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클리스포츠] 부임 1년, 슈틸리케 ‘누구?’에서 ‘갓틸리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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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입력시간 : 2015.10.17 06:20:09 | 수정시간 : 2015.10.17 06:20:09
  •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4년 10월10일, 충남 천안에서 울리 슈틸리케(61·독일)라는 생소한 이방인이 한국 스포츠에서 가장 관심도가 높은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첫 경기를 가졌다. 당시 만해도 슈틸리케 감독이 대체 누구인지, 어떤 축구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국내에 전무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5년 10월, 이제 슈틸리케를 모르면 한국에서 ‘간첩’이다. 지난 1년 새 한국 사회 에서 가장 인지도가 극적으로 변한 인물을 뽑는다면 단연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팬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 됐다.
    • YTN
    1년 전만해도 ‘대체 누구?(WHO)’라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었던 슈틸리케는 이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갓(GOD)틸리케’라 불리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신격화되고 있다. 과연 부임 1년 사이에 무슨 일이었던 것일까.

    ▶성공한 선수, 실패한 감독인줄로만 알았던 슈틸리케

    슈틸리케의 선임 소식이 전해지고 언론은 그의 행적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경력이 나왔다.

    슈틸리케 감독이 현역시절 세계 최고의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로 여겨질 정도로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낸 것. 실제로 그는 1979년부터 1982년까지 스페인 리그 4년 연속 최고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독일 국가대표로도 42경기에 출전하며 1980유로대회 우승과 1982월드컵 준우승의 영광을 고국에 안겼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은퇴 직후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되어 지도자 생활을 출발했고 이후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클럽 감독, 독일대표팀 수석코치와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팀 감독, 중동에서 감독 생활 등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뚜렷한 업적은 없었다. 한국 대표팀 직전의 중동에서 감독 생활은 소속팀에서 성적도 좋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선수로는 성공했지만 감독으로는 실패한 전형적인 경우 아니냐’는 부정여론도 일었다. 당시만 해도 충분히 납득 가능한 여론이었다.
    • 슈틸리케의 독일 국가대표 시절 모습. ⓒAFPBBNews = News1
    ▶이정협 발탁과 아시안컵 준우승, 부임 4개월 만에 최고 성과

    10, 11월 평가전을 통해 조금씩 대표팀을 알아가던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큰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대표팀 붙박이 공격수들이었던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박주영(당시 알샤밥) 등은 컨디션 난조로 선발이 힘들었던 것. 최전방이 와해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도 전지훈련을 통해 ‘군대렐라’ 이정협(당시 상무)을 발굴해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무명에 지나지 않았던 이정협은 아시안컵에서 중요한 순간 2골을 몰아치며 아시안컵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고, 손흥민(당시 레버쿠젠), 차두리(서울), 기성용(스완지) 등이 맹활약한 대표팀은 무려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낸다.

    아쉽게 홈팀 호주에게 우승은 내줬지만 부임 전만 해도 국민들로부터 엿 세례를 받고 외면당했던 축구대표팀을 고작 부임 4개월 만에 아시아 2위팀으로 만들어 놓은 슈틸리케에 온나라는 열광했고 그렇게 ‘갓틸리케’의 신화는 시작됐다.

    ▶배려 넘친 차두리 은퇴식, 뉴페이스 발탁

    아시안컵 직후 열린 3월 A매치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센스와 배려심에 많은 국민들은 감동했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 줄 알았던 차두리를 명예롭게 국내 팬들 앞에서 대표팀 은퇴식을 치르게 해준 것.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종료직전 교체하며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게 했다. 하프타임 때 진행된 은퇴식에는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이 자리해 차두리는 물론 국민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이 감동적인 은퇴식을 슈틸리케 감독이 앞장서서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인자한 할아버지’의 인상을 남겼다.

    이정협을 시작으로 슈틸리케호에 뉴페이스들은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성(전북), 장현수(광저우 R&F), 권창훈(수원) 등 어리기만 했던 선수들이 대표팀 핵심으로 거듭났고 동아시안컵에서는 K리거 위주로 팀을 꾸려 7년 만에 우승컵을 재탈환하기도 했다.

    이후 석현준(비토리아 데 세투발), 황의조(성남), 정우영(비셀 고베)와 같은 신흥세력은 물론 지동원,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같은 잊혔던 이름들도 일명 ‘슈틸리케 매직’으로 되살려 놨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부임 1년간의 최고 성과 ‘신뢰 회복’

    1년전 대표팀과 현재의 대표팀이 가장 다른 것은 국민들로부터 받는 ‘신뢰’의 차이다. 1년 전만해도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충격적인 성적을 거두며 2010년 이후 4년을 기다린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특히 그 과정이 각종 의혹과 논란 속에 있었다는 점은 물론 알제리전(2-4패배)과 같이 무기력한 경기력은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일으켰다.

    몇몇 팬들은 월드컵대표팀의 귀국장에서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현수막과 함께 엿 세례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분노와 실망이 컸던 것.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에는 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완전한 회복, 그 이상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과(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를 보여준 것은 물론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리그 활약상을 중요시하는 투명한 선수선발 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이방인임에도 국내 생활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의 국내 지도자들보다 더 많이 국내 축구장을 찾으며 K리그 클래식, 챌린지는 물론 U리그 무대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한국 축구의 근간까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새 슈틸리케 하면 ‘성실하다’, ‘인자하다’, ‘부지런한다’와 같은 단어들이 연상될 정도다.

    지난해 10월 부임 이후 1년 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A매치 22경기에서 16승3무3패를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에 성공적인 세대교체, 국민들에 대한 신뢰 회복 등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쟁취해낸 슈틸리케 감독의 눈은 이미 성공적인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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