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경남 돌풍 뒤에 '박항서 매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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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6.04 14:44:00 | 수정시간 : 2007.06.04 14:44:28
  • 경남 돌풍 뒤에 '박항서 매직' 있다
    창단 2년차 경남FC, 전문가들 '고전 예상' 비웃듯 화끈한 공격축구로 고공행진
    끈끈한 조직력과 박감독의 절묘한 지략으로 전통의 강팀과 당당하게 맞서





    ‘박항서 매직’이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경남 FC는 올 시즌 개막 전 전문가들로부터 ‘고전을 면치 못할 것’ 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공 행진 중이다.

    경남은 삼성하우젠 K리그 2007에서 6승 3무 3패(승점 20)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잠그는 축구’를 구사하며 팬들을 지루하게 하지도 않는다. 경남은 14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20골을 기록하고 있다. 화려한 선수층을 자랑하는 선두 성남(8승 4무ㆍ승점 28)에 한 골 적은 숫자다.

    창단 2년차의 ‘막내’가 K리그에 일으키고 있는 돌풍은 축구 관계자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경남은 이렇다 할 스타 플레이어도 없다. 핌 베어벡 감독 부임 이후 축구 국가대표팀은 물론 올림픽대표팀에 단 한 명의 선수도 선발되지 않고 있다.

    구단의 재정도 넉넉하지 못해 ‘특급 용병’을 데려올 형편도 안 된다. 그러나 ‘골리앗 구단’들을 연파하며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지략가 박항서 감독의 용병술에 힘입은 탓이다. ‘박항서 매직’의 베일을 벗겨 본다.

    히딩크 돌풍을 재현한다

    박항서 감독은 ‘월드컵 신화’의 주역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코치로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진출에 한몫을 했다. 박항서 감독이 현재 구사하는 전술은 당시 배운 ‘히딩크 축구’를 뼈대로 하고 있다.

    경남의 돌풍은 2002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그것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한국은 당시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없었지만 강인한 체력과 조직력, 그리고 근성을 앞세워 강호들을 잇달아 격침했다.

    지칠 줄 모르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태극 전사들의 기동력은 상대를 압도했고 세계 축구계가 경악했다.

    경남도 마찬가지.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대신 끈끈한 조직력으로 승부한다. 박항서 감독은 스스로 경남의 스타일을 ‘기동력 축구’라고 규정한다.

    상대보다 한 걸음 더 뛰고 한 템포 빠르게 움직여 경기를 지배한다는 구상이다. ‘박항서식 기동력 축구’는 창단 첫 해였던 지난 시즌의 과도기를 거쳐 올 시즌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상암동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하우젠컵 K리그 FC서울과 경남FC와의 경기에서 서울 김은중의 중거리슛을 몸으로 막고잇는 경남FC 선수들.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경남FC는 탄탄한 조직력으로 강팀들과 맞서고 있다.



    경남은 올 시즌 3-4-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 시절 한국 대표팀의 기본 전형이다. 박 감독은 네 명이 포진한 ‘허리의 힘’을 중요시한다. 경남의 중원은 김효일, 김근철, 김성길, 박종우 등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기술과 체력을 모두 갖춘 만만찮은 선수로 이뤄졌다.

    ‘기동력의 축구’라고 해서 무지막지하게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약속된 플레이로 짜임새 있는 플레이도 펼칠 줄 안다. 만만히 보다가 강팀들이 큰 코를 다치는 이유다.

    박 감독이 올 시즌 펼치고 있는 용병술은 그가 히딩크라는 세계적인 명장 밑에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 선택과 집중의 승리

    옛말에 ‘산토끼 쫓다가 집토끼 잃는다’는 말이 있다.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경계하는 말이다. 박 감독은 올 시즌 철저히 ‘분수’를 지켰다.

    도민 구단으로서 넉넉지 않은 선수층을 고려해 컵대회는 철저하게 버리고 정규리그에 전력투구했다. 냉정한 판단이었다. 장거리 원정에 나설 때는 주전 선수들을 창원에 남겨 체력을 비축하도록 배려했다.

    지난 5월 9일 서울과의 컵대회 8차전 원정경기에 박 감독은 2군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경기 전 락커룸에서 만난 박 감독은 ‘관중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구단 형편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우리에게 컵대회는 큰 의미가 없다. 의미 없는 경기에서 공연히 힘을 쓸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3일 후 열릴 전남과의 경기에 대비해 경기가 끝나자마자 창원으로 밤길을 재촉한 박 감독은 결국 12일 전남을 2-0으로 완파하고 상위권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선택과 집중’을 원칙으로 한 리그 운영의 묘를 여실히 보여준 순간이었다.

    결국 박 감독은 정규리그 반환점을 채 돌기도 전에 전반기 목표 승점을 초과하는 개가를 올렸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박 감독의 전반기 목표 승점은 18점. 한 경기를 덜 치른 현재 경남은 목표를 3점이나 초과했다.

    ▲ 용병 농사는 이렇게 짓는 것이다

    경남 돌풍의 중심에는 외국인 선수의 맹활약이 있다. 특히 최전방에 나서는 까보레(9골 2도움)와 뽀뽀(7골 7도움)는 주거니받거니 하며 공격포인트를 쌓아나가고 있다.

    까보레는 정규리그 득점 선두, 뽀뽀는 도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저비용 고효율’의 용병 선발이 어떤 것임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다. 일부 구단이 ‘먹튀 용병’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과 대조적이다. 박 감독의 탁월한 안목이 빛을 발한 결과다.

    까보레는 브라질에서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는 23세 때까지 아마추어리그에서 뛰었다. 브라질에서 그 나이에 아마추어리그에서 뛴다는 것은 ‘축구로 밥벌이를 생각할 수 없는 재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2003년 뒤늦게 프로에 입문한 후 상파울루 지역리그와 전국 2부리그에서 빼어난 득점 감각을 과시했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1부리그 스카우트들도 탐을 내는 선수로 성장했다.

    박 감독은 브라질 전지훈련 도중 우연히 까보레가 뛰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은 마음에 일사천리로 영입 작전에 나섰고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당시 K리그 모 구단의 사령탑도 까보레 영입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박 감독이 선수를 잡자 크게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까보레가 한국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참을성을 갖고 기다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박 감독은 까보레의 아내 루시아니가 출산할 당시 병원과 집을 직접 방문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써서 까보레를 감동시켰다.

    뽀뽀는 부산에서 재계약을 포기하자 저렴하게 영입,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부산의 앤디 에글리 감독은 자신의 전술과 맞지 않는다며 뽀뽀를 버렸는데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이 극심한 부진을 보여 애를 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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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시간 : 2007/06/04 14:44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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