘했던 사람이 감독이 된 뒤 팀을 2년 연속(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으니 유 감독에게는 ‘스타 플레이어=명장’의 등식이 성립한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평등과 겸손의 지도자

    유 감독이 지도자생활을 시작한 것은 16년 전인 91년. 당시 28세의 나이에 기아농구단에서 은퇴한 유 감독은 모교인 연세대 코치로 부임했다. 감독이 된 것은 8년 전인 99년으로 36세부터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36세라면 서울 SK 문경은과 같은 나이이며 모비스 최고참 이창수보다 두 살 적다. 요즘 같으면 한창 코트를 누빌 나이다.

    ‘어린 나이’에 감독이 됐으니 세상 무서운 줄 모를 법도 했지만 유 감독은 아니었다.

    농구 좀 한다고 우쭐거리는 선수는 가차없이 내쳤다. 반대로 기량은 좀 떨어지더라도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라면 밀어줬다. 연세대 다닐 때부터 ‘황태자’로 불렸던 우지원이 유 감독 부임 이후 ‘마당쇠’로 변신한 것이 좋은 예다.

    지난 1일 밤 울산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우승 피로연에서 우지원은 “사실 처음에는 스타의식이 있어서 힘들었지만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다독거리는 등 할 일이 더 많아졌다. 모비스에서 농구하는 게 즐겁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유능한 포인트 가드였던 유 감독이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접은 표면상의 이유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 그러나 이면에는 팀 내에서 보이지 않는 출신 학교 간‘파벌 다툼’이 크게 작용한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유 감독의 지도자 철학은 ‘평등과 겸손’이다. 지난 1일 챔피언 결정전에서 부산 KTF를 꺾고 우승을 한 뒤 인터뷰에서 유 감독은 “모비스는 단합의 팀이다. 선수들 모두가 하나 된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우승했지만 모비스가 올해도 잘할 거라는 기대는 많지 않았다. 특별히 전력이 보강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양동근 정도를 빼면 특급 스타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비스의 속내를 모르고 한 얘기다. 다른 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끈끈한 팀워크와 결속력이 있는 팀이 모비스다. 그 밑바탕에는 선수들을 차별 없이 대하는 유 감독만의 ‘평등과 겸손’ 철학이 깔려 있다.

    명실상부한 명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유 감독은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 “훌륭한 선수들을 만난 데다 운이 좋아 우승했다”고 한다. 감독의 겸손은 선수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염’됐다. 한국프로농구(KBL) 최초로 최우수선수(MVP) 3연패를 이룬 양동근은 “(나는) 아직 멀었다.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농구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며 겸손해한다.

    악바리이자 꾀돌이

    유 감독은 서울 상명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형들이 농구하는 모습이 근사해서 무작정 농구공을 잡았다. 장마철에 앞이 안 보일 만큼 비가 와도, 겨울에 발이 빠질 정도로 눈이 와도 유 감독은 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초대 기아 감독을 지냈던 방열 전 경원대 교수는 “지도자를 하는 동안 여러 선수를 봤지만 유 감독만큼 근성 있는 친구는 없었다”고 했다.

    농구선수였지만 유 감독은 공부도 제법 잘했다. 중학교 때는 선수로 뛰면서도 학급 반장을 맡았고 반에서 10등 안에 들었다고 한다. 기아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유택 Xports 해설위원은 “허재(현 전주 KCC 감독)의 현란한 패스는 관중을 즐겁게 했지만 유재학의 영리한 패스는 센터들을 행복하게 했다”고 말한다.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영악한 쥐인 제리라는 별명답게 유 감독은 패스에 대한 지론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를 제외한 코트 위 9명 선수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읽고 감각적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최고죠. 주는 사람이 편한 패스가 아닌 받는 사람이 편한 패스가 최고입니다.”

    모비스의 법칙은 계속된다

    올 시즌 통합챔피언에 올랐다고 해서 모비스의 내년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야전사령관 양동근과 장신 슈터 김동우가 올 시즌을 끝으로 군에 입대하면서 전력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대형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모비스는 올해만 반짝하고 말게 될까. “벌써 내년 시즌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손사래 치지만 유 감독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친다. “모비스는 한두 명에 의해 움직이는 팀이 아닙니다.

    모비스의 힘은 인화(人和)에 있습니다. 양동근과 김동우가 없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해줄 겁니다.” 유 감독과 모비스가 갖고 있는 ‘평등과 겸손’의 원칙만 지켜진다면 모비스의 법칙은 계속될 것이다.

    ●유재학 감독은 누구

    생년월일: 1963년 3월 20일

    신체: 178㎝, 80㎏

    출신학교: 상명초-용산중-경복고-연세대

    가족: 부인 김주연(44) 씨와 1남(선호ㆍ17) 1녀(선아ㆍ14)

    별명: 톰과 제리에서 '제리'

    취미: 낚시, 골프

    경력: 1991~94 연세대 코치, 1999~2004 대우(신세기) 감독, 2004~현재 모비스 감독

    수상: 2006~2007 정규리그 감독상

    우승: 2005~2006 정규리그, 2006~2007 통합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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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시간 : 2007/05/08 14:08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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